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현 교수(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통증클리닉)
대상포진 발병 위험은 나이가 들면서 증가하는데, 80세 이상 노인 인구에서는 50%나 발병할 정도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층에서 주로 걸리는 대상포진이 최근엔 20~40대 젊은 층에서도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아마도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주원인인 듯하다. 이렇듯 연령구분 없이 다발하는 대상포진은 어릴 때 주로 걸리는 수두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이다. 최초 감염 이후 척수후근 신경절이나 삼차 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수두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재활성화 되면서 띠 모양의 수포나 발진 등 피부증상과 함께 통증이 동반된다.
면역력 구멍 생기면 찾아드는 대상포진…치료시기 놓치면 심각한 후유증 남겨
일교차가 큰 환절기가 되면 감기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가 겨울철 못지않게 많이 늘어난다. 대개 감기에 걸리면 오한이나 발열 증세가 나타나는데 대상포진의 초기 증세도 감기와 비슷하다. 그래서 감기나 근육통으로 잘못 알고 대응하거나 방치해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겨 오랫동안 심한 고통을 겪을 수 있다.
급성기 대상포진을 신속하고 적절하게 치료하지 못해 발생하는 심각한 후유증은 바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실제 진료실에서도 급성기 대상포진 발생 후 상당한 통증이 있었음에도 꾹 참고 대증요법에 의존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넘어간 경우를 많이 본다. 따라서 수포나 발진이 없더라도 감기 증세와 함께 일정 부위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면 대상포진의 신호가 아닌지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5명중 1명이 겪는 후유증 ‘신경통증’
급성기 대상포진은 최초 발진에서 대부분 한 달 이내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진단 시기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지만 발진 후 3개월이 지나도 통증이 지속될 때를 말한다. 급성기 대상포진 환자의 약 20%에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겪는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심각한 통증과 함께 우울증을 동반하며, 통증조절을 위한 약물치료와 신경차단술 등을 시행해도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이다. 그래서 급성기 대상포진의 치료는 급성통증을 감소시키고, 피부병변의 확산과 그에 따른 합병증을 줄이는 것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의 이행을 막는 것이다.
급성기 대상포진 환자 중 나이가 많고, 초기 통증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심하며, 발진이 심한 경우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행하기 쉽다. 대개 예후도 좋지 않아 이런 경우 초기부터 적극적인 신경차단술과 약물투여가 필요하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치료법은 약물투여가 주된 치료법이다. 부수적으로 신경차단 및 고주파 열응고술 등이 시행되기도 하지만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환 후 기간이 길면 길수록 치료성적이 좋지 않다. 약제는 주로 가바펜틴, 리리카 등의 항경련제와 항우울제 등을 사용하게 된다. 통증이 심한 경우는 마약성 진통제가 사용하기도 한다.
발병 전 백신접종, 발병 후 조기 신경차단술
앞서 언급했듯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이환 이후에는 극심한 통증은 물론 치료가 힘들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급성기 대상포진 시 심각한 통증이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무조건 가까운 통증클리닉을 찾아 조기에 적합한 신경차단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장년층에게 대상포진은 예방이 최선이다. 대상포진 백신이 2년 전부터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다. 따라서 55세 이상은 백신접종도 대상포진 예방의 한 방법이다. 고령이면서 만성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건강관리에 유의해야한다. 꾸준히 운동하고, 영양가 있는 식단에 신경을 쓴다. 스트레스와 과로는 발병위험을 높이므로 평소 잘 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