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과 함께 우리민족 최고의 명절인 설 명절이 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우울한 이야기만 가득하다. 새해벽두부터 오르기 시작한 물가는 서민들의 장바구니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아픔을 헤아리고 보듬어야 할 정치권은 아직도 그들만의 셈법으로 이기적 사고에 멈춰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올해는 융성한 국운이 피어올라 세파에 힘겨운 서민들의 근심을 덜고 침체된 경제사정도 호전돼 깊게 패인 주름살이 쭉 펴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이 간절하다.
무엇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착근을 앞당길 6.4 지방선거에서 선공후사의 원칙을 지키는 정직하고 능력 있는 인재들이 등용되어 진정으로 국민을 두려워하며, 하늘처럼 섬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나 이 같은 바람은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인물은 뒷전인 채 공천=당선 등식으로 ‘정당 공천제 폐지’ 공약이 물 건너 가는 듯 하다.
지난해 여야 대통령 후보가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과 시·군·구 의원들의 면전에서 중앙정치 간섭에서 벗어나야만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가능하다며 눈치 보기와 줄서기의 폐해가 극심한 기초자치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를 약속한 바 있다. 국민이 선출한 단체장과 의원들 앞에서 한 공약은 단순히 TV나 장터 유세장에서 한 것과는 사뭇 다른 의미가 있다.
이처럼 확고한 대선공약을 부도내면 무슨 약속을 지킨단 말인가. 대선 정치공약의 1호와 같고, 별 예산이 없어도 일부 법률만 보완하면 지킬 약속인데도 눈과 귀가 의심되는 말 뒤집기로 공천폐지는 그냥 한번 해본 소리가 되고 있다. 오로지 정치 계산만 있고 국민을 두려워하는 대의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위헌소지가 있고 여성의 정계진출을 막는다는 변명과 함께 능력과 도덕성이 검증안된 범죄경력자와 토호들이 난립해 유능한 인재발탁이 어렵다는게 그 이유다. 그래서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당사자인 전국 기초자치단체장협의회 및 전국 시·군·구의장협의회, 시민단체 등의 극심한 반대에는 귀기울이지 않고 있다. 수준높은 국민이 지역발전에 헌신할 유능한 인물과 범죄경력자, 돈 많은 지방토호 등을 구분 못한다는 논리와 진배없다. 우리는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주민을 섬겨야 할 기초의원들이 유세장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보아왔다. 소속당 행사 때는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며 현안을 미루는 현상은 공천제도가 없던 시절에는 볼 수 없었다. 이런 폐단을 정치권 스스로가 인지하고 대선 공약으로 삼았음에도 이제와 나몰라라 한다면 이는 분명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6·4지방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그들만의 이기로 선거의 규정조차 확정지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의 규칙이 늦게 결정될수록 입후보자와 유권자들의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벌써부터 지방선거와 관련한 과열 혼탁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2012년 대선 때 여야 후보가 이구동성으로 공약한대로 돈 안드는 선거, 깨끗한 선거가 정착될 수 있게 최우선적으로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부터 지켜야 할 것이다. 이미 예비후보들이 표밭에서 뛰고 있는데 관련 선거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이다.
정치개혁과 지역주의 정치구도 해소를 위해 정당공천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던 정치권의 시간만 흘려 보내는 꼼수를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정치적 이득만 고민하는 작금의 정치권 모두 이번 설 명절 동안 민심을 들여다 보길 바란다. 정치란 행동을 바로 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당리당략에 따라 적당한 이유를 들어 원칙을 바꾸는데 따라갈 국민은 많지 않다. 국민들의 눈은 그렇게 어둡지 않다. 이번 기초선거 공천제 유지 결정이 6·4지방선거에서 어떤 결과로든 현명한 국민들은 표심을 드러낼 것이다. 그것이 곧 민주주의 실현의 첫걸음이란 사실을 현명한 국민들은 알고 있다.
더 이상 지칠 대로 지쳐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마저 빼앗아 가는 행보를 그만두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