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수필 『흔적』을 펴냈던 임낙호 수필가가 3년만에 그의 두 번째 수필집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자유』를 내놓았다.
그 사이 코로나19가 지나갔다.
<수필집을 준비하는 동안 삼복더위가 세 번 지나갔다. 코로나19에 갇혀 지낸 시간은 의식마저 희미해지게 했다. 꾸물거리다 문을 연 바깥풍경은 생경했다. 8·15광복의 날처럼 환희의 함성으르 지르게 될 줄 알았는데 그런 감흥은 일어나지 않았다.>
▲ 임낙호 작가가 자신의 새 책을 들고 있다.
50개의 글이 담겨있는 그의 수필집에는 ‘코로나’가 자주 등장한다. 언택트 시대, 코로나 백신 등 아예 1부를 ‘팬데믹 시대’로 할애했다. 수필집의 시작도 ‘팬데믹 후’가, 끝도 ‘코로나시대 주거형태의 변화’가 차지했다.
아픈 기억은 생각하기도 싫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임 작가는 그러지 않았다.
“선명했던 시간도 지나가면 희미해지는 게 우리네 삶이다. 그런 날들을 기억에서 놓치고 싶지 않다. 안타까운 마음일지라도 내 인생이 아니던가” 하며 글을 쓰며 삶의 의미도 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수필집의 제목을 그리 정했을까.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자유’에는 장자의 소요유에 나오는 우화 ‘곤’이 등장한다. 물고기 곤이 변하여 붕이라는 새가 되는데 날개의 길이가 삼천리에 이르며 하루에 9만리를 날아간다는 상상의 새이다.
그런 대붕을 ‘저 놈은 어디로 가려 생각하는가?’ 하며 비웃는 참새가 있다. 참새는 스스로 자유롭다고 착각하는 우리의 모습과 같다.
<대붕처럼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는 철학자이어야 한다. 자신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나를 옥죄고 있는 조건을 넘어서는 게 진정한 자유이다.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자유>
임 작가의 글은 정갈하다.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평생 건설쪽에 몸담았던 습관일까. 벽돌 하나도 매끄럽게 줄을 맞춰 쌓아야 하듯 그의 글도 용어 하나, 문구 하나에 정성이 가득하다.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들을 ‘생각의 틀’ 속에 집어넣고 기름을 짜내듯 하면 조언도 되고 덕담도 되는 글이 된다. 노가리같은 맛이랄까, 아님 푹 삭힌 홍어같은 맛처럼 씹을수록 고소하고 코가 뚫린다.
그의 글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는 세 개의 글이 눈에 띈다.
‘쥐다래’라는 글에서 젊은 시절 산행동료였던 K박사와 다래에 얽힌 추억을 이야기하며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 또한 ‘튤립나무’를 보면 생각나는 친구도 있다. 중동캠프에서 룸메이트로 형제같이 지냈던 사람이다. 그 친구도 머리수술과 교통사고로 먼 길을 떠났다. 또다른 ‘굿샷인생’에 등장하는 이는 골프도 치며 가까이 지냈건만 폐암의 벽을 넘지 못했다. “5월쯤엔 내가 사는 천안으로 식당투어를 오겠다던 그였는데 천안에 오는 것보다 천국이 더 급했었나 보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안한다.
갈 때 가더라도 향기나는 하루하루를 살았으면. 또한 글을 쓰는 수필가로써 그는 욕심 한자락 내비친다.
<공자는 아침에 도를 깨우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했는데, 나는 잘 익은 수필 한 편이면 그러리라. 그 아침을 향해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