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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좋아하는 것을 나누었더니, 여럿이 행복해 지네요”

일선학교, ‘지식·재능기부’의 손길 필요해

등록일 2012년04월1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일선학교들이 지식·재능기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산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학교 교육과정 중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자율적으로 학습활동을 할 수 있는 창의적 체험활동과 방과후수업, 토요프로그램에 기관과 단체, 기업, 학부모 등 다양한 계층의 지식·재능기부를 희망하고 있는 것.

지역의 한 중학교 교장은 “진정한 ‘인재육성’은 소위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개개인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기관과 단체, 기업, 학부모 등의 지식·재능기부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지역사회에서 지식·재능기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지식·재능 기부는 복습과 예습을 통한 자기발전의 밑거름
한 달에 한 번,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지식·재능 공유해요

지식·재능기부 시스템 필요

“직업의 종류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정작 대다수의 학생들은 자신의 꿈에  막연한 환상만 가지고 있을 뿐 꿈에 대한 목표설정이나 계획은 정립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학생들이 자신의 꿈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지식·재능기부가 이뤄져야할 필요가 있다.”

음악과 문학, 언어, 요리, 게임, 스포츠 등의 다양한 분야의 지식·재능기부가 필요하다는 한 고등학교 교사의 말이다.

또한 이 교사는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은 그에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만 못하다(授人以魚 不如授人以漁)’는 노자의 말을 인용해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익힐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또 다른 초등학교의 교장은 지역사회와 아산교육지원청, 일선학교 등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식·재능기부가 지속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지식·재능기부를 망설이고 있다”는 이 교장의 말에 따르면 “시와 교육지원청, 학교에서는 지식·재능기부를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한 통합적 시스템을 갖춘 상담·안내소를 설치해 각종정보를 공유·전파·홍보해야 하며, 지식·재능기부자들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지식·재능기부의 수준이 향상될 수 있도록 연말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시상식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교장은 “아산지역의 지식·재능기부가 활성화 된다면 진정한 인재육성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며, 뿐만 아니라 다른 시·도의 롤모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식·재능기부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지식·재능기부 얼마나 이뤄지고 있나

아산지역에서는 지식·재능기부가 얼마나 이뤄지고 있을까.

우선 아산에서는 지난주 순천향대학교 중국인 유학생들의 ‘국경을 뛰어넘은 지식기부’가 일간지와 뉴스에 보도되면서 전국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가 있다.

왕환(국제통상학과 3학년) 학생과 뚜안위엔위엔(여·관광경영학과 4학년), 왕위엔(여·국제통상학과 2학년)이라는 유학생 3명으로 구성된 교육봉사회는 매주 토요일 정기적으로 사회복지시설인 환희애육원을 찾아 초등학생 1명과 중학생 3명에게 중국어 회화와 글쓰기 기초를 15주 동안 가르쳐 왔다고 한다.

더불어 각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과 토요프로그램을 활용한 일선교사들의 지식·재능기부도 눈에 띄었다. 신창중학교에서는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충남지부장이기도 한 임태순 교사가 천문학 동아리 ‘블랙홀’을 이끌고 있었으며, 온양풍기초등학교에서는 10여 명의 교사가 과학과 발명, 만화, 동시쓰기, 어린이국회 등 9개 동아리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충남외국어 고등학교에서는 125명의 학생이 자신보다 어린 초·중학생들에게 국어와 영어, 수학 등을 가르쳐 주는 ‘Hi-Mi 교육기부’ 봉사활동을 진행 중이며, 탕정중학교 학부모들은 요리와 봉사, 바둑(인근주민) 동아리에서 지식·재능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농촌지역학교인 인주중학교는 사교육비 절감과 지역사회와의 교육협력차원에서 지난해 9월부터 현대자동차의 지원을 받아 야간공부방 ‘밤참’을 운영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아산시 청소년교육문화센터에서는 70여 명으로 구성된 청소년재능나눔봉사단 ‘잇츄(It’s You)‘를 운영해 저소득층 가정 자녀 및 청소년들에게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수학, 예·체능 봉사활동을 펼쳤으며, 지난해에는 충청남도청소년자원봉사대회에서 대상(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지역의 대학교와 연계한 지식·재능기부도 이뤄졌다. 온양여자고등학교는 호서대학교와 MOU를 체결해 호서대학교 이환명 교수의 한방화장품만들기와 이노신 교수의 글로벌리더를 위한 영어특강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훌륭한 지식·재능기부가 펼쳐지고 있음에도 아산시에서 운영하는 통합된 시스템이 없어 그 실태를 모두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교육지원청도 학교와 기관, 단체, 기업, 학부모 등과 연계한 지식·재능기부현황조차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지식·재능기부 하려면···

“지식·재능기부 어렵지 않아요~”

아산교육지원청 김성희 장학사는 지식·재능기부가 기부금이나 기부물품과 같은 현물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서류절차 없이 희망하는 학교의 홈페이지나 전화상담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기부자와 학교의 협의 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힌 김 장학사는 “학교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보통의 경우 홈페이지와 가정통신문을 통해 지식·재능기부자를 모집하고 있다”며 “개인은 하찮게 생각하는 지식·재능일지라도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씨앗이 될 수 있으니 지역의 기관과 단체, 기업, 학부모들은 마음의 문을 열고 지식·재능기부에 대한 연락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지역민의 관심을 당부했다.

