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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와 삼남매, 서른살 김경진 씨의 가슴앓이

뇌병변 1급, 막내 현우의 건강이 소원

등록일 2012년06월2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경진(가명·30·구성동) “다행히 시청에서 도와주셔서 LH전세임대주택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됐어요. 28일 이사를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 집은 물도 새고, 화장실도 재래식이라 어린 아이들과 좀 불편했었거든요. 너무나 다행이에요.”

천안시 동남구 구성동 고속도로변의 작은 마을.

친정엄마, 삼남매와 함께 사는 김씨의 집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녀의 집은 방 둘과 부엌이 있는 낡은 슬레이트 집으로 공과금까지 해서 월2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지원으로 부담이 절반 정도는 줄어들 전망이다. 김씨에게는 천만다행한 일이다.
이사준비를 한 탓에 집안은 온통 함부로 쌓인 박스로 가득했다. 

그녀는 이번 이사가 어머니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의 짐을 조금을 덜어 낼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자식을 어떻게 저버릴 수 있어요…”

이제 갓 서른살인 그녀는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기구한 20대를 보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던 때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첫딸 이후, 쌍둥이를 임신했었는데 천안 친정집에 쉬러왔다가 여러 가지 악조건에서 7개월만에 집에서 조산을 하게 됐었어요. 병원에서는 위급한 상황이라고 두 아이를 다 살릴 확률은 10~20%밖에 안 된다고 했었답니다. 병원에서 수술여부를 묻는데 저 뿐만 아니라 남편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당시 남편은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어요. 10분쯤 지나서야 ‘조용히 하늘나라로 보내주자’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을 하는 거에요. 너무나 큰 배신감 속에 저는 출산을 강행했고 결국 이것이 이혼의 빌미가 됐답니다.”

오후2시 수술에 들어갔지만 남편과 시댁은 결국 이날 병원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친정엄마는 기구한 딸의 운명보다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시댁이 너무나 야속하다고 말한다.

“짐승도 숨만 쉬면 살리는 법인데, 자기 자식을 어떻게 그렇게 할 수 가 있어요. 미숙아 낳으면 병원비 많이 들어가고 아들 등골 빼먹는다는 말에 정말 충격을 받았죠. 그 이후에도 그집 때문에 받은 상처는 말로 하기도 힘들어요.”

더구나 쌍둥이중 정상적으로 잘 자란 첫째와 달리 둘째인 현우(가명)에게는 가혹한 시련이 찾아왔다. 980g의 미숙아로 태어난 현우는 인큐베이터에서 4개월을 보냈다. 더구나 위장에 구멍이 발견돼 이를 메우는 시술을 받았고 왼쪽 눈은 백내장 수술을 받고 렌즈를 이식하는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현재 40개월된 현우는 뇌병변 1급장애로 또래들처럼 걷거나 뛰는 것은 고사하고 앉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인터뷰 중에도 현우는 누워서 칭얼대며 엄마의 품만을 파고 들었다.

“청소일해서 생활비 마련해 주는 엄마에게 늘 미안”

남편·시댁과의 갈등은 나날이 악화돼갔다.
시댁은 합의 이혼을 제안하면서도 부부가 살던 아파트를 미리 매각처분하는 선수를 치기도 했다.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재판까지 가서 매월 70여 만원의 양육비를 받는 조건으로 짧았던 결혼생활이 마무리됐다.

“현우가 하반신의 운동신경이 많이 죽어있어서 매주 화·목요일에 계속 운동치료를 하는 중이에요. 3개월에 한번은 안과도 가야하고요. 아이가 셋에다 현우가 아프다보니 제가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랍니다. 양육비는 받았다 못 받다가 하는 상황이라 지금 친정엄마가 청소 나가서 벌어 오시는 돈이 주 수입원이에요. 기초생활수급자도 안되고 차상위 계층으로 의료비만 약간 지원받는 상황입니다. 엄마한테는 늘 미안한 마음 뿐이에요.”

친정엄마는 과도한 노동으로 손목터널 증후군을 앓고 있고 지금까지 무릎에서 네 번이나 물을 빼는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통증과 함께 정중신경의 지배부위인 엄지, 검지, 중지와 약지의 일부에 해당되는 손바닥 부위의 저림 증상이 심해지는 것으로 질환이 오래 지속되면 손의 힘이 약해지는 운동마비 증세가 발생하기도 한다.

“우선 현우가 빨리 건강해지는 게 가장 소원이에요. 현우가 늘 쌍둥이 형 노는 걸 보면 부러워 하거든요. 현우가 좀 나아지면 저도 빨리 일을 해서 엄마를 도와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 때문에 고생하시는 엄마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아파요.”

폭풍같은 3년을 살아온 지금 집을 떠나, 새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 김경진 씨. 그녀의 어깨에 지워진 마음의 짐이나마 옛집에 두고 갈 수 있길 마음속으로 빌어주었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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