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12월 교보문고 등장은 동네서점의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마치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인근 재래시장이 문을 닫는 것과 같이 교보문고가 들어선 신부동 일대 동네서점인 대훈, 시티, 혜성, 양지문고가 차례로 문을 닫았다.
동네서점이 교보문고 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을 세일해 판매했지만, 영화, 쇼핑 등 복합문화공간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을 되돌리지 못했다.
대형서점 등장이 동네서점 문을 닫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면 이제 전자책, 테블릿PC, 스마트폰 등 IT 발전이 출판업계의 전체 위기인 동시에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천안 화성서점 김기봉(37·사진 위) 부장, 천안도서 이창원 부장(39·사진 아래)에게 천안지역 출판업계에 대한 솔직한 수다를 들어보았다.
동네서점 50% 사라져
이들 두 명의 직업은 교육관련 서적의 영업이다. 총판을 갖고 서점, 학교, 학원 등에 도서를 유통하는 일을 하고 있다. 교양, 소설, 전문서적 보다 교육관련 서적이 아무래도 매출에 큰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영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기봉 부장은 이 분야에 7년 이창원 부장은 20년 경력을 갖고 있다.
김 부장과 이 부장에 따르면 불과 5년 전과 비교해 동네서점(학교 앞 문구·서점을 제외하고)은 약 50%가 문을 닫았고 8개가 살아남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도매서점은 7에서 13개로 증가했다고.
“두정고, 쌍용고 등 천안지역에 학교가 증가하면서 도매서점이 증가했어요. 소매서점이 감소하고 판매처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과열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죠. 이미 포화상태라고 할 수 있네요.”
교육계 영업일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일도 겪는다.
대형화 추세에 있던 학원이 최근 S학원을 제외하고 문을 닫거나, 규모를 축소한 상황이라고.
“천안에 전철이 들어오면서 수도권 사람들이 관광 등의 이유로 천안을 손쉽게 내려오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반대로 학생들이 주말을 이용해 서울에 위치한 학원을 찾아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요. 학교 증가에 따른 수요증가 예측으로 대형화를 추진했던 몇몇 학원이 문을 닫았죠. 덕분에 교재대금을 받지 못했어요.”
이들은 대형서점 횡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소매서점에는 책값의 75%에 공급하지만 대형서점은 72%에 공급해요. 많이 판매하니 더 저렴하게 공급해달라는 거죠. 또 서점내 광고부스도 만들어야 하고, 분실 도서에 대해서는 유통업체가 책임을 지라는 겁니다. 그걸 왜 저희가 책임져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출판업계의 시대적 요구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경향은 일반도서 뿐 아니라, 교육관련 도서도 마찬가지다. 언제어디서도 스마트폰 하나면 전자책을 보거나, 방송을 들 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출판업고 보고 있어요. 2015년 전자교과서가 도입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4년 국가영어능력시험이 실시, 쓰기·말하기·듣기를 컴퓨터와 1:1로 시험을 치루게 되요. 출판업이 망할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업태만 바뀌는 거에요. IT와 접목된 출판 아이디어, 컨텐츠를 시대 요구에 맞게 공급해야 하는 거죠.”
이들도 고민이다. 계속 이일을 하기에는 출판업계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다른 직업을 가지려고 해보았지만 쉽지 않아요. 우리세대가 현 출판업계의 마지막세대에요. 앞으로 변화된 출판업에 맞는 준비를 하지 않으면 떠날 수 밖에 없겠죠. 사실 이러한 부분을 충족시키기에는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커요.”
동네서점이 살아날 방법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사실 동네서점이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아요. 외국 사례를 보니까 지역의 유명작가들의 책을 판매한다거나 그들과 문화행사를 자주 갖는다고 합니다. 이처럼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이 갖고 있지 않는 아이템과 차별화로 경쟁력을 갖춘다고 해요.”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