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과 실종자들의 생환을 기원합니다. 검찰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선장에게는 ‘살인죄’를 적용한 반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대표이사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사상죄’를 적용하고,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전 회장 일가에게는 어떠한 죄도 적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찰이 문제가 있는 건가요, 법이 문제가 있는 건가요?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검찰과 법 모두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선박 개조, 적정 용량의 3배를 초과하는 과도한 화물 적재, 평형수 부족으로 인한 복원력 상실 등 세 가지로 지목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세 가지 원인이 승객과 선원 등 사람의 목숨보다 돈벌이를 우선시한 기업과 소유주의 탐욕 때문이라는 ‘불편한 진실’은 애써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세월호 선장에게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와 살인미수를 적용했습니다. 그동안 검찰이 선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를 적용한 것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반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선사인 청해진해운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하고, 실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대해서는 비리혐의만 조사하고 있을 뿐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실무책임자에게만 무거운 형벌을 적용하고 기업 대표는 솜방망이 형벌을 적용하고 소유주에게는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입니다.
‘법’도 문제입니다. <형법>은 법인사업주에게는 죽음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묻을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법인사업주에게도 형사책임을 묻도록 돼 있지만 기껏해야 벌금형만 부과해 왔습니다. 2008년 경기도 이천의 한 냉동창고에서 일하던 노동자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참사를 일으킨 코리아냉동은 고작 2000만원의 벌금에 그쳤습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죽어도 산업현장의 안전불감증 탓으로 돌려 현장소장이나 안전관리자, 작업자만 처벌될 뿐, 기업 대표나 소유주를 구속시킨 전례는 없는 없습니다.
이런 참사가 반복되는 이유는 사람보다 돈벌이를 우선시하는 기업과 소유주의 탐욕을 우리사회가 규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허술하기 때문입니다.
일찍이 자본주의가 발달한 영국은 2008년 단 1명의 사망사고에도 최고 7억원의 벌금형을 부과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기업살인법>을 제정해 기업에서 발생하는 사망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중대범죄라는 인식의 전환을 꾀했고, 그 결과 2011년 사망사고가 무려 25%나 감소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사람보다 돈벌이를 우선시하는 기업의 ‘탐욕’과 이를 사회적으로 규제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직무유기’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거셉니다.
결국 정치권 일각에서 <기업살인법>을 논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늦었지만 다행입니다. 그러나 지켜볼 일입니다. 구미불산 누출사고 이후 정치권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손질하겠다고 나섰지만 국민적 관심이 줄어들자, 슬그머니 대충 손질하고 만 적이 어디 한 두 번인가요.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과 실종자들의 생환, 그리고 사람보다 돈벌이를 우선시하는 기업의 ‘탐욕’과 이를 사회적으로 규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 나라를 기원합니다.
김민호 공인노무사.
공인노무사 김민호
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상임대표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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