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월(94) 어르신은 그림을 배워본 적 없는 인기화가다.
며느리가 그의 그림을 탐해 “어머, 어머니, 이거 저 주시면 안돼요?” 하는 바람에 “이깟 걸 뭐” 하며 슬며시 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1호 팬을 갖고 나선 그림에 대한 자부심이 부쩍 늘었다. 그리고 그림 그리는 것이 열배나 더 좋아져 버렸다.
1930년 중국에서 태어나 19살때쯤 시집살이를 시작한 그의 생(生)은 고달픔의 연속이었다.
시대가 그랬고, 자신이 처한 환경이 그랬다. 산 게 아니라 살아낸 것이라 하던가.
먹고 살기 바빴던 시절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주름진 ‘할망구’가 되어 버렸다.
선거때 후보들마다 ‘준비된 정치인’이다 떠들떠들 하는데, 준비 안된 고령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을 시작한다는 게 쉽지는 않은 나이. 잘 들리던 귀가 노화로 난청이 되면서 우연찮게 색연필로 자기만의 소통을 시작했다.
무언가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게 있는 것은 얼마나 위안이 되는가. 그에겐 색연필 한 자루가 무엇보다 든든한 우군이 되었다.
과거를 되돌아보아도 그림그리는 인연은 없었던 것 같은데, 90세 안팎에서 만난 그림그리기는 늘 함께 해온 지기처럼 즐겁고 편안해진다.
재작년쯤 남편과 사별하게 된 후 외로움이 더 커지는 시기에도 그림그리기는 마음을 다잡아주었다.
그런 그의 그림이 하나 둘 쌓여지고 알려지면서 그간 야외행사 등에 두 번의 전시가 이루어졌고 호평도 받았다. 특히 실아트 대표인 박의경 수신제가협동조합 대표의 눈에 띄면서 이번에 정식으로 개인전을 갖게 됐다.
최기월 어르신의 그림전 ‘그림으로 마음을 잇다’가 16일부터 31일까지 천안 수신면 장산2리 ‘실아트갤러리’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박의경 대표는 “어르신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내면이 치유되는 느낌을 갖는다”며 “행복한 그림을 많은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어 전시회를 준비하게 됐다”고 알렸다.
최 어르신을 잘 아는 분은 ‘노력파’라 했다. 하루하루 건강하게 생활하기 위해 그림맞추기나 숫자놀이 등도 열심이다. 재능있는 노익장의 본보기다.
이관희 수신면장은 최 어르신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삶과 정서가 오롯이 묻어있는 어르신의 그림을 통해 잔잔한 마음의 감동을 느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