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영인산 자연휴양림 잔디공원에 노란조끼를 입은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노래를 부른다.
탕정중학교 온샘골 봉사단이 지난 12일 성모복지원 지체장애학생들과 함께 대인관계형성을 위한 야외나들이 봉사활동에 나선 풍경이다.
장애인식개선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요즘, 따사로운 봄볕과 푸른 새싹의 어울림과 닮은 그들의 나들이를 지면에 소개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사랑과 봉사의 마음을 전해보고자 한다.
한편, 지날 3월 학부모들의 교육기부 발대식을 통해 이뤄진 온샘골 봉사단은 40여 명의 학생·학부모가 참여하고 있으며, 매년 진행되는 봉사활동으로 탕정중학교의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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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정중학교 온샘골 봉사단은 지난 12일 성모복지원에서 생활하는 지적장애학생들과 영인산 자연휴양림으로 야외나들이를 다녀왔다.
사진명: 지구를 지키는 온샘골 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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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게 맞잡은 손, 마음의 빗장 열어
오전 10시 온샘골 봉사단을 싣고 탕정중학교를 출발한 버스가 성모복지원에 도착했다.
복지원의 지체장애학생 10여 명도 버스의 도착에 신이 났는지, 오랜만의 나들이에 들떠 있는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라며 연신 손을 흔든다.
그러나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한 나들이였지만 영인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해서는 사뭇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봉사단학생들과 장애학생들이 편을 나누어 무리를 짓고 있었던 것인데, 그도 그럴 것이 4월7일 첫 만남 이후 두 번째 만남이었기 때문에 서먹한 사이가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도 잠시, 장애학생 한 명에 봉사단 학생 두 명씩 서로의 짝꿍이 정해지자 어색하게 맞잡은 손으로 산책에 나섰고,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에 서로에 대한 마음의 빗장 또한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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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샘골 봉사단 양수민(3학년·맨 오른쪽) 학생이 지체장애학생에게 꽃이름과 나무의 이름을 설명하고 있다. |
“하하하~, 깔깔깔~”
영인산 자연휴양림 휴양관에서 잔디공원까지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1시간 동안 진행된 산책.
지체장애학생들이라 끈기가 없고, 잘 걷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가파른 오르막길도 평지를 걷는 듯 발걸음이 가벼웠다.
봉사단 학생들은 산책로 중간 중간 펼쳐진 꽃밭을 지날 때 ‘이것은 철쭉이고, 저것은 민들레야’라며 꽃들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고, 잔디공원에 도착해서는 우렁찬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에 모두 신기해했다. 또한 학생들은 짝궁 별로 모여앉아 노래와 게임을 즐겼으며, 산책 후에는 온샘골학부모봉사단이 손수 마련한 불고기쌈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특히 온샘골학부모봉사단은 3세~5세 지능을 가진 지체장애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보물찾기와 제기차기, 공기, 비눗방울 크게 불기 등의 놀이를 준비했으며, 봉사단학생과 장애학생 가릴 것 없이 ‘하하하~, 깔깔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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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해봐~” 온샘골학부모봉사단이 손수 마련한 불고기쌈밥을 장애학생에게 먹여주고 있는 봉사단학생. |
“봉사활동, 어렵지 않아요~”
“봉사활동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가듯 조금 색다른 친구를 사귄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들(장애학생)과 함께 놀아주고, 이야기 해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봉사활동이 될 수 있거든요.”
이날 나들이에서 열성적으로 장애학생들을 보살핀 온샘골학부모봉사단 장숙경 씨의 말이다.
복지원생활관체험과 음식만들기, 등산, 김장담그기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그녀는 “장애학생들의 대인관계형성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결국은 봉사에 임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대인관계형성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이라는 영화처럼 우리도 멋진 우정을 쌓아가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성모복지원 김태영 사회복지사에 따르면 비장애친구와의 어울림을 통한 대인관계형성은 지체장애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하면 청소하고 빨래하는 봉사활동 외에도 지체·발달장애청소년을 위한 여가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봉사활동에 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는 지원자가 몰려있어 바로 봉사활동에 임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미리 신청을 해두면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장애인식개선 등의 교육을 통해 가족단위로 봉사활동을 펼칠 수 있다.
▶가족단위 봉사활동 문의: 장애인거주시설 성모복지원(☎543-7861)
“Volunteer가 아닌 Helper에요”
한규리(탕정중 2학년·온샘골 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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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정중 온샘골 봉사단 한규리(아래줄 가운데) 학생은 “자원봉사자가 아닌 도움을 주는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에는 규리양의 엄마도 함께했는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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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가 되어서 어르신들께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싶어요.”
탕정중학교 온샘골 봉사단 한규리(2학년) 학생의 꿈은 아픈 사람을 돌봐주는 한의사이다.
초등학교 때 장애학생과 같은 반이 되면서부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는 규리는 온샘골 봉사단에서도 두드러진 활동을 보였다.
특히 지난 12일 성모복지원 지체장애학생들과 함께 떠난 야외나들이에서 보통의 학생은 장애학생에게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고 쭈빗쭈빗 망설였지만, 장애학생을 향해 뻗는 규리의 손길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지난해에 이어 경석이와 짝꿍이 되었는데, 저도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쑥스럽고 어색하기만 했어요. 그러나 영화도 같이 보고 소풍도 가는 등 온샘골 봉사단 활동을 통해 가까워지고 친해질 수 있었지요.”
한편, 규리의 짝꿍은 이날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하느라 나들이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그러나 규리는 또 다른 친구 기원이의 손을 잡고, 산책과 공기놀이, 보물찾기를 하는 등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친구들과의 소풍을 마냥 즐거워하던 규리는 “처음에는 봉사활동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이제는 서로 친구가 됐어요”라며 “저는 Volunteer(자원봉사자)가 아닌 Helper(도와주는 사람)에요. 친구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고 싶어요. 보통 넘어진 친구를 위해 손을 내밀 때 도와준다고 하지 봉사한다고 하지는 안잖아요”하며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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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정중 온샘골 봉사단의 영인산 자연휴양림 나들이 이모저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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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이 선물한 한 송이 봄꽃을 들고 즐거워하는 장숙경 학부모
“봉사활동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가듯 조금 색다른 친구를 사귄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들(장애학생)과 함께 놀아주고, 이야기 해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봉사활동이 될 수 있거든요.”
이날 나들이에서 열성적으로 장애학생들을 보살핀 온샘골학부모봉사단 장숙경 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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