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제253회 도의회정례회가 지난 6월22일 개원해 7월6일까지 15일 동안 진행된다.
지역 교육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정례회 기간 중 과연 ‘고교평준화 조례안’이 상정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례안 상정 늦춰지면서 뜨거워진 논란
고교평준화와 관련한 조례안은 지난 4월 도의회에서 도의원 안과 교육감 안이 나란히 상정됐다.
김지철 교육의원이 대표발의한 의원 안은 여론조사를 통해 찬성률이 50%를 넘으면 평준화를 도입하자는 취지고 교육감 안은 찬성률 70%가 넘을때 평준화를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고남종 교육위원장은 천안지역 시의회 등의 여론을 들어보고 결정하자며 안건을 보류했고 5월 임시회가 열렸을 때는 1만7000여 주민들이 5월10일 발의한 조례안을 병합 심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의회 입법정책담당관의 의견을 청취하고 상정을 늦췄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은 1만7000여 도민의 서명을 받아 진행된 주민조례안은 사실상 도의원안과 대동소이한 만큼 기존 2개안의 우선상정을 촉구했으나 고남종 위원장은 추후 법적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결국 상정을 포기했다.
고남종 교육위원장이 조례상정을 늦추는 동안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다.
중앙고, 천안고, 천안여고, 복자여고, 북일여고의 5개고 동문회는 고교평준화반대시민협의회(대표 윤현구·중앙고 총동문회장)라는 이름으로 고교평준화의 도입자체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5월23일 공표했다.
하지만 천안지역 시도의원 18명은 지난 6월12일, 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정치적 판단 이전에 과반수 찬반여론을 기준으로 신속하게 조례안을 통과시키는데 심혈을 기울여 달라며 조례안 상정을 촉구했다.
이에 반해 천안지역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회장 이석용)가 6월19일 천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운영위원장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토대로 평준화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펼쳤다.
평준화 도입을 촉구하는 측에서는, 학생선발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던 학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며 줄세우기 교육의 고착화로 학생·학부모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평준화 반대측에서는 평준화 도입여부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평준화 6월 도의회 반드시 통과해야”
충남고교평준화 주민조례제정 운동본부는 지난 22일(금) 충남도의회 개원을 앞두고 도청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준화 조례안 상정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고교평준화 조례제정운동을 벌여온 충남지역 70여 단체들은 지난 22일(금) 충남도의회 개원을 앞두고 도청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충남고교평준화 주민조례제정 운동본부(대표 정원영)는 ‘충남교육청과 충남도의회가 고교평준화조례제정을 차일피일 미루며 사실상 직무를 해태하고 있다’며 ‘2014년 충남지역 고교평준화가 실시될 수 있도록 충남도의회 6월 정례회에서 반드시 조례를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조례본부측 관계자는 “지난 5월10일 주민발의를 통한 충남고교평준화조례제정을 위해 충남도민 1만7311명의 서명을 받아 충남도교육청에 청구인 명부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충남교육청은 ▷접수 후 5일 내 공고 ▷10일 내 이의신청 접수 ▷14일 내 조례제정심의위원회 개최 등의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이렇게 라면 6월8일쯤이면 정리돼야 할 일정인데, 4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 ‘조례제정심의위원회’ 구성을 하고 있지 않는 등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명 천안평학 사무국장은 “이렇게 충남교육청과 도의회가 시간끌기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고교평준화 실시를 위한 여론조사 결과 주민들의 찬성률 요건을 50%로 정하고 있는 도의원 발의안과 주민발의안을 무력화시키고, 찬성률을 70%로 정해 사실상 고교평준화실시를 못하도록 하려는 김종성 교육감을 비롯한 도교육청의 '꼼수'가 담겨있다”고 비판했다.
고교평준화조례제정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도민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된 교육감이 도민의사를 무시하고 이러한 상식에서 벗어난 업무를 계속한다면 전 도민들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충남고교평준화주민조례제정운동본부 회원들은 이날 제253회 임시회 제1차 정례회가 열리는 충남도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고교평준화 조례제정 미루는 고남종 위원장 각성하라’, ‘고교평준화 훼방하는 김종성 교육감 각성하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26일에는 충남교육청에서 교육위원회가 열리는 29일은 충남도의회에서 평준화 조례안 상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갈등요소 먼저 해결하고 결정해야’
지난 19일(화) 천안지역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는 천안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고교평준화 도입의 ‘시기상조론’을 펼쳤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화)에는 천안지역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학운위장협)가 천안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고교평준화 도입의 ‘시기상조론’을 펼쳤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는 천안시 학교운영위원장 121명 중 88명이 동의했으며, 반대는 18명이었고 15명은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용 회장은 “학부모들의 대표기관으로써 더 이상 교육문제를 정치권이나 일반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모습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기에 위원장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평준화 도입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난상토론 등을 개최해 충분히 알린 후 시행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남이 한다고 우리도 해야 한다는 논리는 전혀 설득력이 없으며 지역적 환경에 맞게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통학거리, 학교선택권, 학교간 교육격차, 학생배정방법 등을 충분히 논의한 뒤 평준화 찬반을 결정해야 한다”며 “학생들은 2014년 평준화라는 근거없는 소문에 흔들리지 말고 학업에 정진할 것”을 촉구했다.
학운위장협의 주장에 대해 평준화 찬성측의 한 관계자는 “타당성 조사를 위한 공청회 정도는 가능하지만 그들이 언급하는 결정 전 각론들은 시민들이 직접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전문가들이 추후 용역을 통해 추진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 것들 때문에 평준화를 반대한다는 것은 선후관계를 착각하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평준화조례추진운동본부도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비평준화 지역인 충남의 2014년 고교평준화 실시가 시기상조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이미 2005년부터 천안지역은 고교평준화 실시를 위한 타당성 조사, 주민설문지 조사 등 수년간 활동과 자료가 축적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일부 소수 명문고가 우수학생을 독점하려는 속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완주 국회의원, 여론조사와 토론회 동시 추진
이런 가운데 박완주 국회의원(천안을·민주통합당)은 오는 7월11일(수) 의원주최로 토론회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완주 의원실 관계자는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논의는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진행돼 왔으며 이제는 정리돼야 할 시점”이라며 “찬성측과 반대측이 한 자리에 모여 충분히 정확한 얘기를 듣고 확인한 다음 판단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완주 의원실 이공휘 비서관은 “오는 7월11일(수) 오후2시~5시 천안시청 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준비 중이다. 아직 확정짓지는 못했지만 시의회와 공동으로 토론회 이전에 여론조사도 준비 중이다. 토론회는 찬성측과 반대측을 모두 섭외중이다. 교육관계자들과 천안시민들 모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