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천안에 명물 ‘호두공원’이 생긴다. 호두가 천안의 특산물이며 한때 전국 최고의 생산량을 자랑하기도 했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중국에서 호두묘목을 처음 가져온 것으로 알려진 역사와, ‘천안 호두과자’의 유명세도 갖고 있는 지역 아닌가. 그런데 그 장소가 호두가 있는 광덕이 아닌 천안시내(천안박물관 옆)이다.
천안시는 천안명물 호두의 옛 명성을 되찾고 호두 시배지를 홍보하기 위해 삼룡동 천안박물관 옆에 호두공원을 조성한다고 11일 밝혔다.
천안은 700년 호두 재배지이자 시배지다. 알려지기로, 호두는 고려 충렬왕 16년(1290년) 천안에 처음 심어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호두나무인 ‘천안 광덕 호두나무(천연기념물 제398호)’는 400년이 넘었다.
요즘이야 전국 여러 지역이 천안보다 더 많은 호두를 재배하고 있다지만 한때는 전국에서 생산하는 호두량의 70% 이상을 천안 광덕에서 책임지기도 했다. 지난해 천안에서는 149농가가 158ha의 재배면적에서 112톤을 생산했다.
시는 천안호두 명성에 비해 역사·문화를 홍보할 시설이 부재함에 따라 호두를 테마로 한 공원을 조성한다. 시는 2025년 12월까지 1만150㎡에 25억원을 투입한다.
공간별 역사·문화 테마 쉼터와 계절별 색채를 감상할 수 있는 테마길을 조성하고 휴게시설과 포토존, 빛조형물 등을 설치해 시민에게 휴식공간과 볼거리를 제공할 방침이다. 올해 기본 및 실시설계 완료 및 공원 조성계획을 변경하고 2025년 12월 준공할 계획이다.
▲ 호두공원이 조성될 땅. 저 앞에 천안박물관과 육교가 보인다.
아쉬움은 못내 ‘장소’에 대한 문제다. 시 산림휴양과는 호두공원 조성에 ‘사람이 많이 찾는 곳’과 ‘시유지’를 우선으로 물색했다고 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역사적 장소’가 맞지 않다. 천안시는 호두시배지이자 재배지인 광덕을 호두마을로 명품화해 관광지로 삼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호두와 관련된 볼거리를 하나라도 더 광덕에 설치하는 것이 미래에 대한 투자로 바람직하다.
조성되는 호두공원의 장소는 천안삼거리공원과 천안박물관이 접해있는 곳으로 현재는 쓸모없는 땅으로 버려져 있다. 차라리 호두공원이 아닌 ‘천안특산물공원’으로 삼아 천안을 대표하는 광덕호두·입장봉포도·성환배를 홍보하는 것이 어떨까 싶기도 하다.
광덕주민을 비롯해 호두공원과 관련한 의견은 분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