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숙원사업으로 건립 중인 벼 건조·보관시설이 마을통장의 잇속 차리기 사업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의 벼 건조·보관시설은 모종1통 영농조합법인이 아산시의 민간자본보조사업을 지원받아 건립하는 시설로, 모종비위생매립장과 음식물처리장 등 주민들의 지속적인 민원에 따른 보상금 4억원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영농조합법인 대표인 마을의 통장은 시설건립에 대한 주민동의를 구하는 두 차례(3월초, 4월9일) 과정에서 ‘보상금 4억원에 대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겼으며’, ‘벼 건조장(통장소유)을 옮기는 것’이라는 거짓으로 주민동의를 얻어내 사업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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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초등학교에서 100m 떨어진 곳에 건립 중인 벼 건조장이 주민숙원사업이 아닌 개인숙원사업이라는 의혹이 제기 됐다. |
주민들을 위한 보상금 4억원으로 벼 건조장을 이전·건립한다는 사실은 지난 4월9일 두 번째 주민동의를 얻는 자리에서 한 주민의 폭로로 주민들에게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출석주민의 날인을 받은 후였다. 이후 주민들은 ‘사업을 망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통장의 협박이 두려워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이 같은 마을주민들의 말 못할 속사정은 5월초 충무초등학교 학부모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학교에서 100m 떨어진 곳에 건립되는 벼 건조장을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세간에 알려졌다.
비상대책위원회의 한 회원은 “지난 6월29일 복기왕 아산시장과 면담에서 해당사항을 전달했으나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통장의 처제가 아산시 시의원이고, 학교동창이 시의원, 아산시 공무원(사무관)이기 때문에 외압 없는 투명한 조사를 위해 충청남도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청원했다”고 말했다.
이에 아산시는 ‘절차상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7월11일 충무초등학교에서 진행된 대책회의에서 아산시의 한 관계자는 “절대·상대정화구역 등 학교보건법에 저촉되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허가 승인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복기왕 아산시장은 “감사원의 결과에 따라 시장이 책임을 지든, 담당자가 책임을 지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충남 감사위원의 감사결과에 책임을 떠넘겼다.
아산시 자원순환과에서 작성한 충청남도 감사위원회 감사요청에 대한 답변도 도마위에 올랐다. 복기왕 아산시장이 대책회의에 놓고 간 자료에는 ‘보조금은 마을 총회를 통해 모종1통 영농법인으로 투자하기로 결의했다. 이에따라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작성됐다.
서류를 접한 마을주민들은 “통장 개인의 속임수로 작성된 주민동의서는 무효처리 돼야 마땅하다. 또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아산시가 ‘절차상 적법’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통장 개인사업이 주민숙원사업이라고?
통장 두려워 주민들 말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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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1통 영농조합법인의 대표이자 마을 통장의 벼 건조장. 한 주민에 따르면 벼 건조장을 이전·건립하면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은 통장 그 자신이라고 밝혔다. |
보조금 4억원에 대한 ‘궁색한 해명’
모종1통 인근(400m 이내)에는 1982년부터 1994년까지 사용한 후 2007년에 정비한 모종비위생매립장이 위치해 있다. 또한 2002년부터 2010년 12월 말까지 사용한 음식물처리장(매립)이 위치해 있어 악취피해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곳이다.
이에 주민들은 아산시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해 왔다. 그러자 시는 벼 건조·보관시설 사업계획서 및 마을총회 회의록 등을 바탕으로 ‘보조금 4억원 결정’을 마을에 통보했다.
그러나 아산시의회의 예산심사를 거쳐 보조금 4억원이 결정된 사실을 알고 있는 주민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 마을의 주민들에 따르면 통장은 농사 및 벼 건조장 운영 등 자신의 사업과 연계된 벼 건조·보관시설을 건립하기 위해 모종1통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고, 마을숙원사업 처럼 꾸며 아산시로부터 보조금 4억원 지급결정을 받는 등 아산시와 주민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4월9일 열린 마을회의에서 한 주민은 “주민을 위한 보상금 4억원을 개인적인 사업에 쓰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같은 발언에 주민들이 술렁이자 통장은 그제서야 보상금 4억원을 시인하며 “보상금을 받기 위해 개인돈 1000만원을 썼다. 건조장의 1년 수익금 중 200만원을 관광후원금으로 마을에 기증하겠으며, 농사를 짓는 주민에게는 벼 건조장 사용료 중 200평(1마지기)당 1만원을 깎아주겠다”고 답했다.
