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직장 사이, 요즘은 어떤 시대일까.
<일하면서 학위를 취득하다>를 선도적으로 이끄는 호서대학교 천안캠퍼스 미래융합대학 홍성철 학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미래융합대학’이 무언가를 알아야 한다.
교육부는 2016년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대학과정을 거치지 않고 취업해야 했던 이들에게 학위를 받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부강한 나라가 되기까지 ‘고등교육’은 커다란 힘을 발휘해왔다. 한국의 저력이 이에서 나왔다.
이 사업은 2017년부터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으로 개편됐다. 정부의 지원도 받게 되니 일부 대학들이 능력껏 재량을 펼쳐 미래융합대학을 운영해 오고 있다.
▲ 호서대 미래융합대학 홍성철 학장.
호서대학교도 2019년 미래융합대학 운영에 나섰고, 2023년부터는 홍성철 교수가 학장을 맡아 이끌어오고 있다.
“저희는 첫 기수를 받고 코로나19가 터졌어요. 낯설고 힘든 상황에서 시작하게 되었죠. 좋은 점요? 좋은 점이라면 열심히, 능력껏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는 것이지요.”
‘온라인 교육환경’은 진행하는 사람이나 그같은 환경에서 교육받는 사람이나 다 낯설기만 했다. 게다가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서 많이 부족하고 미흡해 시행착오도 많았다.
여기서 홍 학장은 잠시 ‘호서대의 표지석(교훈)’을 이야기했다.
▲ 호서대 임직원과 학생들은 '된다바위'라 부른다.
학교를 걷다 보면 볼 수 있는 표지석에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란 글이 쓰여있다.
‘하면 된다’란 말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의 저력으로, 많이 희미해졌지만 군대에서는 지금도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호서대가 끊임없이 성장해온 힘은 이보다 더 근본적인 데 있다. '할 수 있다'란 말의 연유가 그 밑에 조그맣게 써있는 성경구절 『I can do all things through Christ who strengthens me. Phil 4:13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홍 학장은 이 표지석을 호서대 사람들은 ‘된다바위’라 부른다 했다.
표지석의 글은 가난한 집에서 여리고 병약한 몸으로 난관에 굴하지 않고 노력과 도전으로 살아온 호서대학교 설립자, 강석규 총장이 내건 본인의 철학이며 소신이다.
호서대 미래융합대학은 현재 ▲사회복지상담학과 ▲스마트경영학과 ▲산업안전공학과 ▲기계반도체공학과 4개과를 운영하고 있다.
뜻한 바 있어 미래융합대학을 들어온 이들의 마음가짐도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호서대의 좌우명을 깊이 새기고 있다.
▲ 미래융합대학 홍성철 학장이 진행하는 야외 실습과정.
▶ 학장님, 미래융합대학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입니까?
-그거야 ‘정규학위’ 아닐까요. 다양한 사연으로 대학을 다니지 못한 이들이 대학 졸업장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대학졸업장은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상당히 중요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 사회인이 다시 대학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문제로 말입니다.
-그래서 미래융합대학은 정부와 대학의 다양한 지원이 있는 겁니다. 전원에게 장학혜택이 있는데 최소 30%에서 전액을 지원합니다.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됩니다.
▲ 장학금 제도가 다양한 호서대 미래융합대학.
▶ 또다른 문제는 직장을 다니거나 자영업을 하면서 배우는 것이 어렵다는 겁니다.
-야간·주말과정, 온·오프라인, 현장실습 등으로 수업방식이 다양합니다. 대면, 비대면, 또는 혼합방식에 집중이수제 등 유연한 학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 걱정하던 이들도 다들 유연한 수업방식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 호서대 미래융합대학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한말씀 해주십시오.
