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는 천안중앙고, 천안고, 복자여고, 천안여고, 북일여고 동문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고교평준화반대시민협의회가 나서 ‘천안시 고교평준화는 시기상조’라며 평준화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고교 평준화 도입의 여론조사 찬성률을 몇 %로 할 것인가를 두고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그간 뚜렷한 목소리가 없었던 평준화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천안지역 5개 고등학교 동문회 대표들이 평준화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공식화 한 것이다.
지난 23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는 천안중앙고, 천안고, 복자여고, 천안여고, 북일여고 동문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고교평준화반대시민협의회가 나서 ‘천안시 고교평준화는 시기상조’라며 평준화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20여 명은 ‘현재 고교입시제도를 유지시켜야 한다’며 ‘천안교육을 황폐화 시키는 고교평준화 책동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천안중앙고 윤현구(55·중앙고8회·천맥건설 대표) 총동문회장은 평준화를 추진하는 시민단체측, 의원측의 순수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향후 고교평준화와 관련해 상임위 상정을 저지하고 현수막 게첨, 언론홍보 등은 물론, 실력행사까지 않겠다. 평준화를 찬성하는 측과도 끝장토론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들은 지난 24일 도의회를 찾아 도의회 교육위원회 고남종 위원장을 면담하고 평준화 도입반대를 주장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평준화 반대이 이유, 대표적인 세가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천안지역고교평준화 반대시민협의회는 평준화를 반대하는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평준화 시행이 또 다른 불균형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동서간의 균형적 발전을 이루지 못한 현 시점에서 고교평준화는 천안의 학부모들이 서부권 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서부권으로 이주하며 시민들의 갈등과 반목이 생길 것이라는 것이다.
둘째로는 지역인재의 외부유출 문제를 들었다.
윤현구 중앙고동문회장은 “현재 천안지역 최고 우수인재는 인근 지역학교로 가고 있다. 2012년 공주의 한일고, 공주사대부고, 충남과학고에 64명, 아산의 충남외고에 42명이 빠져나갔다. 특별한 대비없이 평준화가 추진되면 현재보다 많은 숫자가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셋째로는 학업능력의 하향평준화다.
다수의 고교가 전국적인 수준의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한 평준화 도입은 하향평준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평준화는 외부로의 우수학생 유출이 통제되고 인구도 상한선에 도달한 시점에서 이뤄지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이다.
평준화 찬성측, 조례상정 촉구 30일까지 지속 압박
이들의 출현과 주장에 대해 그동안 평준화를 주장해 온 시민단체 측 관계자는 “평준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요 대세다. 이들의 발언에 특별히 대처한다거나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향후 평준화 도입여부를 두고 여론조사를 할 때 의견이 비교되며 어디가 옳은지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평준화 충남고교평준화주민조례제정 운동본부는 지난 24일 ‘고교평준화 조례안 상정을 미루고 있는 교육위원장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100여 명이 도의회 앞에 모여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17일과 21일 고남종 도의회 교육위원장을 두 차례 만나 재상정을 간곡하게 설득했으나, 고 위원장은 입법정책담당관의 자문결과를 핑계로 상정을 회피했다. 주민조례안이 도의회에 넘어오면 그 때 심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청에 제출된 주민조례안이 일정한 행정적 절차를 마치고 법적인 양식을 갖추어 도의회에 부의되려면 약90일 정도 기간이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조례본부는 성명을 통해 ‘도민들의 여망을 저버리지 말고 조례안 상정을 즉각 추진하라. 민주적 절차와 방법에 따라 올바른 조례안이 통과되기를 희망한다. 24일 교육청 집회를 시작으로 30일 도의회 집회를 진행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소박한 요구를 계속 무시한다면 투쟁의 강도와 수위를 더욱 높여서 200만 도민의 의지를 관철해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진희 기자>
심층인터뷰
윤현구(55·천안지역고교평준화 반대시민협의회 대표·천안중앙고 총동문회장)
“평준화는 허구, 현재 고입제도 반드시 유지돼야…”
전통학교는 명맥유지 시키고, 신흥학교는 지원해 줘야
▶그동안 평준화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은 거의 개진된 적이 없다. 이런 모임이 결성된 계기가 무엇인가?
