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교육청이 대규모로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충남도의회 의원들과 전교조 충남지부는 “교육과학기술부가 통폐합 인센티브를 내놓고 강권하자 교육청 입장이 바뀌었다”고 성토하고 나섰다.
임춘근 의원 등 충남도의원 10여 명은 지난 21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교육청이 통폐합 대상을 50명에서 60명 이하로 높여 대상 학교가 크게 늘었다. 그동안 유지한 1면 1개교 정책도 무너지게 생겼다”고 비난했다.
전교조도 지난 23일 ‘소규모학교 통폐합도 교과부 해바라기 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정책철회를 촉구했다.
도교육청의 이 같은 계획은 지난달 24일 교과부가 통폐합 실적 우수 시·도교육청에 대해 행·재정적 지원, 담당공무원 포상과 해외연수, 4급 정원과 인건비 지원되는 통폐합 전담부서 설치 등 갖가지 인센티브를 내놓은 뒤 나와 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
충남도교육청은 학교 통폐합 전담부서를 설치하면 4급 직원 정원과 인건비를 지원하겠다는 교과부 제안을 받아들여 부서 설치 희망신청서를 냈고 지난달 24일 일선 시군교육청에 구체적인 통폐합 대상을 보고하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정하 충남교육청 평생교육행정과장은 “최근 교과부 지침에 따라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부모와 주민이 반대하면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게 교육청의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충남에 있는 60명 이하 초·중학교는 184곳으로 도내 759개 초·중학교의 24%에 이른다. 도교육청은 이 중 95개교를 2016년까지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20곳에 이어 내년 29곳, 2014년 10곳, 2016년 21곳이다.
이에따르면 천안에서는 신방초, 신가초, 미죽초, 행정초의 4개 학교, 아산에서는 남창초, 관대초, 도고초, 신화초, 쌍룡초, 음봉초의 6개 학교가 통폐합 추진 중점대상 학교다.
해당 학교 구성원들은 소규모 학교의 특성이나 지역실정이 도외시되거나 선정기준이 모호하다며 강력반발하고 있어 향후 뜨거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의 학교통폐합 계획을 두고 해당학교 동문 및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학교통폐합은 지역민 마음의 고향을 없애겠다는 얘기”
통폐합 대상학교, 강력반발 ‘가만 안 있겠다’
충남도교육청은 교과부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을 기초로 ‘2012~2016 중기 적정규모 학교육성 추진 계획’을 수립해 2012년 20개교, 2011년 29개교, 2014년 10개교, 2015년 21개교, 2016년 15개교 등 총 95개교를 통폐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 충남도 내 초중학교 638개교의 14.9%에 해당한다.
이러한 통폐합이 추진되면 교과부는 본교폐지시 20억 원의 지원금을 지원하고, 4급 한시 정원 및 인건비도 지원하며, 통폐합 실적 우수기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충남교육청은 소규모학교 통폐합의 근본적인 방향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 하는 것이지 경제논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서 특히, 지역주민의 의사를 묻지 않는 강제적 통합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정하 충남교육청 평생교육행정과장은 “현재 선정된 95개교는 학생수 기준에 해당하는 학교 중 각 지역교육청이 통폐합에 적합한 대상을 선정한 것뿐이지, 이들 모두를 통폐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오는 7~8월 중 구체적인 통폐합 대상과 로드맵이 정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안교육지원청, ‘기준 정해지면 내년부터 추진’
앞서 정해진 지침에 따라 천안교육지원청 지역사회협력과 학생수용팀은 지난 4월말 ‘적정규모학교 육성을 위한 소규모 통폐합 추진계획’을 도교육청 평생교육행정과에 제출한 바 있다.
윤석철 주무관은 “통폐합 대상학교의 기준이 전교생 60명으로 바뀌었지만 조정될 수 있어 새로 계획이 수립되는 대로 내년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올해는 특별한 추진계획이 없다. 지난 2008년인가도 통폐합 논의가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면 이에 따라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통폐합 대상학교 졸업생과 동문, 지역 주민들 중 ‘그럼 가만히 두고보자’는 쪽은 아예 없는 편. 이들은 곧바로 강력하게 반발하며 입장전달, 실력행사등을 공언하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죽초, “마음의 고향 없애겠다고?”
1947년에 개교한 미죽초등학교는 올해까지 64회 3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현재 재학생은 56명으로 기준에서 단 4명이 부족하다. 통폐합이 추진되면 전교생 79명인 인근 풍세초로 합쳐질 예정.
이정익 교무부장은 “현재 학교도 착실히 키워가고 있고 유치원생은 20명에 달한다. 이번 발표로 학교도 분위기가 뒤숭숭하고 동문회는 결사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동문 및 주민들의 애착이 워낙 강한 편”이라고 말한다.