-처음 배우려는 분들은 커다란 수조에 언제 물이 찰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작하면 벌써 절반은 찬 것이고, 어느 순간 물이 넘치는 걸요. 할 수 있을까, 졸업하는 날이 올까 우려된다면 미래융합대학 학생들의 석사 진학률이 제일 높다는 걸 기억하십시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호서대를 믿고 오십시오. 보다 높은 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 호서대 미래융합대학 학과 수업하는 모습.
[미니인터뷰]학과별 졸업생 및 재학생
직접 미래융합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생각보다 더 좋다’거나 ‘이런 점은 안좋다’거나, 그런 생각들을 허심탄회(?)하게 들을 수 있을까. 각 4개 학과별 학생들 한명씩을 인터뷰했다.
“솔직히 말씀해 주시지요.”
-안전공학과 졸업생 권영훈(47)씨
“쿨 한지 알았더니, 은근 미련이 있었더란 말입니다.”
권영훈(47)씨는 꿈을 이뤘다. 물론 ‘큰’ 꿈은 아니지만, 왠지 어깨가 펴지는 기분. 더 밝아졌다. 그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반도체회사에서 근무했다. 기술·품질 파트를 맡아 나름 잘 풀린 생활이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사람들과 친해지고 하면 어느 순간 ‘전공이 뭐냐’ 묻는 거 있죠. 갑자기 당황스럽고 대답도 궁색해지고….”
그러다 보니 자꾸 대학졸업장이 머리 한 켠에 들어앉게 됐다는 그. ‘바로 이거다’ 하고 호서대 미래융합대학 1기생으로 다녀 졸업하고는 내킨 김에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이어달리기를 하면 잘 할 사람이다. 회사를 그만 두고 공인중개사일을 하다 보니 건축부지 컨설팅을 하게 되고, 직접 땅에 건물짓고 파는 업무영역의 확장까지 걷게 됐다. 그러다 보니 안전 기술지도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업무를 하다 보니 자꾸 스스로에게 바통을 터치하게 된다. 이것도 필요해, 저것도 필요해 하며.
“부동산 일은 외부흐름을 많이 탑니다. 불안전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죠. 그래서 미래를 위해서라도 안전공학을 배우게 되었죠. 핫하니까요.”
그는 호서대 미래융합대학을 알게 된 것에 한 치 망설임 없이 <매우 만족>이란 점수를 줬다. 친한 친구도, 사무실 여직원도 본인 소개로 안전공학과를 다니고 있다는 그. “석사과정 끝내면 또 모르죠. 박사과정까지 밟고 싶기도 하니까요.”
그를 위해 미래융합대학이 생겼나 보다. ‘안성맞춤’. 늦깎이가 매우 무섭다.
-사회복지상담학과 졸업생 고태희(37)씨
▲ 카페에서도 공부하는 열정, 고태희씨.
고태희(37)씨의 사투리 섞인 억양이 정겹다. 대구가 고향이라는 그. 여상에서 컴퓨터와 회계 쪽을 배운 그녀는 대기업으로 직행해 몇 년을 다녔다.
주변의 부러운 시선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좋은 직장을 다니다 뚜렷한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그만두는 것은 대부분 한가지 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힌다.
“밖이 춥더라.”
인생 경험 제대로 하게 됐다. 좋은 직장을 안정적으로 다녔으니 그곳은 ‘온실’이었던 거다. 찬바람 쌩쌩 불고 천둥·번개도 치는 야생의 들녘은 만만하지가 않았다.
‘대구를 벗어나 보자.’ 그녀는 무조건 대구탈출을 노렸다. “대구는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에요.” 그녀의 웃음 속에 간절한 탈출의 시절이 떠올랐다.
친구 하나 있다는 것이 연고 아닌 연고가 되어 무작정 천안으로 상경했다. 그녀가 천안사람이 된 이유다. 고객센터에서 상담 등의 업무를 하면서 성찰하길, ‘일단 대학을 가보자’ 했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호서대 미래융합대학에 당시 3개과가 있었어요. 사회복지상담학과가 눈에 띄었죠. 원래 계획형은 아닌 것 같아요.” 그녀의 상큼·발랄한 성격(?)대로 훅 들어가버렸다.