그마저도 벼 건조장의 수입이 괜찮았을 때 가능하고, 수입이 변변치 않거나 땅의 임대기간인 10년이 지나면 어떠한 지원·혜택도 줄 수 없다는 전제가 붙었다.
이에 한 주민은 “결국 마을지원금 4억원 중 200만원만 10년에 걸쳐 환원하고 나머지 3억8000만원은 본인이 착복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을숙원사업이 어디 있다고
모종1통 통장은 마을숙원사업으로 벼 건조장을 이전·건립한다고 했지만 그 혜택을 보는 주민은 소수에 불과하다.
‘통장이 마을주민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한 주민들에 따르면 보상금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구는 52가구며, 그 중 농사를 짓는 가구는 16가구, 통장의 벼 건조장을 이용하는 가구는 7가구에 불과하다.
또한 인근에는 통장소유의 벼 건조장을 비롯해 3곳의 벼 건조장이 위치해 있다.
이중 한 곳은 200평당 5만원의 벼 건조비를 받는데 반해 통장소유의 벼 건조장에서는 200평당 7~8만원의 벼 건조비를 받는다.
벼 건조장이 이전·건립 된 후 주민들에 한해 1만원을 깎아준다고 하더라도 다른 벼 건조장에 비해 1~2만원이 비싼 셈이다.
이에 한 주민은 “통장은 20만평(1000마지기)의 소작농 및 농업대행과 함께 벼 건조장을 운영하는 등 벼 건조장이 건립되면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은 통장 그 자신이다. 때문에 이번 벼 건조장 이전·설립은 마을숙원사업이 아닌 통장의 숙원사업”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통장의 보복이 두렵다”
“통장의 보복이 두렵고, 불안해서 말을 못하겠어요.”
이 마을에 거주하는 한 주민의 말이다. 이 주민 외에도 다수의 주민이 이와 비슷한 말을 했으며, 몇몇 주민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예로 들며, 통장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냈다.
4명으로 이뤄진 모종1통 영농조합법인이 주민을 위한 보상금 4억원으로 벼 건조장을 이전·건립한다는 사실이 지난 4월9일 개최된 마을회의에서 밝혀졌음에도 주민들이 쉬쉬하는 까닭이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북한에 김일성이 있다면, 모종1통에는 통장이 있다. 마을주민들 간에도 말을 조심하는 편인데, 통장에 대한 험담이 통장 귀에 들어간다면 보복을 받을까 두렵기 때문”이라며 “통장이 ‘내가 나가면 건달이야’라는 등 주민들에게 위협을 가한다. 내가 지금 기자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통장에게 고자질 한다면 난처한 일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 통장 ‘빽’이 그렇게 좋아?
지난 5월4일, 모종1통 영농조합법인은 아산교육지원청을 통해 충무초등학교에 벼 건조장 신축에 관한 학교의견을 공문으로 물었다.
이에 학교는 학무모 회의를 거쳐 벼 건조장 가동으로 인한 소음 및 분진, 차량증가로 인한 교통안전사고 우려 등의 반대의견을 공문을 통해 전달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아산시의회의 한 시의원이 충무초등학교 교장을 찾아왔으며, 이 시의원은 학교장에게 반대하는 이유 등을 청취해 갔다.
시의원의 방문에 학교장은 ‘시의원이 관심을 가져주니까 일이 긍정적으로 해결 되겠구나’라며 희망을 품었지만, 그 시의원이 모종1통 영농조합법인 대표(통장)의 처제라는 사실을 알고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학교를 찾아온 이는 시의원 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9일 아산시청의 한 국장과 직원 2명이 학교를 방문해 ‘벼 건조장 건립은 시예산으로 이뤄지는 사업’이라며 학교장을 설득한 것.
