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를 통해 65%이상이 찬성하면 평준화를 도입하자는 취지의 평준화조례안이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되자 평준화 찬성측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천안을 비롯한 충남지역의 고교평준화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충남도의회가 지난 6일, 충남고교 평준화 여론조사 찬성비율을 65%로 정한 조례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도의회는 이날 오후 도의회 본회의에서 교육위원회가 제출한 충남고교평준화 실시 기준 여론조사 찬성비율을 65%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충남고교평준화 조례(안)’을 표결 끝에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김종문 의원 등은 충남고교평준화 실시기준 여론조사 찬성률을 여론조사 50% 이상으로 하는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표결 결과 찬성15, 반대25로 부결됐다.
교육감은 기존에 70% 이상 찬성할 때 평준화를 도입하자는 취지의 조례안을 낸 바 있어 사실상 고교평준화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
게다가 여론조사의 대상 및 시기 선정, 가중치 배분, 찬반 외에 ‘모름’을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등 방법론적인 영역은 대부분 교육감의 권한으로 귀속돼 있는 상황이어서 평준화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고교평준화 도입하려면 65%이상 동의해야
마지막까지 표결 끝에 결국 과반수안 좌초
조례운동본부, ‘도민열망 저버린 도의회의 폭거’ 비난
충남 고교평준화 조례는 그동안 여론조사 찬성비율을 몇 퍼센트로 할 것인가를 핵심의제로 놓고 격론을 벌여왔다.
당초 충남도의회는 지난 4월, 의원 33명(전체의원 45명, 현재 42명)이 ‘충남고교평준화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 조례안의 골자는 여론조사 찬성 비율을 50%로 하는 내용이다.
그러자 충남도교육청이 여론조사 찬성 비율을 70%로 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충남도의회는 두 조례안을 놓고 도민들의 여론을 좀 더 수렴해야 한다는 이유로 심의를 보류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 5월, ‘충남고교평준화주민조례제정운동본부’는 충남 주민 1만7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 조례안 발의를 위한 서명지를 충남도교육청에 제출했다. 이 조례안은 여론조사 비율을 50%로 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 도민들은 도의회가 고교평준화 시행 기준이 되는 찬성 비율을 50%로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6월29일 예상과는 달리 고교평준화 실시 기준 여론조사 찬성비율을 65%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충남고교평준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지난 7월6일 본회의에서 이를 밀어 붙인 것이다.
‘충남 평준화는 전례없이 어려운 조건’
7월6일 도의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벌어진 6월29일 도의회 교육위원회의 간담회.
김지철 의원을 대표로 도의원 33인이 공동발의한 50%찬성안과 충남교육청이 발의한 70%안을 두고 논의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명노희 의원(교육의원·서산태안당진)이 동의율을 60%로 하자는 수정안을 내놨다. 의원간 합의가 안 돼 표결한 결과는 4대4 동수로 나왔다. 그러자 조남권(교육의원·금산논산계룡부여서천) 의원은 65%안을 제출했고 이 안은 5대3의 결과로 확정됐다. 김지철 의원이 발의한 50%안은 표결도 못해보고 파기된 것이다.
사실상 상임위원회에서 본회의에 올릴 안건을 표결로 결정하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인데 2차 투표까지 가서 65%안을 결정한 것이다.
당시 한 도교육청 공무원은 “사실상 오늘 표결에 앞서 의원들간 사전 협의가 이뤄졌었다. 아쉽더라도 이해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전체 도의원 45명(현42명) 중 33인의 동의서명을 받아 50% 안을 제출했던 김지철 의원과, 50%안을 골자로 직접 조례안을 만들겠다며 서명한 주민 1만7000여 명의 바람은 이렇게 허무하게 사그라져 버리는 상황이다.
이번에 결정된 65% 동의안은 사실 도의회 내에서 이전에 언급된 전례도 타 지역에서의 사례도 없는 생소한 숫자다.
대부분의 지역은 50% 찬성시 도입이었고, 강원도의 경우 교육청이 주도하는 평준화에 동문회를 비롯한 반대측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60% 찬성시 도입이 결정됐지만 결국 약70%의 찬성으로 평준화가 도입된 바 있다.
