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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되면 역사와 전통이 한순간에 사라지잖아요”

아산교육지원청, 통폐합 지침에 따른 계획만 설정

등록일 2012년05월2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학교가 폐교되면 역사와 전통이 한순간에 사라지잖아요.” 

아산시 둔포면 남창초등학교에서 만난 6학년 여학생의 말이다.

지난 4월19일 아산교육지원청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경제교실에서도 만난바 있는 이 학생은 “학교에서 친구, 동생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했는데, 내년에 중학생이 되어서도 많이 생각날 것 같아요. 또한 5살부터 다닌 학교여서 정이 많이 들었는데, 학교가 사라지면 너무 슬플 거예요. 아저씨가 신문기사를 잘 써서 우리학교가 없어지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충남교육청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추진으로 또다시 불거진 남창초등학교의 폐교.

또다시 불거진 ‘학교 통폐합’

2009년 9월 학생수가 적은 남창초를 2010년까지 통폐합한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발표 이후 잠잠하던 통폐합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17일 농·산·어촌과 옛 도심지 소규모 학교의 최소적정학급 수와 학급당 학생 수를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데 이어 22일 충남도의원 9명이 충남교육청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추진 자료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통폐합 대상은 도내 759개 학교 중 재학생이 60명 이하인 184개(24.2%) 초·중학교이며, 아산시에서는 남창초와 관대초, 도고초, 신화초, 음봉초, 쌍용초 등 6개교가 포함됐다.

특히 이 자료에는 2014년에 남창초를, 2015년에 관대초와 도고초, 2016년에 신화초, 2017년에 음봉초와 쌍용초를 폐지한다는 추진계획을 담고 있어 해당 학교의 학부모와 마을주민이 술렁이고 있다.

이에 소규모 학교 통폐합 추진 자료에 1순위로 명시된 남창초등학교를 찾아가 학생과 학부모, 동문회, 학교, 마을주민 등의 의견을 들어봤다.

한편, 둔포면 시포사거리에서 아산호로를 따라 공세리 방향으로 약 3㎞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남창초는 1960년 둔포초등학교에서 분리돼 1965년 첫 졸업생 63명을 배출한 이후 올해 2월 제48회 졸업식에서는 졸업생 7명을 배출했고 현재 28명이 재학 중이다.

학교폐지, 절대 있을 수 없어!

“또 그 소리야? 그렇잖아도 어려운 학교를 왜 자꾸 뒤흔들어. 누구는 죽어가는 학교를 살려보려고 아등바등하는데, 탁상행정만 하는 공무원들이 뭘 안다고 학교를 통합하네, 폐지하네 말이 많은 거야. 학교폐지, 절대 있을 수 없어!”

남창초등학교 뒤편의 마을에서 만난 한 중년남성은 학교 통폐합 얘기를 꺼내자마자 역성부터 낸다.

자신을 남창초 8회 졸업생이라고 밝힌 이 남성은 모든 사람이 개인의 특성과 개성이 다르듯 학교도 저마다의 향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모든 학교가 다 똑같을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 남성에 따르면 남창초등학교의 통폐합학교인 둔포초등학교는 둔포초 만의 색깔이 있듯이 남창초등학교는 남창초 만의 짙은 색이 있다.

특히 지난 5월19일 진행된 학교 운동회에는 재학생의 모든 학부모들과 마을주민이 참석해 마을잔치가 벌어지는 등 도심학교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소박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적은 학생 수는 왕따 없는 학교와 폭력 없는 학교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으며, 다른 학년의 학생들과 함께하는 복식수업은 학생과 학생간의 결속력을 다져주기 때문에 학생 수가 많은 학교보다 득이 되는 것이 더 많다.

지난 5월19일 개최된 남창초등학교 운동회에는 모든 학부모들이 참석해 학생, 마을주민과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너도 나도 학교 통폐합 반대

대부분의 주민과 학부모, 심지어 학생의 생각까지도 이 남성의 의견과 별반 차이는 없었다.

학교입구 버스정류장과 마을회관에서 만난 할머니들, 학교인근 논에서 트랙터를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던 할아버지, 학교 통폐합을 적극적으로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느라 지인과의 약속시간에 늦어버린 마을이장, 하교시간에 맞춰 자녀를 태우러 온 몇몇 학부모,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던 학생, 학원 차량에 서둘러 탑승하던 학생 등 많은 사람들은 학교 통폐합을 반대했다.

학교 운동장에서 자녀와 함께 그네를 타던 한 학부모는 “대다수 학부모가 남창초를 모교로 둔 사람들이어서 학교가 폐지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또한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덕분에 사교육비도 들지 않고, 교사들이 학생 한 명, 한 명을 세심하게 보살필 수 있으니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아요”라며 소규모 학교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편, 지난 10여 년간 남창초 학교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해온 이철옹 씨는 “학생 수가 적다고 학교를 폐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역의 정서와 특성을 고려해 학생 수는 적지만 특색 있는 학교를 모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라며 “총동문회와 마을주민 등 많은 사람들이 학교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기 위해 모두의 뜻을 모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창초등학교는 교과수업 외에도 생생직업체험과 전통문화체험학습, 찾아가는 독서프로그램, 뮤지컬관람, 영어민 영어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의 큰 호응응 얻고 있다.

대인관계 형성 위해 ‘전학’ 결심

남창초등학교 학부모 모두가 학교 통폐합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등 세 명의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자녀들의 대인관계 형성을 위해 둔포초등학교로 전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 학부모에 따르면 남창초등학교의 교육방식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등에 대한 불만은 크게 없으나 둔포중학교로 진학해야 하는 자녀들이 보다 폭넓은 친구관계를 형성하려면 전학이 불가피 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도심의 아이들과 같은 교육은 받지 못하더라도 300여 명이 넘는 둔포초등학교에서는 최소한의 교육평등은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13학년도에 전학을 결심했다는 이 학부모는 “학교가 통폐합되면 스쿨버스와 각종 지원 등 지금보다 많은 혜택을 받는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학교 통폐합이 진행돼 학부모와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지원을 받고 싶다”며 “학교의 역사와 전통도 중요하지만 학부모는 자녀의 장래를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한편, 아산교육지원청은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대해 ‘지침에 따른 계획을 세운 것일 뿐, 결정 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학교 통폐합에 대한 업무가 시행된다면 순차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예정이며, 그 첫 번째 대상학교가 남창초등학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아산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학교 통폐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부모들의 의견이다. 60%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학교 통폐합을 진행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상욱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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