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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등급’과 ‘회초리 90대 체벌’ 부른 일제고사

학부모 단체, ‘학습파행! 막장폭력!’ 강력비난

등록일 2012년06월3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아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제고사 성적향상을 위한 ‘신분제 및 체벌 사건’이 발생해 학부모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일제고사반대 아산지역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7일 아산교육지원청 본관 앞에서 ‘일제고사를 빌미로 학습파행과 막장폭력을 조장한 충남교육청 및 아산교육지원청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

일제고사반대 아산지역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7일 아산교육지원청 본관 앞에서 ‘일제고사를 빌미로 학습파행과 막장폭력을 조장한 충남교육청 및 아산교육지원청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일제고사반대 아산지역공동대책위원회 김지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6학년 담임교사가 일제고사를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학생을 점수에 따라 귀족에서부터 노예까지 신분을 구분했고, 같은 학급의 영어교사는 회초리를 이용해 학생들의 발바닥을 많게는 90대씩 체벌하는 등 광기어린 폭력을 자행했다”며 “김종성 교육감과 김광희 아산교육장은 일제고사와 성적만능 정책으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겼었을 아픔과 고통에 대해 반성·사죄하고, 학습파행과 막장폭력을 불러온 일제고사를 폐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아산교육지원청은 지난 26일 해당학교를 방문해 학교장과 해당교사, 학부모, 학생 등의 진술을 통해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관련 교사 2명에 대해 학교장의 주의촉구서 발부, 교직원 생활연수 및 체벌금지 자체연수, 필요시 해당학급 집단상담 신청 등을 조치·계획했다.

한편 일부언론과 학부모단체의 설명과는 달리 해당학급의 학생 및 학부모는 이번 사건이 ‘왜곡된 진실’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들에 따르면 귀족과 노예를 구분하는 학력등급과 학생 한 명당 15대~90대의 회초리 체벌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이를 인권을 유린하는 노예취급과 광기어린 폭력, 학습파행, 불행, 무기력 등으로 표현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자녀가 평민 등급이었다고 밝힌 한 학부모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학교와 학생을 서열화 시키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 있다고 본다. 국가적인 평가에 대한 스트레스는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사건이 뉴스와 신문, 인터넷 등에서 ‘학생을 노예취급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학교·교사’라고 편파적으로 보도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아이도 70대 맞았지만 언론에서 보여지는 것 처럼 무자비한 학교폭력이 자행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성적·서열만능 일제고사 폐지하라!

일제고사반대 아산지역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7일 아산교육지원청 본관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준비로 일선학교를 학습파행과 폭력으로 몰고 간 김종성 교육감과 김광희 아산교육장은 즉각 사과하고 학습파행과 학교체벌을 포함한 인권유린을 엄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이들은 “지난 4년간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일선학교에서 일제고사를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광기어린 폭력을 자행할 때 충남교육청과 아산교육지원청은 대체 무엇을 했나”라며 “학습파행과 0교시, 7·8교시는 없다고 주장해온 아산교육지원청은 무능한 것인가, 꼼수에 능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일제고사반대 아산지역공동대책위원회 김지훈 대표는 “OO초등학교 노예·90대 체벌 사건으로 교과부를 비롯한 교육기관들이 주장한 교육의 실체가 드러났으니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적절한 조치, 재발방지 대책 등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후 충남교육청과 아산교육지원청이 떠넘기기식으로 회피를 한다면 좌시하지 않고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김광희 교육장과의 간담회를 요청했으나 출장 중인 관계로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 과정에서 ‘교육장실 점거 우려’를 이유로 통행로를 막고 있던 아산교육지원청 직원들과 고성이 오가는 등 한동안 말다툼을 벌였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김광희 교육장과의 간담회를 요청했으나 출장 중인 관계로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 과정에서 ‘교육장실 점거 우려’를 이유로 통행로를 막고 있던 아산교육지원청 직원들과 고성이 오가는 등 한동안 말다툼을 벌였다.

일제고사반대 아산지역공동대책위원회의 한 교사가 아산교육지원청 직원들의 저지가 부당하다며 항의하고 있다.

한편 위원회가 김광희 아산교육장에게 요구한 사항으로는 ▶일제고사로 얼룩진 현 사태에 대해 직접 책임을 지고 아산의 모든 학부모들과 아이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즉각 사과하라 ▶이번 사건이 발생한 학교에 대해 인권유린 실태 등의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하라 ▶학생인권조례제정을 비롯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해당 학생들의 심리치료와 학생·학부모가 원하는 해결방안을 제시하라 ▶아산시 전지역으로 진상조사를 확대하고, 성적·서열만능 교육정책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일제고사를 폐지하라 등이다.

아산교육장, 학습파행 없다더니

일제고사반대 아산지역공동대책위원회는 이번에 문제가 됐던 ‘신분제 및 체벌 사건’이 발생하기 한달 전 일제고사와 관련한 일선 초등학교의 학습파행을 조사했다.