<피해주지 말자>가 좌우명인데, 이젠 <도움이 될 수 있다면>으로 바뀌고 있음을 스스로 알았을까. 인생 전반부가 다소 수동적이었다면, 후반부는 적극적으로 가는 거다.
‘누군가를 만나고 도움이 되는 상담을 할 수만 있다면 내 인생은 나쁘지 않다.’ 그녀의 삶이 비로소 빨갛게 무르익는다. 미래융합대학의 문을 두드린 것이 신의 한 수일까. 앞으로가 기대된다.
인터뷰가 끝나고 헤어진 그날 밤. 그녀로부터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 <사회복지상담학과 고태희입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자기효능감이 높아지고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어느 곳에서도 도움되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을 다시 되새기는 오늘이었습니다.>
지난해 충남자치경찰 서포터즈로, 올해는 천안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활동을 추가했다.
-기계ICT공학과 강승훈(28)씨
강승훈씨는 직장인이다. 전문대에서 ‘기계설계’쪽 공부를 하고 현대자동차 일본계 기업에 들어간 그. 회사에서도 성실, 열정,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재형이다.
그런 그가 호서대 미래융합대학에서 배움을 갈구한다. ‘기계 ICT(전자·정보·통신) 공학과’ 학생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트랜드가 바뀌고 있어요.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마침 미래융합대학에 원하는 공부가 있더군요.”
그의 수업방식은 하이브리드. 보통 대면수업이 매주 토요일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인데, 그는 오전은 대면 수업 오후는 비대면 수업으로 형편을 맞추고 있다.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졸업(배움)은 더욱 늦어진다>
그는 자신과 같이 배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도전하라’고 한다.
역사는 망설이는 자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부족하더라도 닥치고 부딪치다 보면 조개의 입처럼 꽉 다문 문을 열고 성공의 길을 열어준다.
학과장도 그를 칭찬한다. “우연히 회사분에게 듣게 됐는데 강승훈 학생이 성실하고 능력있는 사람이라 하더군요. 그런 말을 듣고는 기분이 좋지요. 멋진 학생입니다.”
대학원 고민도 하고 있는 그. 일을 하며 공부도 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보면 그것이 다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임을 믿는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하는 것이다.
-스마트 경영학과 박윤호(32)씨
▲ 사업보다 카메라 앞에서 제일 힘들다는 박윤호씨.
박윤호(32)씨는 현재 스마트 경영학과 1학년을 다니고 있다. 그는 경기도 안양에서 ‘배움의 열정’을 담고 호서대 미래융합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아침형 인간’처럼 사람에게 ‘사업가 체질’이 있다면 그도 그 타입일 거다. 남들 대학다닐때 열심히 번 돈으로 20대 중반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유튜브로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며 성공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카페는 3개월 전에 망했고요, 청소업은 그래도 수익을 내고 있어요” 한다.
괜찮은 배달전문 카페였는데 배달플랫폼에서 떼어가는 수수료가 점점 높아지자 계속 적자를 내게 되었고, 청소업을 통해 메우는 일이 반복됐다.
계속 버텨내봤자 나아지겠다는 자신이 없자 결국 카페를 접게 됐다. 우리나라 배달서비스의 강점이 점차 경기를 어렵게 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그렇다고 실망 속에 잡아먹히긴 젊은 나이. 패기가 꿈틀꿈틀 살아있는 30대 초반 아닌가.
‘더 배워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하게 와닿은 때에 호서대 미래융합대학이 눈에 띄었다.
처음엔 그저 배우겠다는 마음뿐이었지만 1석2조의 행운이 찾아왔다. 스마트 경영을 배우는 것 못지 않게 학과생 19명 거의가 사업하는 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분들을 통해 배우는 것들이 많아요. 사업노하우는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든든한 선배님들이 생겨서 너무 좋습니다.” 대학 졸업장을 얻게 될 것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