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제251회 임시회가 지난 17일(목) 시작됐다. 이번 임시회에서는 도의 추경예산안과 주요 조례에 대한 심의가 진행중이다. 하지만 여기서 충남교육 초미의 관심사이자 가장 민감한 현안인 평준화와 관련한 논의는 쏙 빠진 상황이다.
지난 달 자신들이 발의했다가 보류시킨 두 개의 조례안을 모두 이번 임시회에서 재상정하지 않은 것이다.
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고남종·예산·선진당)는 고교평준화와 관련해 충남도의회 도의원 33인이 발의한 평준화 조례안과 교육감이 발의한 조례안, 주민발의 조례안 세가지가 제출돼 병합심의가 필요하다며 일단 논의의 대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충남고교평준화 주민조례제정운동본부는 17일 오후에 이어 21일 오전에도 충남도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회의장에 입장하는 도의원들에게 강력 항의했다.
이들은 도의원 자신들이 발의한 조례안마저 보류시키고, 한 달이라는 기간이 지나는 동안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다가 다시 임시회가 열리자 재상정도 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충남지역 고교평준화 관련 조례안이 이번 도의회 임시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있다.
평준화 조례안 왜 상정조차 안 되나?
적어도 2014년 NO? 평준화 시간끌기 논란
충남지역 70여 개의 교육·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충남고교평준화 주민조례제정운동본부’(평준화주민조례본부)는 지난 21일(월) 다시 충남도의회를 방문해 교육위원회와 신경전을 벌였다.
교육위원회 고남종 위원장은 ‘현재 발의된 것은 도의원 안과 교육감안이고 주민발의조례는 청구인 명부 등 심사를 거쳐야 한다. 도의원안과 교육감안 두가지만 갖고 결정을 하면 나중에 주민발의를 한 주민들이 ‘왜 이렇게 결정을 했냐’고 소송 등 추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주민발의 조례에 대한 심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세 조례안 모두를 병합해 심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평준화주민조례본부는 ‘주민발의조례와 거의 유사한 의원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이와 별개로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준화주민조례본부 정원영 대표는 “지난 17일 논쟁에서 한걸음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도의원안과 주민발의조례안은 다름이 없다. 의견을 수렴한다는 논리로 평준화 논의를 질질 끌려하지 말고 우선 발의된 두 조례안을 상정해야 한다. 이렇게 논의를 끌어가지 않도록 30일 임시회가 끝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조례안 상정과 논의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 60%안 노리나?
앞서 평준화주민조례본부는 지난 17일에도 ‘충남도의회, 고교평준화조례안 왜 상정 않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도의회의 행태를 규탄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17일 도의회가 개원하고 당연히 고교평준화 조례안이 상정되어 의원들의 치열한 토론과 논의의 장이 만들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조례안 상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도의회 교육위원장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혹시 교육청과 짬짜미하여 적당한 절충안을 만들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면,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백년지대계를 결정하는 교육정책을 시장좌판의 흥정거리로 전락시킨 교육청의 농간에 놀아나는 꼴’이라고 경계했다.
평준화주민조례본부는 도 교육청이 60%안을 획책하려하고 있지 않나 우려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교육위원회 안에서도 ‘60% 찬성안으로 절충되어야 하지 않나’라는 사견이 제시된 것이 확인됐다. 평준화 주민조례본부는 주민찬성 50% 이상시 평준화 도입안에 주민 1만8000여 명이 찬성해 서명하고 주민발의한 만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평준화주민조례본부 정원영 대표는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4월19일 보류한 조례안 두 가지를 충실히 토론해, 민주성과 타당성을 갖춘 조례를 5월 안에 꼭 제정해야 된다. 이는 도민들의 엄중한 명령이다. 훗날 도민들의 심판을 두려워한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조례안을 상정하여야 한다. 열띤 논쟁과정과 과반수 결정을 근간으로 하는, 즉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지키는 합당한 조례안 제정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추세면 2014년 평준화는 사실상 곤란
도의원 33인의 의견을 모아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김지철 의원(교육의원·천안7)은 “제출된 각 조례안을 병합심의 하자는 의견대로라면 사실상 시간이 보통 걸리는 일이 아니다. 조례안에 대한 자체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이후 여론조사 내용과 주체, 대상을 결정하는 일 등 짧게도 한 달에서 길게는 3개월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식으로 라면 2014학년도에 고교평준화를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확인한 결과 병합심의를 하지 않아도 법적인 하자는 전혀 없다. 주민발의는 말그대로 지지부진한 집행부와 의회를 대신해 주민들이 직접 토로한 뜨거운 민의다. 의원발의안이 이와 같은 내용인 만큼 이번 임시회에서 서둘러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평준화를 지지하는 다른 의원은 “진지하게 심도있는 심의를 위해 보류하는 건지 집행부의 입장을 고려해 주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상임위원장이 의지만 있다면 보류가 아니라 당연히 부결했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천안7선거구 김종문 도의원(통합민주당)은 이렇게 조례안이 상정조차 되지못한 것에 대해 “군지역 등 평준화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한 지역출신 의원들은 비평준화로 인한 고통이나 학생들의 어려움 등에 강한 공감대를 갖고 있지 못하다. 이렇게 현실을 외면한 의회의 발목잡기는 충남교육청과 모종의 관계를 갖고 있는 의원이 있다는 의혹까지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문 의원은 17일 도의회 5분발언에서 김종성 교육감에 대한 ‘주민소환’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전에 없던 강도 높은 발언수위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주민발의 조례안이 교육청에 제출됐는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외면된다면 이는 더한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다.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도의회는 지난해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제정 당시에도 많은 의원들이 서명하고 찬성한 뒤 상임위에서 단서를 붙이거나 반대의 입장을 밝힌 선례가 있었다.
어쨌든 본회의에 상정되고 과반수 이상이면 통과되는 상황에서 상임위원회의 ‘어느 때보다 신중한 검토’는 또 다른 논란거리를 낳고 있다.
<이진희 기자>
김종문 도의원 251차 임시회 5분발언
“고교평준화, 1년동안 단 한걸음도 못 나갔다”
‘계속 진척 없다면 교육감 주민소환도 불사할 것’
“고교평준화에 대해 지난해 이미 5분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충남 고교평준화는 단 한 걸음도 나간 것이 없다.”
17일 도의회에서 5분 발언에 나선 김종문(천안·통합민주당)은 지난해 1월에 이어 다시한번 고교평준화 도입을 촉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충남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중 유일한 비평준화 지역이다. 교육감은 2009년 당선당시 아이들에게 꿈을 교사에게는 보람을 주는 교육정책을 펴겠다고 했는데 과연 그 약속이 얼만큼 지켜졌는지 궁금하다”고 운을 뗐다.
김종문 의원은 “오늘 5분발언을 통해 50%와 70%를 논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교육의 이념에 맞게 바른 길이라고 생각된다면 그 길로 가야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아무런 법적 근거도 원칙도 없는 숫자놀음은 이제 멈춰야 한다. 어른들의 이해관계와 교육청의 탁상공론으로 인해 고통받는 학생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고교평준화는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평준화 관련 조례안이 계속 보류내지 진척이 없을 시 교육감의 도 교육정책에 대한 책임을 물어 주민소환도 불사하겠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물은 배를 엎을 수도 있다”고 마무리했다.
김 의원의 이날 도의회 5분발언에 방청석에서는 일부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의장이 주의를 주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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