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교시 전에 진행하는 0교시 수업 ▶정규수업시간에도 일제고사 대비한 문제풀이 ▶정규수업 외 해넘이 수업 ▶토요캠프를 빙자한 문제풀이 수업 ▶정규수업 후 30분간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문제풀이 시간 ‘코어타임제’ ▶성적상승 학생 50명에게 놀이동산 자유이용권 지급 ▶5개 교과 모두 1등급인 학생에게 3만원 문화상품권 시상 ▶기초학력 미 도달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급에 현금 20만원 시상 등의 학습파행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는 이와 같은 자료를 근거로 지난 6월8일 김광희 아산교육장에게 간담회를 요청했고, 당시 김 교육장은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0교시 수업과 7~8교시 수업 등의 학습파행은 없으나 일선학교에서 그와 같은 학습파행이 이뤄지지 않도록 다시 한번 권고조치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아산교육지원청의 한 장학사에 따르면 간담회가 이뤄진 후 교육장의 지시에 따라 일선학교의 학습파행에 대한 조사에 나섰으며, 일부학교의 학습파행이 인정돼 그에 해당하는 권고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선생님 그만 괴롭히세요!”

노예·체벌학교 학생·학부모, ‘교사 잘못 아니다?’

신분제 및 체벌, 광기어린 폭력 등으로 알려진 아산의 한 초등학교.

그러나 일부언론과 학부모단체의 설명과는 달리 해당학급의 학생·학부모들은 ‘교사 잘못이 아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이들에 따르면 귀족과 노예를 구분하는 학력등급과 학생 한 명당 15대~90대의 회초리 체벌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학생과 교사를 그렇게까지 몰고 간 근본적인 원인은 학교와 학생을 서열화 시키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들은 일부언론과 학부모단체에서 발표한 ‘인권을 유린하는 노예취급’, ‘광기어린 폭력’ 등은 ‘왜곡된 진실’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학부모 단체에서 발표한 ‘나는 수학을 못해서 노예입니다’, ‘광기어린 회초리 90대 체벌’ 등은 일부학생과 학부모에게서 잘못 전달됐다는 것.

자녀가 평민 등급이라고 밝힌 한 학부모는 “분명 잘못된 일이고, 교사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일제고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한 번의 실수가 평소 열정적인 교육활동을 펼쳐온 해당교사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다면 20여 명의 학부모들은 해당교사에 대한 구명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문제가 된 학교는 기초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아서 학력향상 중점학교 및 시범학교를 운영 중에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귀족과 평민, 노예 등의 등급을 부여하고, 학급 대부분의 학생이 영어교사에게 회초리로 발바닥을 90대 맞았다는데 어찌된 일일까.
지난 18일, 아산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는 학력향상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에 한 학생은 레벨이 올라 갈수록 그에 해당하는 스티커 및 상을 부여하는 등 게임의 등급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고, 대부분의 학생이 찬성하는 가운데 등급제를 시행했다.

문제가 됐던 노예 등급은 담임교사가 사회교과에 나오는 신분제와 게임의 등급제를 활용해 초신, 신, 귀족, 평민, 천민, 노예 등의 등급으로 구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시행됐다.

특히 적응력 평가결과 점수가 낮았던 노예 등급의 학생들이 옆 교실의 5학년 담임교사(교실에 교사 혼자 있었음)를 찾아가 ‘나는 수학문제에 사로잡혀 있습니다’라고 확인을 받는 과정이 일부학부모들에게 ‘나는 수학을 못해서 노예입니다’라고 사실과 다르게 전달됐다.

한편 19일에는 영어교사가 지름 1㎝의 대나무로 학생들의 발바닥을 적게는 15대, 많게는 90대 가량 체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어교사가 영어교과 기초학력을 향상하고자 18회 가량 시험을 치렀으며,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횟수에 따라 5대씩 체벌을 하기로 하고, 학생들도 6월초에 이와 같은 사실에 동의하면서 19일에 체벌이 진행된 것.

그러나 이날 체벌은 일부 언론과 학부모 단체에서 언급한 광기어린 폭력, 인권유린 등과는 차이가 있었다.

회초리 90대를 맞은 평민학생도, 70대를 맞은 노예 학생도 체벌 당시 고통스럽거나 아프지 않아서 체벌 직후 걷는데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고 응답했으며, 학급 분위기도 전혀 공포스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학생들, 뉴스·인터넷 ‘어이없다?’
해당교사들, 눈물 흘리며 반성

 “어이가 없어요.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우리가 엄청(아프게) 많이 맞고, 선생님은 아주 나쁜 사람으로 오해할거 아니에요. 저희가 영어시험을 잘 못 봐서 그에 따른 책임으로 회초리를 맞은 것인데 왜 선생님한테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번 체벌에서 회초리 90대를 맞았다는 평민 등급의 한 학생은 남학생인데도 불구하고 인터뷰 도중 ‘억울하다’며 눈물을 흘렸고, 자신들의 잘못이 교사에게 전해지는 것이 ‘죄송하다’고 말문을 닫았다.

또한 함께 있던 다른 노예 학생은 “노예 등급이라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왕따를 당한 적은 없어요. 게임에서 열심히 하면 레벨이 올라가듯이 열심히 공부하면 평민, 귀족 등급으로 올라가거든요”라며 “이번 일로 저와 친구들, 선생님이 얼마나 상처받는지 아세요? 이제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어요. 선생님들께도 어떠한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를 위해 그러신건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특히 신분제 및 체벌의 해당교사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음을 전했다.

신분제가 문제가 됐던 담임교사는 “신분제를 구분 짓는 아이디어를 학생들이 냈다고 하지만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은 점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이번 일로 학생과 학부모가 겪어야 했을 마음의 고통을 생각하니 죄송한 마음에 너무 괴롭다. 어떠한 처분이 내려져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에게 회초리를 들었던 영어교사는 “개인에 맞는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 학생들의 학력을 신장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체벌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점. 깊이 반성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손상욱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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