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성 교수(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태어난 지 1개월이 안 되는 아이들을 ‘신생아’라고 한다. 그런데 신생아가 열이 나 병원에 오면 의사들은 갑자기 심각해지고, 여러 가지 어려워 보이는 검사를 설명한다. 심지어 즉시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입원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한다. 우리나라는 신생아와 산모를 여름에도 바람 들어간다고 더울 정도로 따뜻하게 해주는 전통이 있어 아기 엄마들은 ‘너무 따뜻하게 해놨나?’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피 속에 침입한 세균, 중요 장기 공격
신생아패혈증은 한자의 뜻으로 해석할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敗(썩을 패)와 血(피 혈), 症(병 증)의 조합으로 ‘피가 썩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썩었다는 것이 아니고, 피안에 세균이 침입해 피를 타고 돌다가 몸의 중요한 장기인 뇌, 심장, 폐, 신장을 공격해 기능을 마비시켜 생명이 위험해진다는 뜻이다. 뇌는 ‘뇌수막염’, ‘뇌염’, 심장은 ‘심내막염’, ‘심근염’, 폐는 ‘폐렴’, 신장은 ‘요로감염’, ‘신우신염’을 일으킬 수 있다. 모두 심하면 치명적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열이 난다면 검사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집에서는 일반적으로 고막체온계를 사용하는데, 엄마들이 양쪽 체온이 서로 다르다면서 높은 온도를 믿어야 할지, 낮은 온도를 믿어야 할지 고민을 한다. 정답은 높은 온도를 믿는 것이다. 높은 정도가 38도를 넘으면, 일단 신생아의 고열로 보고, 병원을 방문해 검진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발열만이 패혈증의 징후는 아니다. 35도 미만의 저체온도 패혈증의 중요한 징후다. 이외에도 잘 빨던 아이가 빠는 힘이 약해지거나 움직임이 적어지고 늘어져 있는 상태도 중요한 신호다.
고열 외에도 저체온, 젖 빠는 힘 약해져도 의심
기본 혈액검사와 피안의 세균을 자라게 해서 확인하는 배양검사, 소변검사와 소변 배양검사, 뇌수막염 여부를 검사하는 뇌척수액 검사, 호흡기 바이러스 검사 등을 시행한다. 모두 비교적 안전한 검사들이다. 의사의 설명만 잘 듣는다면 대학병원에서는 큰 걱정 없이 시행할 수 있다.
치료는 검사 결과에 따라 항생제 투여를 시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입원기간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데, 중증 패혈증이 아닌 경우는 발열과 전신상태가 호전되고, 초기 배양 검사만 확인 된다면 1주일 전후로 입원 치료가 마무리 된다. 신생아 패혈증의 증상을 놓치지 않고 빨리 발견해서 치료만 한다면 심각한 후유증이나 쇼크상태에 빠지지 않고 건강하게 퇴원이 가능하다.
의심되면 빨리 검사 받고, 아기 만질 때는 손 위생 철저히
의심되기만 해도 패혈증에 대한 검사와 치료를 해야 하는 지를 물어 보는 경우가 있다. 신생아 패혈증의 후유증은 뇌성마비나 만성신부전, 심각한 쇼크 등을 동반할 수 있어 의심이 된다면 한 발짝 빨리 검사하고 치료하는 것이 안전하다.
예쁜 신생아를 패혈증에 걸리지 않게 하려면, 임신 중 건강관리와 분만 후 손 위생이 가장 중요하다. 패혈증을 걸리게 하는 균들은 대부분 어른들의 손에 많기 때문이다. 신생아 때 체온상승이나 저체온을 별 것 아니라고 치부하는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간혹 심각한 상태의 패혈증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아름다운 아기의 건강을 위해 체온 체크와 손씻기를 잘한다면 패혈증은 미리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