충무초등학교의 한 관계자는 “아산시청의 모 국장이 다녀간 다음날 시청직원이 또 찾아왔었는데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정치하는 사람들이 시켜서 왔다’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11일 충무초등학교에서 진행된 대책회의에서 복기왕 아산시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날 복 시장은 벼 건조장의 분진이 학생들의 학습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학교장의 말에 “벼 건조장 분진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있느냐.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대화를 풀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모종1통 주민의 목소리도 시민의 민원이다. 이 문제가 학생들의 등하교관계(공사차량으로 인한 학생들의 교통안전)가 아니었다면 대화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복 시장의 발언에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벼 건조장 분진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학교장에게 요구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전문기관이 해야 할 일을 학교에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며 “모종1통 주민들도 시민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복 시장은 모종1통의 민원이 모든 주민의 한결같은 목소리인지, 벼 건조장과 이해관계가 있는 몇몇 사람의 목소리인지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비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교장실에서 진행된 대책회의에 일부 학부모들이 참여하려 했으나 문 앞에서 저지당했다. 또 이를 항의하는 학부모들의 소란에 복 시장은 ‘문 닫아’라고 소리쳤고, 아산시청의 한 직원은 복 시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문을 닫아버렸다.
이 비대위 관계자는 “마을 통장 ‘빽’이 엄청 좋은가 보다”며 “아산시장과 시의원, 시청직원들까지 모두다 통장을 비호하는 느낌이다”라며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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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1일 충무초등학교 교장실에서 진행된 대책회의에 참석하려는 학부모들을 아산시 공무원들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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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의 소란에 복 시장은 ‘문 닫아’라고 소리쳤고, 아산시청의 한 직원은 복 시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문을 닫아버렸다. |
통장 음해하려는 농간?
개인숙원사업을 주민숙원사업 인냥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통장은 모든 사항을 ‘나를 음해하려는 몇몇 사람의 농간’이라고 일축했다.
통장은 “벼 건조장 이전·건립은 순전히 마을주민을 위한 것이며, 현재의 벼 건조장을 이전함에 따라 나는 매년 1000만원에 가까운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또한 “법인 설립은 토지형질변경 등 7000~8000만원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편이었으며, 문제가 불거진 이후 벼 건조장 수익의 일부분을 적립해 마을공동재산으로 활용할 방침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벼 건조장 이전·설립에 따른 주민동의서를 구하는 두 차례의 과정에서 ‘보상금 4억원에 대한 사실을 고의로 숨겼다’고 밝힌 통장은 “견물생심이다. 큰돈을 보면 욕심을 내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때문에 보상금 4억원을 두고 마을주민 간의 분열을 막고자 보상금을 언급하지 않았으며, 벼 건조장이 완공되면 주민들에게 알릴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통장말만 듣는 ‘아산시’
모종1통 영농조합법인이 건립 중인 벼 건조장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 마을의 주민들과 충무초등학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시는 절차상 적법하다는 입장을 고수하지만 마을숙원사업에 대한 허가 승인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실제 주민들의 의견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충청남도 감사위원회 감사요청에 대한 답변 자료도 입방아에 올랐다.
아산시 자원순환과에서 작성한 충청남도 감사위원회 감사요청에 대한 답변 자료는 지난 7월11일 충무초등학교에서 열린 대책회의 자리에서 복기왕 아산시장이 놓고 갔으며, 그 안에는 감사위원회의 질의와 답변 등이 작성됐다.
충청남도 감사위원회 감사요청 질의에는 ▷벼 건조장 건립이 모종1통 전체 주민의 숙원사업인가 ▷벼 건조장을 신축하려는 통장과 그의 처제인 시의원이 가족관계이기 때문에 시가 통장의 편에 서서 도움을 주는 것인가 ▷모종1통 주민들의 보상지원금 4억원의 집행은 관리가 되었는가 등이다.
이에 시는 ‘마을총회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며, 마을 기금형성 및 친목도모를 위한 내용으로 판단 함. 이에 따라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시의 답변에 마을의 주민들과 충무초등학교 비상대책위원회는 “시는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하지만 무엇을 확인 했는지 모르겠다”며 “감사원 질문에는 통장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시는 주민의 말이 아닌 통장의 말만 듣고 답변에 임한 것이다. 아산시는 탁상행정을 그만두고 실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