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가 충남의 31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91%가 사업장 내 CCTV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에도 불구 조사대상 사업장내 90%가 1대 이상의 CCTV를 설치, 개인정보인권 침해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는 지난 15일 노동고용부 천안지청 앞에서 노동자 감시, 인권침해를 하고 있는 불법적 CCTV 운영 중단 촉구 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는 노동감시 문제와 관련 소속 노조들을 통해 ‘사업장내 CCTV 운영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이후 이법이 사업장에서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 지역노조 소속 31개 사업장이 참여했다.
주요 조사 내용을 살펴보면 조사 대상 사업장의 90.3%에 해당하는 28개 사업장에 1대 이상의 CCTV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장내 CCTV가 없다는 응답은 3개 사업장에 불과했다.
CCTV의 설치와 운영이 단체협약에 규율되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는 28개 업체들 가운데 단 2개 사업장만 그렇다고 답했다.
CCTV 설치 운영에 있어 노조 또는 개인의 동의하에 설치 운영된 사업장도 32.1%에 불과했다. 또한 법에 정해진 운영규정이 수립되어 있는 경우는 10.7%에 그쳤다.
설치 장소와 관련, 화장실 부근과 기숙사 내부는 물론 심지어 탈의실내에 설치된 경우도 있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엄격히 금하고 있는 CCTV의 음성녹음 및 줌(zoom), 회전 등 기기 조작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사무실 또는 작업장 내 설치된 CCTV는  법이 정한 목적이외 근태관리 등에 사용, 인격권과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는 비 인권적인 운영 사례도 있었다.
특히 몇몇 사업장에서는 노조활동 감시와 조합원 감시 등의 용도로 CCTV가 활용되는 사례도 보고됐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결과가 전체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후에도 관련 법규정이 회사나 공장 사무실 등 사업장에서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임을 지적했다. 

 탈의시설에 CCTV 설치

민주노총 충남본부는 최근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정산생명공학은 칸막이 없는 탈의시설을 직접 비추는 CCTV가 운영되는가 하면,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작업장 내 CCTV 운영 등 법이 정한 설치 목적을 벗어나 조합원 감시에 활용되는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진에 위치한 JW생명공학은 최근 직장폐쇄가 이뤄지고 노조의 파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장 내외에 70여대 이상의 CCTV가 운영 중이다. 노조가 집회 등 쟁의행위를 벌이고 있는 공장 앞에는 음성녹음이 가능한 고화질(Full HD)카메라가 설치되어 조합활동을 감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산시 둔포면에 위치한 유성기업은 조합원들의 동의 없이 CCTV가 설치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 노조의 항의로 가림막을 세웠지만 한동안 조합사무실 출입을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CCTV가 운영되기도 했다. 또한 휴게시간 조합원들의 담소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에까지 CCTV가 설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관리자들이 개별 면담을 통해 ‘왜 노조사무실 들락거리나’는 식의 경고를 받은 경우도 있어 회사의 주장과 달리 CCTV가 조합원들의 동선감시용이라는 의심을 사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적 CCTV 운영 중단 촉구

사업장 내 설치된 CCTV.

개인정보보호법은 지난해 9월30일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수집과 오용 및 남용으로부터 사생활의 비밀 등을 보호함으로 국민의 권리증진과 개인의 존엄과 가치 구현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특별히 CCTV 운영에 대해서 법률상 허용된 목적으로 설치한 CCTV는 그 설치 위치, 가동 시간, 촬영 범위 등이 목적에 부합해야만 하며 기존에 설치된 CCTV라 하더라도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이상 이 법에 따라 새롭게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 휴식시설 등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의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설치·운영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위반시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안내판이 없는 몰래 카메라 또한 설치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위반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특히 노동자 개인을 촬영하기 위해 CCTV를 줌 하거나 회전하는 등 임의로 조작하는 것은 금지되며 녹음기능은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는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한편으로는 사용주들에 대해서는 법률이 정한 구제절차에 따라 개인의 동의 없이 설치된 CCTV의 ‘촬영열람 삭제 처리 정지’를 요구하는 한편 법시행 이전 설치된 CCTV를 포함, 법이 명시한 설치 운영 규정 등을 마련해 정보주체(개인)의 동의를 구하고 최소한의 범위에서 적법한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요구해나갈 예정이다.
충남지역본부는 불법적 운영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형사고소와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 등을 집단적으로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고용노동부 등이 나서 지역 내 사업장의 CCTV등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법이 정한 범위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도, 부당한 인권침해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