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체기업 도농더하기(대표 박종찬)가 3년 전부터 천안지역에서 처음으로 자연양계를 통해 자연유정란 ‘소소란’을 생산·유통하고 있다.
이렇게 젓가락으로 노른자를 들어도 깨지지 않고 탄력이 있어야 좋은 계란입니다. 보통 계란이라면 노른자와 흰자로 구분하는데 자연유정란은 노른자, 흰맥, 흰자 3단층이 뚜렸해요. 또 풀을 많이 먹일수록 계란의 노른자가 더욱 노랗게 변합니다.”
공동체기업 도농더하기(대표 박종찬)는 천안농민회 소속 회원 몇 명으로 구성, 3년 전부터 천안지역에서 처음으로 자연양계를 통해 자연유정란 ‘소소란’을 생산·유통하고 있다.
‘소소란’은 소농에서 정성들여 키운 소중한 달걀이라는 뜻.
자연농업 양계는 유정란을 생산하는데 있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해 닭 스스로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이곳 닭장에는 겨울에 온도를 올려주는 난방장치를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겨울에 얼어 죽지 않을 만큼 닭들의 면역력이 좋다. 면역력이 좋으니 항생제를 쓸 필요가 없다.
자연농업 양계 현장을 본 사람들은 모두가 감탄한다. 닭똥에서는 물론 닭장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달걀에서는 비린내가 나지 않고 달걀 껍질은 단단하고, 한번 맛을 보면 자꾸 생각나는 것이 바로 자연농업 유정란이라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이러한 달걀의 비결은 바로 자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밤이 되면 잠을 자고, 낮에는 활동하는 것이 모든 생명의 이치입니다. 하지만 현대 공장식 양계장은 몇 단씩, 비좁은 케이지를 쌓아 올리고 24시간 불을 밝혀 닭들에게서 잠이라는 휴식을 빼앗았습니다. 오로지 많이 먹고 달걀을 많이 생산하기 위한 달걀기계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100%의 산란율을 자랑하는데 닭이 가장 건강하게 오랫동안 달걀을 낳기 위해서는 산란율을 7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자연농업 양계의 방식입니다.”
‘소소란’의 또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일반 사료가 아닌 자가사료를 닭들에게 공급한다는 점이다. 닭에게 비타민 등의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하기 위해 산과 들에서 풀을 베어 준다. 이웃 버섯농장에서 버려지는 버섯을 갈아서 모이에 섞어 주기도 하고, 칼국수집에서 버려지는 조개껍질을 갈아서 칼슘을 보충해준다. 보통의 사료는 수입곡물로 만들어진 사료, 수입 옥수수다. 옥수수에는 오메가6 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이 지방산이 닭은 물론 사람에게도 지방을 축적해 혈류를 방해하고 각종 질병을 유발시킨다. 이 사료를 배제하고 ‘소소란’은 황토, 쌀겨, 청치, 풀, 바닷물, 현미, 대나무잎, 밀, 조개껍데기, 북어 등을 자가사료로 사용한다.
“건강한 닭들의 배설물은 흙과 더불어 미생물의 먹이로 돌아가 풀일 잘 자라도록 하는 자양분의 역할을 해 유기순환농업의 시작점이 됩니다. 비록 소량이고, 조금 느리더라도 옛날 우리네 농가의 방식 그대로 닭과 사람이 교감하는 행복한 자연양계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소농·가족농 자립 응원
자연양계농업으로 도농더하기에는 모두 900수의 닭이 자라고 있다. 산란율을 70%로 맞추다 보니 하루 600개의 계란을 낳는다.
최근 일반계란 30개 들이 한판 가격이 5500원에서 6500원 사이에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자연유정란의 가격은 일반 계란보다 보통 1.5배에서 2배가량 비싸다. 온전한 자연유정란을 생산하기 위해서 인위적인 산란을 유도하지 않고, 자가사료를 공급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도농도하기에서는 지역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자하는 로컬푸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일반 계란 가격보다 조금 비싼 가격에 자연란을 판매하고 있다.
조만간 아산 용연주공11단지 자연란 자판기를 설치할 계획인데 자연유정란 가격이 20개 들이 4000원을 생각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생명산업인 농업이 점점 쇠퇴하고 농업정책에서 소외된 소농과 고령농이 농업을 포기하는 등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들과 연대를 통해 소규모 양계로 소농·고령농에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도농더하기는 지역 인적네트워크를 통해 ‘꾸러미사업’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로컬푸드 운동의 하나인 ‘꾸러미사업’은 가정에서 일정액의 금액을 내면, 다양한 채소, 과일, 곡물, 계란 등 지역농·축산물을 한 달에 몇 번 가정에 배달하는 사업을 말한다.
생산에서 소비자로 향하는 먹거리의 이동거리를 감소시켜 얻어지는 효용은 지역에서 농사짓는 농산물이라는 '안전성', '신선함'과 더불어 유통단계를 최소화해 가격이 착하다. 꾸러미사업 또한 농·고령농에 일자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문의 도농더하기☎ 041-554-9787)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