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대원 폭행은 자기생명에 폭행하는 것
필자는 1990년도 중반에 소방공무원에 임용돼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119구급대원으로서 재직기간의 대부분을 119구급대 업무에 종사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도 있듯이 필자가 초임 발령받아 근무할 당시와 지금의 변화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화재, 구조, 구급 등 소방업무의 대폭 증가는 물론이고 그에 따라 각종 장비도 어느 정도 양질의 현대화가 이루어졌고, 여전히 소방 공공안전서비스의 최일선에선 업무수행을 위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지만 과거에 비해 점차 인원도 충원 돼가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나 일부 몰지각한 주취자에 의해 119구급대원이 폭행당했다는 보도가 영상과 함께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잊을만 하면 나오고 있으니 10여 년을 119구급대에 몸 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 안타까운 심정은 말로 다 할 수 없으며 극히 일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가볍게 볼일은 아닌 듯 싶다.
최근 3년 동안의 공식적인 통계만 보더라도 매년 수십 건의 119구급대원 폭행사건이 발생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가 오죽 가슴이 답답했으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심순덕 시인의 ‘어머니는 그래두 되는 줄 알았습니다’란 가슴이 울컥해지는 느낌의 시를 듣고 불현듯 이런 패러디 시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119구급대원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까?
119구급대원은
아주 사소한 일에 마구 불러도 되는 줄 알았습니까?
119구급대원은
아랫사람처럼 막 대해도 되는 줄 알았습니까?
119구급대원은
막말과 욕설을 퍼부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까?
119구급대원은
이유없이 폭행을 가해도 되는 줄 알았습니까?
그러나, 그들도 119구급대원이기도 하지만
“아빠”라고 부르는 자식이 있었고,
“여보”라고 부르는 아내가 있었으며,
“아범아”라고 부르는 부모가 있었습니다.
119구급대원은
그렇게 욕설하고 폭행을 행사해선 안 되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러 간
그냥 똑같은 존엄한 한 사람이었습니다. |
119구급대원을 시민 여러분이 존중해 주고 응원해 준다면 혹시 언젠가 큰 곤경에 처해 119를 불렀을 때 어디든 언제나 달려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이다.
구급대원 폭행사범의 경우 소방기본법 및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처벌수위도 강화 됐지만 고질적으로 잘못된 음주문화의 개선 및 발전된 국격에 맞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고, 소방당국에서도 구급대원 보호정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