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은 지금 슬프고 분노에 가득 차있다. 세월호 대참사가 인재(人災)였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전 국민의 가슴이 다시 한번 무너지고 있다. 승객을 버려두고 먼저 살겠다고 탈출한 선장과 일부 승무원,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사고 수습, 해경의 초기 대응 난맥상을 비롯한 허술한 위기관리 매뉴얼, 선사(船社) 측의 안이한 안전의식, 일부 공직자와 여당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 등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인 모습들이 국민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청해진해운 선사와 파렴치한 선장과 선원 등 직접적인 가해자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 그러기엔 우리 모두가 ‘나 하나쯤 괜찮겠지?’하는 대충주의와 안전불감증이 쌓이고 쌓여 이 비극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남보다 좀 더 배우고 잘 나간다는 소위 ‘출세한 사람’으로 분류되는 우리 사회 리더그룹들은 더더욱 이번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본만 충실했다면…” “초기에 재빠른 조치만 취했다면…” 수도 없이 되뇌여 보지만 이미 가슴은 녹아버렸고 재가 된지 오래이다. “아빠, 배가 가라앉으려 해, 어쩌지” “어떡해, 엄마 안녕, 사랑해” “배가 가라앉고 있어요, 아빠… 살아서 만나요” 아이들의 이야기가 온 국민들의 귓전을 기차바퀴처럼 지나가는데 우리 어른들은 이 죄를 어찌 감당해야 할지 모른 채 시간을 허비했다.
선실이 안전하다고 대기하란 말만 믿고 따른 무고한 희생자들, 어른들은 거짓말로 변명하기 바빴고 무지한 어른들은 어찌해야 할지 모른 채 우왕좌왕했으며 정치인들은 권력에 미칠 영향 계산에 바빴을 뿐이다. 그러는 사이 그런 작별인사와 함께 물속으로 잠겨가는 아이들을 지켜만 볼 뿐이었다.
결국 비원칙이 지배하는 특히 갑(甲)의 위치에 있는 우리 사회 지배층들이 이 처참한 사태의 주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사태파악조차 못한 정치꾼들이 사고 현장을 찾아 위로한답시고 ‘기념촬영’, ‘장관님 오십니다’ ‘팔걸이 의자 컵라면 끼니’ 등 기가 찰 정도의 촌극을 연신 일삼으며 숨조차 제대로 못 쉬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지 않았는가? 유력 정치인이자 재벌가 아들은 전국민을 미개인으로 치부하면서 삼류연극의 하이라이트 정점을 찍었다.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면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었지만, 위기 대응 매뉴얼도 없고, 지휘 체계도 제각각이었다. 세월호 참사 사고 이후 안전 불감증, 무기력한 재난 위기 대처가 재앙을 불렀다는 외신들의 지적이 우리를 더 부끄럽고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국민은 맥이 빠질 대로 빠져 있다.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문제점과 해운업계에 대한 총체적 부실과 비리온상을 밝혀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히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汚名)을 쓴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사건을 겪고도 대한민국은 이번에도 젊음을 미처 꽃피우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무엇보다 이번 참사는 대형 인명사고를 낸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일어나 ‘안전 대한민국’이라는 정부 구호가 무색하게 다가온다.
전형적인 후진국 형 사고로 드러난 대참사,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원칙이 무너져 슬픔이 반복되는 이 현실, 지금 국민들은 이 나라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부는 피해자 가족은 물론 국민의 허탈과 무력감, 불신, 원망을 삭일 수 있는 철저한 대책을 하루빨리 만드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이번 참사에서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살아있는 국민들이 해야 할 엄숙한 의무가 있다. 저 세상으로 떠난 소중한 어린 생명들의 넋을 기리고 후세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 나부터 원칙을 지키고 안전습관을 실천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반칙과 변칙을 통한 뒷거래로 나의 뜻을 이루려 하지 않겠다는 각오도 필요하다.
어떤 애도로도 위로가 될 수 없는 희생자와 그 유가족들에게 너무나 죄스럽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