전국에서 마지막 비평준화 지역인 충남의 고교평준화는 이렇게 전례없이 어려운 조건에 맞닥뜨리게 됐다.
이번 조례안 통과로 당분간 천안지역의 고교평준화 도입은 어려워졌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조례안에 공동서명은 왜 했나?”
전혀 예기치 않은 결과에 평준화 도입을 촉구해 온 이들은 분노에 앞서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다.
지난 6월29일 교육위원회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오자 충남고교평준화주민조례제정운동본부(주민조례본부), 전교조 충남지부 등은 즉각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조례본부는 ‘진지한 토론이나 지역여론을 수렴하는 의정활동 한 번 없이 정회와 속개를 수차례 반복하다가 결국 이런 결정을 내렸다니 납득할 수 없다’며 ‘조남권 의원은 지난 6월19일 천안시학교운영위원장 개인이 민주적 절차도 없이 만든 고교평준화 서명지 내용을 글자한자 바꾸지 않고 앵무새처럼 읊으면서 65% 찬성안을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65% 찬성안은 주민등록까지 기재하는 어려운 조건에서도 고교평준화를 열망한 1만7000여 도민의 서명, 천안지역 1만명의 서명인들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교육청 관료출신과 선진당 다수로 구성된 교육위원회의 폭거’라며 ‘사실상 도교육청과의 물밑야합, 교육청의 꼭두각시에 다름 아니다’라고 격분했다.
전교조 충남지부도 7월2일 바로 성명을 내고 65% 찬성조례안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전교조는 ‘교육상임위 통과안에 교육청과 교육상임위 사이에 물밑야합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 전교조는 이번 졸속 평준화 조례안의 철회와 과반수 이상 찬성안 통과를 위해 도민선전활동과 천안지역 홍보활동 등의 적극적인 반대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준화 측 한 관계자는 “교육관료 출신의원들이 교육청의 방패막이가 돼주면서 5대교육위원회보다도 못한 거수기가 돼버렸다. 전체의원 중 4분의3이 공동서명해 발의한 50% 의원조례안이 이렇게 왜곡돼 버린 것은 정신분열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심각한 자기부정이다”라고 토로했다.
본회의 표결서도 과반수안 결국 부결
교육위원회에서 상정하기로 한 65%안이 도의회 본회의에 붙여진 지난 7월6일. 마지막까지도 고교평준화는 논란의 핵심이었다.
이날 본회의장에는 고교평준화 주민조례운동본부측과 천안고교평준화반대모임 등 30여 명이 방청석을 메웠다. 한편 평준화 여론조사 찬성비율 65%에 찬성하는 주민들도 이에 맞서 맞불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종문 의원(민주통합당,천안쌍용1·2·3동)은 충남도의원 33인이 김지철 교육의원이 대표발의한 여론조사 과반수 찬성안에 공동서명했기 때문에 65% 수정안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수정동의안을 제출했다.
이에 이은철(공주아산연기) 교육의원과 이기철(아산·새누리당) 도의원은 반대의견을 내놨고, 김지철 교육의원과 임춘근 교육의원은 고교평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곧바로 표결이 이어졌고, 찬성과 반대가 각각 15대25표가 나와서 김지철 교육의원이 대표발의한 여론조사 과반수 찬성안은 부결됐다.
찬성표는 민주통합당 소속의원과 평소 평준화를 강조해 온 교육의원들의 숫자만 적나라하게 확인된 결과였다.
11일 박완주 의원주최 찬반토론회 열려
한편 박완주 국회의원(민주통합당·천안을)은 천안시의회와 함께 오는 11일(수) 오후2시 천안시청 대회의실에서 천안지역 고교입시 전형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는 평준화조례안을 두고 민감한 분위기에서 찬반의 의견이 충돌할 것으로 보여져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토론에는 김지철 교육의원, 배영현 고교평준화조례제정운동본부 정책담당, 박중현 충남좋은학교만들기 학부모모임 수석공동대표, 김영숙 천안시의원, 윤현구 천안고교평준화반대범시민연대 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박완주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 대해 “지역의 현안이면서 가장 첨예하게 논란이 되고 있는 일반계 고교입시 전형방법에 대해 시민들 앞에서 서로의 생각을 가감없이 토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