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달려봐도
태양은 계속 내 위에 있고
가수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란 노래가사의 일부이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져 울고있는 모습이 환한 햇살에 다 보여 싫었던 이의 가슴 절절한 사연을 담은 노래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유는 다르지만 천안에도 ‘태양을 피하고 싶은 곳’이 있다. 부성2동에 자리한 성성호수공원이다.
성성호수공원이 조성되고 많은 사람이 호수둘레길을 산책하고 있으나 가장 큰 단점을 보완하지 못했다. 천안의 호수둘레길이나 하천길에 대부분 그늘이 없어 땡볕에 곤욕인 것. 여름 한낮의 습습한 더위야 피한다지마는 늦봄이나 초가을의 햇살도 제법 따갑다.
햇살을 피하려다 보면 1년 365일 중 얼마나 많은 날을 버려야 할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부성2동 주민자치회(회장 조경호)는 ‘양산’이란 무기를 꺼내들었다. 태양을 피하는데 있어 여성들의 양산만큼 검증된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양산은 비올 때에도 우산의 역할이 가능하다.
‘그래, 성성호수공원에 우양산을 비치하고 공유하도록 하자.’
주민자치회가 내놓은 해답이다.
9월19일 주민자치회는 성성호수공원에 예쁜 주황색 양산을 비치해 놓고 ‘무료대여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날 주민자치회원들과 관계자들이 양산을 쓰고 호수공원 둘레길을 걸었다. 태양도 피하고 양산도 예쁘고. 사진도 예쁘게 나오는 걸 보니 태양을 피하지 않더라도 양산을 쓰고 걷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길 듯하다.
반응이 괜찮다 싶은지 조경호 주민자치회장도 즐겁다.
“햇빛이 따가운 날은 양산으로, 비가 오는 날은 우산으로 쓰고 둘레길을 잘 다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함께 공유하는 물품인 만큼 사용 후에는 반드시 우산꽂이에 반납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비가 오는 날을 대비해서 양(우)산꽂이 위에 비막이가 필요할까요? ~
양산만 잘 관리될 수 있다면, 양산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협조만 잘 해주신다면 ‘양산대여서비스’는 모두에게 유익함을 줄 것이다.
한권석 서북구청장은 “성성호수공원 방문객들의 불편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해결책을 마련하신 부성2동과 주민자치회의 노력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 호수 둘레길을 걷고 있는 조경호 주민자치회장과 자치위원들.
▲ 박유화 통장협의회장과 이계자 동장의 투샷.
이계자 부성2동장은 공유물품(양산과 양산꽂이)이 앞으로 잘 유지되고 관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성성호수공원이 주황색 양산으로 인기를 끈다면 아마 다른 곳(호수둘레길)에도 노란 양산, 파란 양산, 보라색 양산 등이 나타날 것이다. 천안 호수둘레길의 멋진 정취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제 시작인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건 아닐까 하면서도 살짝 기대를 갖게 한다.
▲ 양산 탐나신다고 가져가시지는 않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