이 학교 15회 졸업생인 김백현 총동문회장은 “나하고 아들이 졸업하고 이제 손자가 입학할 판이다. 여기 사람들에게 통폐합 찬성은 있을 수가 없다. 게다가 이 곳은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풍세산단이 가동될 예정이고 현재 보류중이지만 미죽리 옆에는 15만평의 영상단지가 추진 중”이라고 주장한다.
김 동문회장은 “새로 온 교장선생님은 4년임기의 공모제 교장선생님이셔서 보내고 싶은 학교, 가고싶은 학교, 머무르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동문들은 지난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뜰히 모은 기금 1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우리 미죽초의 통폐합 얘기가 나온다면 정말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들만 살고 있는 시골에서 유일한 공공기관인 학교마저 빼간다면 농촌공동화는 더욱 심각해 진다. 마음의 고향인 학교는 절대 남아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행정초, “작년에 1억2천 리모델링은 뭔가?”
광덕면에 있는 행정초등학교 동문들은 통폐합 발표가 있자마자 지난 24일(목) 저녁 비상모임을 가졌다.
1941년 개교한 행정초는 60여 년간 2000여 명의 졸업생들을 배출했다. 현재 전교생은 47명으로 통폐합이 추진된다면 전교생 66명인 광덕초로 합쳐질 예정이다.
이 학교 19회 졸업생인 김민기 총 동문회장은 이번 논란에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도교육청에 전화도 해보고 내용을 확인해 봤다. 동문들은 ‘이거 쳐들어가 멱살을 잡아야 하나?’, ‘커가는 학교 도와주진 못할 망정 왠 똥물을 튀기냐’며 흥분하고 있다”며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김민기 회장은 “행정초는 천안, 공주, 연기 3개 시군의 경계지역으로 학구가 상당히 좁았었다. 현재 1학년은 3명, 2학년 8명으로 합반을 하고 있긴 하지만 유치원생이 8명 있고 들어올 더 입학할 아이들도 꽤 확인되고 있다. 더구나 중학교를 천안시내학군으로 갈 수 있다보니 연기군 전의면 유천리에서도 우리 학교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귀향도 있고 공장도 들어서서 인구가 늘텐데 웬 통폐합인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게다가 작년에는 교육청 지원으로 1억2000만원이나 들여 리모델링을 마쳤다. 제 정신이라면 통폐합 얘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동문회도 학교를 위한 기금을 마련해 통학버스를 운행중이고 졸업생에게는 적어도 교복값 정도의 장학금을, 입학생에게는 가방을 포함해 각종 학용품도 지급해 준다. 학부모들의 교육만족도는 어느 곳보다 높다”고 말한다.
김민기 회장은 “지역학교는 지역민들 관계의 꼭지점이다. 출향한 사람들에게도 학교와 동창회는 향수와 애향심의 핵심이다. 그들이 되돌아 와 머무르지 못하게 되고 여기 사람들도 소외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신방초, ‘시도교육청 의지 있어야’
1967년 개교한 성환읍 신방초등학교는 지나 45년간 155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현재학생수는 20명으로 통폐합에 가장 위험한 입장, 교감도 공석인 상황으로 전교생 400명인 인근 성신초로 통합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방초 5회졸업생인 이상팔 총동문회 사무국장은 현실의 어려움을 인정은 하지만 아쉬움은 감추지 못한다.
“인근에 아이들이 없는 것은 현실이다. 그동안도 동문회 차원에서 읍내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학교를 유지해 왔다. 수학여행비나 통학비도 지원했지만 사실 시도교육청이 살릴 의지가 없다면 어려운 상황이다. 선거 때마다 동문들과 주민들이 의견개진을 하긴 했지만 그때뿐이고 다시 이런 얘기가 나와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상팔 사무국장은 “하지만 학교는 이곳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게다가 우리학교는 경기도와 인접해 있고 향후 개발 등 언제든 인구증가의 요인이 많다. 향후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서라도 당장 작으니까 없애자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학교가 지역주민들에게 주는 심리정서적 기능을 충분히 이해하고 의지를 갖고 지원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충남지부, ‘민선교육감이라면 지역 바람 귀기울여야…’
도교육청의 발표에 따라 지역여론이 끓어오른 충남과 달리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는 지역도 있다.
전라북도 김승환 교육감은 지난 2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과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에 대해서 조목조목 따지고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교과부의 이번 정책은 도·농간 교육환경 격차를 더욱 심화시켜 작은 학교의 자연 통폐합을 유도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교과부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교육감은 충남도민이 뽑은 민선교육감이다. 교과부 장관이 임명한 사람이 아니란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 교과부 해바라기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 한 번이라도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교육감을 보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