-지난 4월 중순 지역학교 운영위원, 동문회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김지철 교육의원이 주최한 공청회가 있었다. 공청회여서인지 평준화 도입 반대의사를 표명할 기회를 갖지 못했는데 공청회는 평준화를 기정사실화하고 독려하는 분위기였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5개 학교가 뜻을 같이하게 됐다. 5월초에 우선 중앙고, 천안고, 천안여고, 복자여고의 4개교 동문회 대표들을 소집해 회의를 가졌고 추후에 북일여고가 합류의사를 밝혀와 지금의 모임을 구성했다.
▶평준화 찬성측에 비해 그리 오래되지 못했고 논리개발도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또 도민 1만8000여 명이 발의한 평준화 조례도 심사중이다. 현 시점에서 평준화 반대의 주장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조할 것으로 보나?
-5개 학교 동문회 연합만 해도 회원이 9만5000명이다. 또 5개교 재학생들의 학부모가 1만5000명 정도 된다. 다 하면 11만명인데 이들 중 다는 아니더라도 상당수가 평준화에 반대하리라 생각한다. 또 충청도의 정서상 말 안하는 평준화 반대 층도 상당하리라 예상한다. 더구나 평준화의 허구성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한다면 찬성률은 결코 50%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평준화 반대의 근거로 하향평준화 우려를 주장하는데 근거가 있다면?
-평준화의 마지막 무렵인 92년~94년 사이 천안지역 재학생들은 3년간이나 서울대에 1명도 진학하지 못했다. 하지만 비평준화가 자리잡은 지금은 어떤가? 현재 40여 명이 서울대에 진학하고 있고 포항공대, 각종 의대 등 높은 수준의 학교 진학자 수가 당시와 큰 차이가 있다. 한 예로 천안고등학교 재경 동문모임중 ‘안민회’라는 것이 있다. 서기관급 이상의 공직자 모임으로 알고 있는데 그 수가 많이 줄어 이제 사무관 이상으로 기준을 낮췄음에도 가장 많았던 시기의 절반 이하라고 한다. 이 줄어든 숫자가 평준화가 시행됐던 지난 15년간의 갭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평준화로 인해 지역인재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던 것이다.
▶평준화 반대가 기존에 학생선발에서 우월적 지위를 점유해 오던 5개 고등학교의 기득권 수호의 발로라는 견해가 많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지역을 위해 전통있는 학교는 그 나름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고 신흥학교는 정책적 배려를 통해 성장시키라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보다 많은 학교가 경쟁력을 갖추고 발전할 수 있다. 현재는 고입선발방식에 신경 쓰는 것보다 신흥학교들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도의원 45명중 33명이나 평준화 도입을 위한 조례안을 공동 발의했고, 지역의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오랜 기간 평준화를 주장해왔으며 주민들이 직접 조례까지 발의하고 나섰다. 전국에서도 비평준화 지역이 드물어 평준화가 대세라는 주장이 많은데?
-우리는 타 지역은 차치하고 천안의 특수성에 맞게 천안에 가장 적합한 고입선발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의원들은 정치적 특성상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공동발의 정도는 해주는 게 관례 아닌가. 지금 상임위에서 계류 중인것도 이런 관례의 반증이다. 또 주민발의를 주도한 단체 수십개를 하나하나 살펴보니 노조나 농민회, 여성, 환경단체 등 교육관련 단체는 한두개에 불과하고 천안지역단체도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들이 우리 천안의 고입제도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비평준화가 초중학교 학생들마저 줄세우기 교육에 희생시켜 학생들의 행복권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럼 공부를 안 하는 것이 과연 행복인가? 학생들은 아직 사리판별 분별력이 부족하다. 그런 부분을 어른들과 학부모들이 리드하고 가르쳐줘야 한다. 부모들도 향후 자녀들의 행복을 위해 관심을 갖고 학업에 매진할 수 있게 지도편달하는 것이 마땅하다.
▶성적위주의 교육으로 인한 학업포기 학생의 증가, 심각해지는 학교폭력 등 현재 교육문제의 해법으로 평준화가 언급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비평준화는 고교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말과 같다. 학생들의 고교선택이 자유로우면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의 편차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면 교사들의 입장에서도 가르치는 수준을 정하고 방향을 설정하기도 수월하다. 평준화는 학생별 편차가 크다보니 교사가 지도수준을 정하기도 어렵고 공부포기학생도 더 늘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학교폭력도 더 심각해 질 수 있다.
▶향후 활동계획이 있다면?
-고교평준화반대시민협의회는 매월 1회 정기모임을 갖고 사안에 따라서는 수시로 모여 현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향후 도의회에도 상임위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또 현수막 게첨, 언론 홍보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평준화의 허구성을 알리고 현재 고입제도의 유지를 알려나가겠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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