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는 ‘빼어난’ 과일(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들이 있습니다. 광덕호두, 입장거봉포도, 성환배가 대표적입니다. 수신멜론, 병천오이, 동면고추도 이름을 올리고 있지요.
추억의 열매도 있습니다. 바로 ‘성환개구리참외’가 그것이지요.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배하는 곳이었단 말이에요. 점차 열매로써 경쟁력을 잃어 사라지고는, ‘전통을 살리자’는 뜻에서 실가락같은 맥을 잇으려 노력하고 있는 정도랍니다.
세월이 가면서 성환지역에서 재배해왔던 개구리참외는 일반 재래종참외나 은천참외, 멜론 등에 의한 혼종이 되어갔습니다.
일반참외보다 몸에도 좋고 특유의 향도 있다는.. 고유한 특성이 점차 사라져갑니다.
2004년
‘성환개구리참외’의 부활을 위해 천안시농업기술센터는 1995년 50여종의 참외를 수집·재배한 후 6년동안 교배를 통해 개구리참외와 가장 가까운 품종을 선발하는데 노력을 기울여 왔어요.
2004년 당시 김영희 과채류 담당은 그간 연구실적을 설명했어요.
“이번에 선발된 SH-1 및 SH-3 품종은 껍질이 연녹색이며 무늬는 진녹색을 띄는, 본래의 개구리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났습니다. 모양은 원추형으로 과실무게가 8백g을 넘고 당도도 9도 이상으로 높았어요. 또한, 과육두께는 2.5㎝ 이상이며, 씹을때 아삭거리고 향긋한 특유의 향이 있어 농가에서 재배하던 과실무게 7백g과 당도 6도의 기존 개구리참외에 비해 품질이 뛰어났습니다.”
2004년의 개구리참외 실정을 살펴볼까요.
1965년 ‘은천참외’의 도입에 따라 개구리참외는 사양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1981년부터 향수참외로 반짝인기를 끌어 재배농가가 한때 20농가까지 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향수’는 그저 ‘추억팔이’일 뿐, 과일의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견뎌낼 재간이 없는 겁니다.
일반참외에 비해 과육이 물러 저장성이 약한데다 가격은 높아 소비자가 자꾸 외면하게 되었된 겁니다. 2004년에는 네 농가만이 개구리참외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 일반 금싸라기 참외는 보통 당도가 12~13도에 이르고 멜론은 이보다 1~2도 가량이 더 높다고 한다. 개구리참외는 이들보다 당도는 떨어지지만 비타민C는 200%, 비타민A는 25%, 비타민B는 40%가 더 많이 함유돼 있다. 희소성 높은 성환개구리참외의 변신. 단맛보다는 몸을 생각하는 어르신들과 미용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 옛 향수를 즐기려는 일반성인들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까. (2004년 이후 세월이 흘렀고 결과는 기대는 기대로만. 천안을 대표하는 토종 향수작물은 ‘실패’.)
2016년
2016년, 천안배원예농협(조합장 박성규)이 예전의 ‘개구리참외’ 명성을 살리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다른 참외보다 절반의 당도에 못생겼다는 참외지만 이래 봬도 ‘기능성’ 과일입니다.
차별화된 특산물. 천안배원예농협이 개구리참외를 부활시키려는 건 이처럼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천안배원예농협은 천안시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을 받아 2015년부터 복원사업을 시작했으며, 올해에도 2개 농가(이창길·지승근)가 농업기술센터에서 육묘한 1000주의 묘를 공급받아 재배해서 출하하게 됐습니다. 성환 매주리에서 개구리참외를 재배하는 이창길(59)씨는 올해가 2년차입니다.
개구리참외의 복원과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육성하자는데 의기투합. 천안배원예농협은 천안시농업기술센터에서 보관하고 있던 개구리참외 씨앗을 분양받아 이씨에게 제공했던 것이죠. 그리고 2015년 이씨와 계약재배에 나섰습니다. 이씨가 1500㎡에서 재배한 개구리참외 전량 수매해 농협하나로마트, 대형유통업체, 직거래 등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생산시기는 6월 중순부터 7월 말까지. 대략 2.5㎏들이 2000상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성환개구리참외는 수분이 높고 향기가 나며 육질이 바삭바삭 씹히는 감촉이 연한 것으로, 무엇보다 몸에 좋습니다. 탄수화물, 칼슘, 비타민A·B2·C의 함량이 일반참외보다 두배는 많다 보니 이뇨·숙취는 물론이고 성인병에도 탁월합니다. 특히 임산부에게 좋지요. 6월 중순부터 7월 말까지 생산되며, 개구리참외 가격은 2.5kg(개당 800~1000g, 개구리참외 3개쯤) 1상자당 만원 안팎.
2020년·2021년
2020년 6월이 돌아왔습니다. 4년이 지났어도 개구리참외는 여전히 생산되고 판매되고 있습니다.
천안 성환지역의 특산품으로, 매년 6월에만 맛볼 수 있는 유일한 제철과일 ‘성환 개구리참외’가 출시되었습니다. 외형과 과피색이 개구리 같은 특이한 형태를 가진 개구리참외는 높은 수분함량과 진한 향기, 부드러운 육질 등의 장점이 있는 100년 전통과일입니다.
6월부터 수확된 2kg들이 2500상자의 개구리참외는 대형유통업체, 농협하나로마트 등에서 판매됩니다.
다시 2021년 6월이 왔습니다. 역시나 성환지역 특산물 ‘개구리참외’가 출하를 시작했습니다. 개구리참외는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생과일로 먹지만, 믹서기로 갈아 생과일주스로 마시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추억의 ‘성환개구리참외’는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흥할까요, 쇠할까요.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개구리참외를 먹던 옛 추억을 가진 분들도 점차 사라져갑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희귀성과 기능성의 장점만으로 100년 성환개구리참외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아님, 과육도 맛있고 당도도 높은 ‘맛있는 참외’가 가격도 저렴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까요.
천안 성환에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배되었다는 개구리참외.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는데...
1995년 7월, 나태주 시인이 중국을 여행하다 만난 개구리참외인가 봅니다. 우연인지, 그 해는 천안시농업기술센터가 개구리참외 부활을 위해 팔을 걷어부친 해였습니다.
여하튼 그의 시에서 개구리참외를 볼 수 있어 반갑습니다. 다만 중국은 ‘개구리참외’가 일상적인가. 우리는 명맥을 유지하기에 간당간당한 상황인데...
개구리참외
잠시 버스를 세우고
우거진 가로수 그늘 아래
난전을 펼친 농부출신 행상한테서
참외를 샀다
참외는 얼룩얼룩
시퍼런 먹줄이 간
개구리참외
(이하 생략)
-나태주 시인의 시 <개구리참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