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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이 인도계 영국 작가 ‘랑비르 칼레카’의 대규모 개인전을 기획했다. 사진은 랑비르 칼레카 작 ‘Sweet Unease 2011 캔버스에 비디오 프로젝션 각 156x90cm(3canvas)’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은 오는 7월3일부터 8월19일까지 인도계 영국 작가 ‘랑비르 칼레카’의 대규모 개인전을 기획했다.
랑비르 칼레카는 30년에 걸친 미디어 작업으로 인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다. 회화와 영상을 결합한 그의 작품은 지난 10년간 베니스, 베를린, 비엔나, 뉴욕, 시드니 등 대도시 박물관과 미술관에 수 차례 전시됐다.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은 이번 전시가 한국에서 열리는 첫 번째 개인전으로 랑비르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집중 조명하여 선보이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랑비르 칼레카 작업의 특색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Not From Here, 2009’는 페인팅 위에 6분짜리 영상이 상영되는 작품으로 현재 인도에 거주하는 1억 명 이상의 이주 노동자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도시를 떠도는 노동자들로, 눈에 거의 띄지 않으며 존재의 기록 조차 없다. 이들은 화폭에 그려진 자신의 모습으로부터 걸어 나와 캔버스 위에 몸의 흔적만을 남기고 지나간다. 이들의 몸은 실루엣으로 표현되지만 땅에 놓여 있는 짐은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사람들의 희미한 인상에 비해 이 물건들은 초현실적인 실재감을 드러내며 낯선 느낌을 자아낸다. 영상이 거의 끝나갈 즈음, 휘파람 소리가 새로운 이들의 등장을 예고한다. 노랫소리에 맞추어, 새로운 승객들을 실은 과거와 미래의 기차들이 환영처럼 줄지어 들어온다.
신작 ‘FOREST, 2009-2012’는 혼돈과 갈등의 시기 속에 피어나는 ‘재생’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담겨있다. 들판을 덮은 꽃 무리 아래로 검게 탄 땅이 드러나고, 그 위에 한 남자가 스스로의 몸에 속죄의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 남자가 일어나 발걸음을 떼자, 그의 모습이 만화 영화 속 캐릭터로 바뀐다. 들판의 나무들은 세밀하게 그려져 분주하게 숲을 지나는 그와 다른 사람들의 모습과 대비되어 보이지만, 이내 그들은 나무 위로 겹쳐져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된다. 들판에는 책장이 생겨나게 되는데 책장은 지식을, 책장 앞의 앉아 있는 사자는 지식의 수호신을 상징한다. 하지만 혼돈과 갈등이 시작되면서 도서관이 불타고 사자는 파괴의 힘에 밀려 떠나게 된다. 그는 불에 휩싸인 도서관에서 책을 구해내고 책으로 공부를 한다. 지식의 힘을 쌓이면서 그 자리에는 새로운 도시가 생겨나게 되며, 관객들은 새로이 솟아오르는 도시로 돌아오는 아기 사자를 보게 된다.
랑비르의 작품은 그가 창조한 제 3의 시공간으로 관객을 초대하며, 관객들은 수용의 과정을 통해 확장된 시청각적 경험과 극대화된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또한 영상에 담긴 인도 사회의 문제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함께 고찰하고 나아가 우리가 사는 주변에 대한 폭넓은 인식 확대의 기회를 제공한다.
“나는 이 작품을 혼성체(하이브리드) 또는 합성물로 보지 않는다. 가슴의 박동과 리듬에 맞춰 숨쉬는, 풍성한 이미지-구조물로 간주한다. 비디오 영상의 움직임과 그려진/조각된 표면 사이에는 내부적인 연결성, 논리가 존재한다. 비디오 영상은 실체성, 그리고 물질성 (글자 그대로)과 직결되어 있다. 나는 이 작품에 그 어떤 전체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의 진실에 대한 발견의 한 측면을 고찰하는 것이다. 그림의 속살 속에서는 ‘시간’이 숨쉬고 있다. 찰나가 그 유동적인 변동성 속에서 재생산된다. 시간의 리듬 속에서, 이미지는 영원으로 화해 자체적인 한계를 초월한다.” -작가노트 중에서-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