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바쁘게 돌아가던 지방선거가 멈췄다. 국민적 슬픔과 무기력증은 고공행진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을 ‘뚝’ 떨어뜨렸다. 여파는 여당인 새누리당에게도 미치고 있다. ‘참패’ 위기감까지 감돌며 새누리당측은 “종아리라도 맞겠다”는 심정을 내비쳤다.
새정치연합측 또한 이를 기회로 삼아 ‘정권심판론’ 운운하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악용하다 된서리를 맞을 수도 있다는데 신중한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정치의 무능·무기력·무책임이 더이상 반복돼서는 안된다”며 “국민안전을 책임지고 인간존엄사회를 만들 의무가 정치에 있다”고 밝히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한편 선관위는 각 정당의 공천심사를 4월 말까지 마무리하길 희망했으나 정당들은 ‘경선시작’조차 알리지 못했다. 후보자 등록일이 당장 5월 15일과 16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선진출자를 가리기 위한 천안시장 예비후보들의 행보가 조심스럽게 시작되고 있다.
천안의 경우 광역의회선거와 기초의회선거 또한 갈 길이 바쁜 형편. 간편하게 100% 여론조사를 돌린다 해도 세월호 참사에 애도하는 분위기에서 제대로 조사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정치연합 천안시장 경선
한태선 배제된 ‘구본영·이규희’ 2파전 될 듯
<확정.. 본선진출자>
박찬우(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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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춘자(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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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무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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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10명이 나선 천안시장 예비후보는 현재 다섯명으로 압축된 상태다.
먼저 4명의 예비후보가 나온 새누리당은 컷오프를 통해 도병수·이정원씨가 탈락됐다. 또한 최민기 예비후보는 도당공심위가 결정한 ‘100% 여론조사’에 반발, 경선철회했다. 이로써 차관출신인 박찬우 예비후보가 단독후보로 본 무대에 올랐다.
4월16일 5일째 단식투쟁을 접은 최민기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불공정 경선으로,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향후 거취는 몸을 추스린 후로 돌렸지만 이후 세월호로 인한 ‘입장발표’를 미루고 있다. 항간에 경선을 다시 하자는 말도 들리지만 도당은 번복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박찬우 예비후보측도 이제 와서 조정하자는 건 있을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최민기 예비후보는 새누리당의 결정을 수용하든가, 무소속출마를 검토하든가의 판단만 남아있다. 4월28일, 최 예비후보의 측근조차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측도 사실상 구본영·이규희의 경선경합으로 진행될 듯하다.
<미정.. 새정치연합 경선경합자>
구본영(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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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희(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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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수는 이규희와의 단일화에서 고배를 마셨고, 경선참여를 희망한 한태선 예비후보는 ‘음주운전 3회’로 공천금지규정에 걸려 아웃됐다. 알려지기로는 이의신청으로 도당이 재심사중에 있지만 구제되기가 쉽지 않다.
새정치연합 충남도당 공심위측은 현재 국민여론조사 50%와 당원전수조사 50% 방식으로 1000샘플을 돌리겠다는 방침을 내려놓고 있다. 구본영 후보측 관계자는 “분위기로 봐서 곧 경선에 따른 여론조사가 시작될 것 같다”고 전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4월17일 세월호 침몰사건에 따라 지역위원회와 시·도당에 선거운동 중단에 대한 공지를 하고 6·4 지방선거 관련 운동을 전면중단한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아직도 재개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이외 무소속에서는 천안YMCA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박성호씨가, 통합진보당은 선춘자씨가 천안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국 천안시장 본선경쟁은 박찬우(새누리당), 선춘자(통합진보당), 박성호(무소속)와 새정치연합의 경선(구본영과 이규희) 승리자가 겨루는 4자구도가 유력하다.
세월호 참사 ‘선거는 산으로…’
가장 정점에 있어야 할 선거기간이 사라졌다. 세월호 여파는 거리와 행사장, 기자회견장에서 싹 없어졌다. 하물며 매일 보도자료로 쏟아지던 언론메일마저 자취를 감췄다.
한 시장예비후보측 관계자는 “아는 지인들에게만 전화하는 정도다. 행사도 많지 않지만, 행사장에 가질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시장후보는 “자기 살길만 홍보하는 것 같아 전화조차도 쉽지 않다”며 “공약개발과 점검 쪽에만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행사장에 정치인은 ‘코빼기’도 안보인다. 큰 행사는 대부분 취소됐고, 자잘한 행사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행사장은 대체로 한적하다. 한 음식점 주인은 “선거특수는 고사하고 평상시보다도 손님왕래가 더 없다”며 한숨을 내쉰다.
출퇴근길에 주요 교차로 등에서 홍보피켓을 메고 선거유세를 했던 예비후보자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하루도 빠짐없이 거리홍보에 열심을 내던 한 예비후보는 “자칫 손을 흔들다간 역효과만 얻는다”며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지방선거의 판세는 ‘오리무중’이다.
새정치연합의 무공천 선언으로 새누리당 후보들의 ‘싹쓸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무공천 철회’로 가까스로 균형을 잡은 바 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으로 홍보활동이 막히면서 인지도 싸움이 돼버렸다. 무소속 출신들은 가뜩이나 인지도도 약한데다 홍보여력도 사라지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또다른 변수는 세월호 사건이 ‘정부의 초기대응 미숙’으로 판단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인 새누리당의 지지도가 가파르게 하강하고 있다.
문제는 지방선거의 경우 ‘인물본위’ 또는 ‘능력본위’로 선택돼야 한다는데 있다. 자칫 ‘정권(정당)심판론’으로 흘러 능력부족인 후보들이 대거 의회와 자치단체장에 입성해선 안될 일이라는 것. 한 예비후보는 “오랫동안 준비하고 나왔는데 내 능력과 열심보다 어느 정당이냐가 당락의 관건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