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국립 공주대 교수 2명을 '직위해제' 했지만 시민단체는 이번 사건과 관련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했다.

공주대는 12일 대학본부에서 주요 보직자 회의를 열고 해당 교수 2명을 직위해제(신분을 보유하면서 직무를 해제하는 것)했다. 해당 교수들이 진행하던 수업(전공필수 2과목을 포함, 5과목)은 강사로 대체하기로 했다.

하지만 충남성평등교육문화센터(충남 아산시 배방읍)는 13일 오전 세종시에 있는 교육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했다.

앞서 대전지법공주지원은 지난달 이 대학 미술교육과 교수 2명에 대해 각각 300만 원과 8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3월에서 6월까지 강의실 등에서 여학생의 허리에 손을 올리거나 엉덩이를 두드리는 등 4명의 여학생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고의가 인정되며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시민단체는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가르치는 일은 일단 피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때늦은 결정인데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인사위원회를 통해 복귀할 공산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학생들과 시민단체가 학교 측을 믿지 못하는 데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학생들은 두 교수가 정식 기소된 지난해 초, 교육공무원법을 근거로 '직위해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1심 판결 후에도 학교 측은 "이미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려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더 이상 징계는 할 수 없다"며 "교수에게도 강의를 개설할 교육권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징계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직위해제사유로 평가될 수 있다면 새로이 직위해제를 할 수 있고 일사부재리나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제시했다. 결국 '직위해제'로 학생들의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이 얻은 것이다.

학교 측의 편파적 대응도 불신을 초래했다. 당초 학생들은 해당 교수들의 사과를 요구했다. 1년 가까이를 기다렸지만 반응이 없자 할 수 없이 해당 교수를 고소했다. 학교 측은 징계위원회 결과도 피해학생들에게 고지하지 않았다.

지난해 2학기 수업개설 방지대책을 요구하는 대책위원회 소속 학생들에게는 '정직 3개월이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 아느냐'며 가해교수를 두둔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학생들이 1인 시위를 벌이자 학교 관계자가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동'이라며 학생들을 꾸짖었다"고 말했다.

충남성평등교육문화센터 관계자는 "공주대가 그간 보여준 행적을 보면 '직위해제'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적인 조치로 보인다"며 "성추행 교수들이 교단에 서지 못하도록 교육부와 공주대에 보다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