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한 금강 백제교 부근에 서식하던 대형무척추 동물의 개체수가 4대강 공사로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환경단체가 한정애 민주당 국회의원을 통해 입수한 국립환경과학원의 '2012년 금강 어류 폐사 정밀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부여 백제보 부근에서 당시 대량 폐사한 누치, 눈불개 등 담수어종의 먹이가 되는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종수와 개체밀도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 보고서는 금강 물고기 떼죽음 이후 1년여에 걸쳐 조사한 결과물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백제보 상류지점(5.3 km 위)의 경우 무척추동물종은 2009년 하반기의 경우 13종 507㎡(개체밀도)를 보였지만 4대강 공사후인 2011년 6종, 개체밀도 200㎡으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다시 3종 63㎡으로 더 낮아졌다.
백제보 하류(2.0km 아래) 부근의 경우에도 4대강 공사 전인 2009년 하반기의 10종(개체밀도 1967㎡)에서 2011년 8종(74㎡), 지난해 3종(4㎡)으로 감소했다. 특히 백제보 6.7km 하류의 경우, 2011년 상반기 4종 2048㎡에서 사고 직전인 이듬 해 하반기에는 3종 22㎡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여울과 소, 하중도가 사라지면서 하천수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유수역이 없어지는 등 무척추동물들의 서식환경이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원은 보고서를 통해 "죽은 물고기의 외관 형태로 보아 굶주림 현상이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담수 어류의 먹이원인 저서성 대형 무척추동물의 감소는 어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밀조사를 벌였지만 폐사 원인이 될 만한 특이사항을 찾지 못했다'고 결론짓고 있다. 환경부는 이를 토대로 지난 달 말 보도자료를 통해 '다각적으로 검토했으나,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특히 어류폐사의 원인 규명을 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전문 인력과 장비 미비'를 들고 있다. 보고서는 "과학적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죽은 물고기의 생체 조직(세포)의 단백질 변이 변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데, 전문 인력과 분석 장비(NMR,핵자기공명 등)가 없어 원인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국내 전문기관이나 여러 대학에 관련 조사를 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이 있다"며 "외부기관에 조사를 의뢰하면 얼마든지 연구조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비와 인력 타령을 하는 것은 결국 환경부가 폐사 원인을 적극적으로 규명할 의지가 없었다는 얘기이자 핑계에 다름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사 보고서' 아직도 공개하지 않는 환경부
게다가 환경부는 과학원이 작성한 이 같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유진수 금강을지키는사람들 집행위원장은 "과학원에서 자료를 공개적으로 발간해야 하는데 뭐가 두렵고 무서운지 정보공개를 요청해도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서에서 상류에서 떠내려 온 것이 아닌 하류에서 폐사된 것으로 판단한 것은 사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차단하지 않아 떠내려 간 물고기 사체가 부패, 대형 사고로 확대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민걸 교수는 "보고서에는 원인규명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 설계가 없고 애매한 수심별 조사위치에 자문위원 명단도 들어 있지 않다"며 "전체적으로 '원인 불명'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짜 맞추기를 한 것으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