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광익 교수(순천향대학교 안병원 신경과 수면클리닉)
한 여름에는 열대야로 인해 잠을 설치기 십상이다. 평소 불면증으로 고생했다면 여름밤은 더더욱 괴롭기 마련. 그럴 때면 괴로운 마음에 쉽게 손이 가는 게 수면제다. 그런데 무턱대고 수면제를 복용하기 보다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 2차성 불면의 원인을 교정해주고,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면제는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오히려 불면증을 더욱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불면증의 이해
불면증은 1차성 불면증과 2차성 불면증으로 나뉜다. 1차성 불면증은 수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건강상태나 문제가 없는 것으로 심인생리불면증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불면증이 있는 환자들은 불면에 대한 과도한 걱정과 잠들기 위한 노력을 하는데, 이 행동이 오히려 조건화 각성을 일으켜 불면을 더 악화 시킨다.
잠이라는 것은 자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도망간다. 잠도 오지 않는데 일찍 잠자리에 들어가 텔레비전 시청, 독서, 음악 감상 등으로 잠을 청하지만 잠자리에서 하는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잠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된다.
1차성 불면증은 잠에 대한 두려움, 불안 등을 없애고 잘못된 수면행동들을 교정해 주는 인지행동치료가 많은 효과를 준다. 수면제는 복용 기간에만 효과가 있고, 약을 끊으면 다시 불면을 초래한다.
2차성 불면증은 건강상태(예, 천식, 우울증, 관절염, 암, 속쓰림 등)나 통증, 약제, 불면을 일으킬 수 있는 수면장애 등이 원인이 되는 불면증이다. 밤에 다리의 이상감각으로 인해 잠들기가 어려운 하지불안증후군, 수면무호흡으로 자꾸 깨는 폐쇄수면무호흡,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형태의 일주기리듬의 변화로 새벽 2~3시까지 잠이 오지 않는 지연수면이상증후군 등이 2차성 불면의 원인이 되는 수면장애다. 2차성 불면증은 반드시 원인들을 교정해 줌으로서 불면을 해결 할 수 있다.
수면제와 인지행동치료
약물을 이용한 불면증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수면제는 안전성이 높아졌다지만 그래도 부작용이 많다. 속효성이 장점이지만 제한된 기간 동안에만 사용해야하고, 약을 중단하면 불면증이 재발한다는 단점이 있다. 장기 복용하면 내성과 의존성을 높이고, 주간 졸림도 유발한다. 주간 졸림은 각종 사고의 주범이다.
노인들의 수면제 복용은 더 위험하다. 현기증, 기립성 저혈압과 같은 증상들을 일으켜 낙상의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노인 낙상은 골절 및 사망 위험까지 높인다. 수면제는 또 수면 중 돌연사의 한 원인인 폐쇄수면무호흡과 같은 수면장애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그와 반면에 비약물 치료인 인지행동치료는 안전성이 매우 높다. 의존성, 부작용 위험이 없고, 치료효과도 지속된다. 모든 불면증에 적용할 수 있고 좋은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수면제처럼 속효성이 없다는 게 단점이다. 대개 3~4주 이후부터 효과가 나타난다. 그렇다보니 치료에 대한 신뢰와 의지가 약해져 중도 포기하는 환자들도 많다.
인지행동치료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
우선 정확한 진단을 위해 수면설문지를 작성한다. 그 다음 설문을 기초로 동반된 질환, 수면행태에 대한 자세한 문진과 진찰을 실시한다.
또 1~2주간 자신의 수면양상 및 느낌을 적는 수면일기도 필요하다. 드러난 불면증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바꾸고, 수면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행동을 배운다.
긴장완화 운동, 생체 자기제어, 수면제한, 수면자극 등과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비록 이런 방법들은 4~6주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정상 수면양상으로 되돌려 주기 때문에 불면증을 해결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이 효과는 1~2년 이상 지속이 되며, 불면이 재발되었을 때도 스스로 배운 것을 적용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 사례
2년 전부터 불면증으로 수면제를 거의 매일 복용하고 있던 김 모씨(여 53).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거의 잠을 잘 수 없었고, 수면제 복용 시엔 2-3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할 뿐이었다. 밤마다 침대에 7시간씩 누워는 있지만 불면으로 밤새 뒤척이고, 낮에는 정신이 몽롱하고, 머릿속이 맑지 않아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김씨는 신경과 수면전문가를 찾아 인지행동치료를 시작했다. 1주가 되면서 수면제 복용을 중단했고, 4주를 지나면서는 수면시간도 많이 늘어났다. 이후엔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었다. 밤 11시 20분경에 잠자리에 들면 이내 잠이 들었고, 아침 5시까지 숙면을 취했다. 이전의 몽롱함도 없이 정신이 맑았으며, 안색도 좋아져 주변으로부터 인사를 받기에 바빴다 더불어 몸무게도 3㎏정도 빠지는 등 김씨는 인지행동치료로 이내 행복한 삶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