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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안녕들 하십니까”

등록일 2013년12월2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차가운 기운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 한해도 일주일 후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가는 해의 끝자락에서 1년을 되돌아보며 직장동료나 가족, 친지들과 만남을 갖는 송년회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코가 비뚤어지도록 먹고 마시는 구태의연한 모습이 크게 줄어드는 등 송년회 문화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침체된 경기 탓이기도 하지만 흥청망청한 풍토가 사라지고 간소화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연말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과도한 송년회로 낭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펑펑 쓰지는 않더라도 주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잦은 모임과 술자리로 소비하는 사례가 여전하다고 한다.

날씨가 추워지고 연말이 되면 더욱 힘들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홀로 사는 노인들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된 이들이다. 연탄이 없어 추위에 떨거나 복지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저소득 빈곤층들은 겨울나기가 두렵다는 반응이다. 그런데도 온정의 손길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기업이나 개인의 복지시설 후원이나 기부 등 세밑 온정의 손길이 끊기다시피 했다니 안타깝다.

저무는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희망과 기대를 갖고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면 여전히 암울한 모습이다. 사회적 약자들은 무시당하고, 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정치권과 지도층 인사들은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느라 여념이 없다.

연말과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스스로 심각하게 자문해보고 토론해 볼 필요가 있다. 정치 지도자들은 아직도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향수에 젖어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본권력을 쥐고 있는 경제 지도자들은 국민을 생산성 향상과 이익 실현을 위한 도구로만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언론과 학문, 예술을 지배하는 문화 지도자들은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지는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불거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대학가에 이어 고등학교로 확산되는 가운데 대자보를 쓴 학생들에 대한 징계 여부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철도파업 노동자 대량 직위해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등 사회적 문제를 거론하면서 대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것을 독려하는 내용 자체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별 탈 없이 잘 살고 계시느냐’는 이 느닷없는 문안 인사는 청년들, 나아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안녕치 못한 탓이고 현 정치권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안녕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고려대학교의 대자보에 답하는 “너희들에게만은 인간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었는데…. 너를 키우면서 부끄럽게도 성적과 돈에 굴종하는 법을 가르쳤구나. 미안하다. 이제 너의 목소리에 박수를 보낸다”라며 82학번 너희들의 엄마라고 밝힌 사람이 쓴 손 글씨가 또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양극화와 소통 없는 사회, 정치권의 독선과 이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을 반증해 주고 있다.

그동안 청소년들은 입시중심교육에 길들여 왔고, 청년세대의 침묵은 취업이라는 현실조건과 결부되면서 사실상 강요된 침묵이었다. 유예된 침묵이 세상을 향해 물꼬를 트는 행동이란 점에서 우리사회 지도층이라 일컫는 정치권의 행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대선이 끝난지 일년이 지난 시점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은 어디에서 표류하고 있는지, 그 책임에 중심엔 누가 있는지 정치권 모두 반성해야 할 때다. 얼마 남지 않은 2013년 반성과 함께 자성의 시간을 갖고 국민들에게 다가서길 바란다. 그리고 새해엔 “안녕들 하십니까?” 가 아닌, “행복했습니다” 로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싶다는 희망을 안고 2014년을 맞이하고 싶다.

이승훈 편집국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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