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이 학기별로 2회의 시험을 강제하기로 한 지침을 내려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충남교육청은 지난 3월21일과 22일 양일에 걸쳐 도내 초중고 학업성적관리 담당자들에 대한 연수를 진행했다. 여기서 충남교육청은 ‘학업성적관리지침’이라는 것을 작성·배포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도 교육청은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학기별 2회 이상의 시험을 실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 충남지부는 지난 10일, ‘문제풀이 기계 배출을 강요하는 충남교육청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상위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아이들을 시험경쟁에 내모는 비상식적 행태’라고 규탄했다.
‘초등학교들은 학기별 한번만 시험 봤었는데…’
초중등교육법 제25조에 의하면 ‘학교의 장은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평가해 학생지도 및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교육과학기술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작성·관리해야 한다’라고 돼 있다.
또 교육과학기술부 훈령에 의하면 ‘각급 학교에서는 시·도교육청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에 의거한 학교별 세부적인 학업성적관리규정을 제정해 활용한다’라고 돼 있다.
즉, 교과부의 훈령에 의하면 학생에 대한 평가권은 학교의 자체 규정에 의거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학부모들의 알권리를 존중하기 위해 평가시기와 평가횟수 등을 포함한 평가계획을 학년 초에 학부모들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충남교육청이 배포한 지침 제8조 1에는 ‘지필평가는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이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선택형과 서답형 평가를 혼합해 학기별 2회 이상 실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이처럼 평가의 횟수를 도교육청에서 강제하는 것은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한 교과부 훈령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충남교육청에서 배포한 2010년까지의 지침을 보면 초등학교와 특수학교는 평가 횟수에 대해 학교자율로 결정하도록 했다. 때문에 대다수의 초등학교들은 학기별 1회의 시험만을 시행했다. 하지만 2011년 지침을 작성·배포하면서 초등학교와 특수학교에 주어졌던 자율권이 일선 학교 현장과의 아무런 공론화 과정도 없이 슬며시 빠졌으며, 2012년에는 학기별 2회 실시를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론화 과정도 없고 상위법에도 맞지 않는 지침’
전교조 관계자는 “이미 일선학교는 3월초 교육계획서 작성을 위해서 평가의 시기와 횟수 등을 학교 자율로 결정해 시행하려 하고 있다. 또한 가정통신문을 통해 이에 대한 안내를 실시한 학교가 있는 상황에서 도교육청의 상식에 맞지않는 지침으로 인해 학교현장은 또다시 혼란에 빠지고 있으며, 학교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시대의 추세에도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가 실시되면서 3월에 진단평가, 6월에 일제고사, 12월에 학업성취도평가를 봐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초등학생들이 추가로 학기별 2회의 시험을 치르게 되면 1년에 최소 7회의 시험을 봐야만 하는 상황. 이는 매월 1회 정도의 시험을 보는 것으로 초등학생들의 시험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현재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도 학습부담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방지하기 위해 2006년까지 연 5회 실시하던 전국연합학력평가(일명 모의고사)를 2007년부터는 연 4회로 축소해 시행되고 있다.
전교조 충남지부 관계자는 “다른 시·도에서도 실시하지 않는 초등학교 시험을 학기별 2회 이상 실시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학생들을 문제풀이 기계로 전락시키는 것이며, ‘바른 품성 알찬실력의 스마트 인재를 양성한다’는 충남교육청의 교육지표와도 어울지는 않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어떤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았고, 상위법에 배치돼 작성된 지침을 폐기하고 교과부 훈령에 맞는 지침을 새롭게 작성해 일선 학교에 자율권을 부여할 것’을 촉구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