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를 지지해온 시민단체들은 지난 17일 충남도청 브리핑실을 찾아 도의원 33인의 고교평준화 조례 공동발의를 환영한다며 원안 통과를 촉구했다.
도의원·시민단체들, 찬성 50% 넘으면 평준화 도입
도교육청, 70% 이상 찬성해야
충남지역 고교평준화 시행과 관련해, 찬반의견이 다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고남봉)는 지난 19일(목) 상임위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고교평준화와 관련해 도의원이 공동발의한 조례안과 충남도교육감이 발의한 조례안 등을 처리했다.
이 자리에서 교육위원회는 ‘고교평준화’ 안건은 충분한 여론수렴과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회기에서 처리를 보류하자고 합의했다.
현재 도의원들은 여론조사 결과 50%이상이 찬성하면 고교평준화의 도입을, 교육감은 70%이상돼야 고교평준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례안을 내놓고 대립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50% vs 관행 및 지침은 70%
도의원들과 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이날 고교평준화 시행을 위한 여론조사 찬성 비율을 놓고 공방을 펼쳐왔다. 토론자리에서 조남권 교육의원은 도 교육청이 평준화 도입에 왜 70%이상 찬성을 주장하는지 그 근거를 물었다.
김성기 도 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관련법 시행령이 바뀌기 전에는 교육감이 여론조사 등을 거쳐 교과부에 부령(교육감이 고등학교 입학전형을 시행하는 지역에 관한 규칙) 개정을 신청했는데 이때 관행적으로 2/3 찬성비율이 적용됐다”며 “지정 권한이 교육감에 위임됐더라도 이런 관행과 지침을 따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천안지역은 이미 한차례 평준화에서 비평준화지역으로 바뀐 만큼 재변경을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와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며 “과거 타당성 검토용역 결과에서도 신중한 시행을 주문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재변경 결정시 70% 이상 찬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김지철 의원은 “헌법·국회법 등 각종 법에 의사결정은 과반수로 하게 돼 있다. 70% 이상 요구는 사회통념을 넘어서는 무리한 요구다. 법제처에서도 이미 고교평준화 여론조사 찬성률에 대해 ‘교과부 원안에 나와 있는 지역주민 2/3 이상 찬성은 그 기준이 적정한지 의문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은 “도교육청은 먼저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해제 때 부끄러운 짓을 한 데 대해 반성부터 해야 한다”며 “여론조사 없이 평준화 해제 요구 청원서를 낸 일부 학교 운영위원장과 시의원, 교총회장 등 수십 명의 의견만으로 비평준화 전환을 결정해놓고서 이제 와서는 법적 근거도 없는 여론조사 70% 찬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고교평준화 재도입,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시·도의원, 국회의원, 시민단체들 지속적 평준화 도입 촉구
도 교육청 등 반대 측은 “재도입은 더 신중해야” 주장
천안지역의 교육문제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고교평준화 도입문제다.
고교평준화는 교육감이 학군내 일반계고등학교 총 정원만큼 선발한 후 합격자를 대상으로 정해진 배정방법에 의해 고교별 정원만큼, 성적과는 무관하게 학생을 배정하는 제도다. 이에 반해 비평준화는 학교장이 고등학교별 정원만큼 선발한 후 합격자를 대상으로 입학을 허가하는 제도.
천안은 1980년부터 1994년까지 평준화를 실시하다가 1995년부터 전격 비평준화 지역으로 돌아섰다.
해체여부가 결정될 당시, 교과부는 천안시군 중학교 학부모 전원과 교사 전원을 대상으로 찬반여론을 취합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나 당시 교육감은 천안시의회의 건의와 중등학교장단의 해제건의, 천안시교원연합회장 명의의 해제에 관한 의견서, 중고등학교 육성회장 연명의 의견서 등으로 대신하며 비평준화 도입을 주도했고 결국 1995년부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천안지역에서는 이 제도에 관한 뜨거운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고조되는 평준화 도입 요구
고교간 경쟁이 가열되고 ‘고입대란’ 등 비평준화 제도와 관련한 문제점들이 부각되면서 천안에서는 평준화를 촉구하는 여론이 비등해졌고 시민단체들도 적극적인 활동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4년부터 활동을 펼쳐온 천안고교평준화시민연대는 2010년 재창립을 한 이후 공청회, 간담회, 토론회, 서명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꾸준히 미온적인 태도를 견지해온 도교육청에 맞서 지난 2011년 11월에는 충남59개 단체가 모여 ‘충남고교평준화 주민조례제정 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현재 도내 곳곳에서 청구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 서명목표의 70% 수준을 달성한 상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충남 도의원 33명은 지난 3월6일, 여론조사 과반수 이상 찬성시 평준화를 도입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는 조례안을 발의했다.
평준화를 지지해온 시민단체들은 지난 17일 충남도청 브리핑실을 찾아 도의원 33인의 고교평준화 조례 공동발의를 환영한다며 원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학교교육을 정상화 시키고 치솟는 사교육비를 절감하며 희망이 넘쳐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라며 ‘고교평준화를 바라는 충남도민의 여론을 도의회가 반영한 것이라 생각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충남고교평준화 주민조례제정본부가 추진해 온 주민발의조례 서명운동을 조속한 시일내 마무리해 의원발의안에 힘을 보태고 충남지역 고교평준화의 올바른 조례제정과 시행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준화 안 한 충남, 16년간 수능성적 최하위권
고교평준화는 1974년부터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도입돼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강원도도 내년부터 평준화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현재 광역에서는 충남만이 유일한 비평준화 지역이다. 전국 50만이상 인구의 도시중 평준화를 실시하지 않는 도시는 천안(59만), 용인(88만), 남양주(56만), 화성(51만) 정도에 불과하다.
충남고교평준화조례제정운동본부 관계자는 “고교평준화의 도입은 고교입시경쟁을 해소해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중학교 학교교육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평준화를 옹호하는 이들은 다양한 학교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은 소수학생들만이 여러 선택권을 누릴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는 평준화지역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성적이 좋았다거나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평준화와 관련한 목소리는 이번 19대 총선에서도 교육현안과 관련한 주요 의제였다.
천안지역에서 당선된 두 국회의원은 모두 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평준화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고 다른 후보들 대부분도 평준화의 도입을 지지했다. 천안시의회의 김영숙 의원도 지난 19일 15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천안지역고교평준화 조례제정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시도교육청별 수능성적을 비교해보면 유일하게 평준화를 하지 않는 충남이 16년간 최하위의 수능성적을 기록했다. 천안 청소년들의 건강과 행복한 학교교육, 인재육성을 위해 고교평준화 찬반 여론조사 찬성률을 과반수로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번 도의회에서 한껏 달아올랐다 싱겁게 마무리된 평준화 토론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정원영 운동본부 상임대표는 “과반수의 도의원이 찬성해 공동발의한 조례안이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보류됐는데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어 아쉽다. 주민조례 제정을 위한 서명이 이르면 이달 말께 목표량을 채울 것이다. 어쟀든 이번 논의가 서명운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희 기자>
(캡션)평준화를 지지해온 시민단체들은 지난 17일 충남도청 브리핑실을 찾아 도의원 33인의 고교평준화 조례 공동발의를 환영한다며 원안 통과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