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손끝 체온이 그리운 날’이라는 첫 시집을 냈던 윤혜숙(57) 시인. 그가 2023년 8월 2집 『이별 사육사』로 돌아왔다.  

1집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그녀가 살아온 농촌이야기, 부모 이야기다. 그녀와 가장 가까운 곳을 다루고 가장 가까운 사람을 소환했다. 
 

제목에서 보여지는 ‘이별 사육사’는 소 이야기다. 

팔려가는 어미소는 자신이 죽으러 가는 것임을 안다. 죽기 싫어 날뛰다가,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새끼소가 보인다. 혓바닥으로 새끼 등짝을 핥아준다. 떠나기 싫다 이별하기 싫다. 그 애끓는 마음을 화자는 속절없이 바라본다. 자괴감인가. 그런 스스로를 ‘이별 사육사’라 했다. 

생(生)은 어쩔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내가 선택하고 내 마음대로 하는 듯이 보여도 어디 그런가.  

그의 시를 놓고 공광규 시인은 ‘시를 읽어가며 압축된 비유가 주는 즐거움에 매혹되어 버렸다’고 했다. 윤 작가의 시는 독특한 소재에서 다가오는 설레임이 아니다. 그 소재를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비유적으로 풀어내는 감칠맛이 깊다. 

그녀는 첫 번째 시집을 쓰고 난 뒤 “시를 쓰게 된 4년 여동안 가장 먼저 토해내고 싶었던 게 마음속의 한이었나 보다”며 “이제는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뱉어낼 일이 있겠는가” 했다. 

그래놓고는 2집 ‘이별 사육사’를 발표했다. 더 슬프고 더 아리고 더 쓸쓸하다. 

엄마는 내리지 않았는데
흙먼지 날리며 윗동네로 올라가는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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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달린다
세상 상처에 닳아빠진 반지와 
숫자가 큰 시계를 두고 떠난 엄마가 
바깥 풍경으로 스친다. 

버스에서 내려 땅을 보고 걷다가 
애먼 돌을 발로 걷어차는데 
이상해라 
명치끝이 아리네 
 

‘막차는 지나갔다’는 시에서 그녀는 돌아가신 엄마를 소환했다. 문득문득 그립고 슬프고 안타깝고, 그렇게 애달프다. 우울하진 않다. ‘그저 그렇다’는 말이다. 생(生)이라는 것이 참 무정하고 무심하다. 

박미라 시인은 시집 ‘이별 사육사’에 대해 “이별 사육사라 읊조리는 속울음으로 가득하다. 울음은 곡진하고 가락은 노을을 닮았다. 윤혜숙의 시를 따라가면 삶과 죽음의 경계가 사실은 무딘 손끝으로 그어둔 실금에 불과하다는 그의 목소리에 맞다, 맞다, 고개 끄덕이게 된다”고 했다. 
 

윤 작가의 두 번째 시집에는 ‘이별 사육사’를 비롯해 ‘끈’, ‘막차가 지나갔다’, ‘죽음은 낯설다’, ‘목련은 필까’, ‘달뜨면 가야지’, ‘바람이 분다’, ‘얼음동굴’, ‘눈물’ 등 모두 56편의 시가 담겼다. 

“부딪치고 깨지며 얻게 된 경험들, 추억들을 뱉아낼 출구(시)가 있다는 게 기쁘다”는 시인이 3년만에 그의 두 번째 시집을 내놓았다. 

2018년 『문학사랑』으로 등단해 ‘시인의 향기(공저)’를 내고 청양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동면에서 태어나 병천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천안토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