지식·재능기부 문의: 아산교육지원청 김성희 장학사 ☎539-2450

일선교사들의 솔선수범

남다른 열정으로 지식·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만나 그들이 전하는 기부문화의 사례를 들어보았다.

지식·재능기부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일선교사들의 솔선수범이다.

이들 교사는 평소의 업무 외에 자신이 취미와 관심분야에 맞춰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등 지식·재능기부에 앞장서고 있다.

신창중학교 과학교사인 임태순 지도교사는 천문동아리 ‘블랙홀’을 이끌며 올 3월28일 ‘제1회 가족과 함께하는 별축제’를 개최했다. 임 교사는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이날 축제를 위해 일주일 전부터 망원경의 원리와 작동방법을 충분히 숙지하고, 축제 3일전부터는 한밤에 직접 달과 별을 관측하는 등 축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임 교사는 축제 때 빔 프로젝트와 학교벽면을 활용해 별자리의 이동 및 계절별 별자리, 행성과 항성의 차이, 지구 및 태양의 크기 비교, 태양을 비롯한 항성의 크기 비교 등을 설명했으며, 설명 후에는 레이저포인트와 천체망원경을 이용해 달과 목성, 화성, 금성, 큰개자리, 작은개자리, 쌍둥이자리, 마차부자리 등 별자리 관측을 설명해 참석한 학생·학부모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충남지부장이기도 한 임태순 지도교사는 “아산지역의 학생 중 천문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지식·재능기부 활동을 펼칠 의향이 있다”며 “가족과 함께하는 별축제가 1회에 그치지 않고 2회, 3회를 거쳐 마을의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동아리 활동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신창중학교 천문동아리 블랙홀은 지난 3월38일 ‘제1회 가족과 함께하는 별축제’를 개최해 참석한 학생·학부모의 큰 호응을 얻었으며, 이날 행사는 임태순 지도교사의 지식·재능기부를 통해 이뤄졌다.

어린이들의 감성을 체험을 통해 일깨워주는 온양풍기초등학교 알록달록이 동아리도 주목할 만 하다.

동아리 지도교사인 이재순 교사는 자신이 평소에 관심을 갖고 취미로 즐겨오던 ‘체험을 통한 동시 짓기’를 지식·재능기부를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특히 이 교사는 6명의 동아리 학생들과 지난 3월17일에 직접 팽이를 치고 난 후의 느낌을, 4월7일에는 쑥을 캐고 난 후의 느낌을 살려 동시로 짓는 등 학생들의 정서와 감성지수를 높여주고 있다.

온양풍기초등학교 알록달록이 동아리 이재순 지도교사는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한 가지 주제를 정해주고 ‘동시를 지어보렴’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머뭇거리지만 체험활동을 한 후 ‘동시를 지어보렴’ 하면 모두가 ‘술~ 술~’ 동시를 짓는다. 앞으로 가재잡기와 감자찌기, 떡볶이·호떡 만들기 등을 계획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학생들의 동시가 기대된다”며 “연말에는 학생들이 직접 쓴 동시를 책으로 엮어볼 생각”이라고 학생들의 칭찬에 여념이 없었다.

온양풍기초등학교 이재순 교사의 지식·재능기부로 이뤄진 알록달록이 동아리는 지난 4월7일 쑥을 캐고 난 후의 느낌을 살려 동시로 짓는 등 창의적 체험활동을 펼쳤다.

학생이 학생에게 지식기부를···

자신의 ‘공부’에도 힘겨울 고등학생이 자신보다 어린 학생들의 ‘공부’를 가르치는 것도 돋보이는 재능기부 중 하나다.

충남외국어고등학교 ‘Hi-Mi 교육기부 봉사활동’ 동아리 학생 125명은 매월 1·3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탕정중 21명, 배방중 25명, 설화중 19명, 음봉중 15명, 용화중 10명, 온양여중 6명, 영인중 3명, 선도중 6명, 탕정초 2명, 신리초 14명, 천안쌍용중 4명 등으로 나눠 지식기부를 펼치고 있다.

지난 2009년 신창중학교를 대상으로 시작한 ‘Hi-Mi 교육기부 봉사활동’은 이후 배방중학교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현재는 아산지역에서 교육기부를 희망하는 전 초·중학교와 인근에 위치한 천안쌍용중학교에까지 그 영향력을 넓혀 주위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1:1 멘토링제로 운영되는 봉사활동에는 충남외고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참여를 희망하고 있지만 정원을 125명으로 제한하고 있어 진정한 ‘멘토’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관문을 통과해야만 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한편, 갈수록 심화하는 내신 경쟁에서 ‘자신의 공부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에 동아리 회원인 윤종현(1학년), 윤수정(여·1학년), 두애린(여·2학년), 이소희(여·2학년) 학생들은 “자신의 공부에 매진해야 할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기식기부를 한다면 자기시간을 뺏길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동아리 회원이라면 모두 느끼는 점이지만 오히려 학생들에게 가르쳐줄 교재와 문제들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기본기가 더욱 튼튼해지기 때문에 지식기부는 결국 타인을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을 위한 공부가 되는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충남외국어고등학교 ‘Hi-Mi 교육기부 봉사활동’ 동아리 두애린(여·2학년), 윤종현(1학년), 윤수정(여·1학년), 이소희(여·2학년)은(왼쪽부터) “지식·재능기부는  결국 타인을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을 위한 공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지식·재능기부는 자신의 희생이 아니라 복습과 예습을 통한 자기발전의 밑거름이 된다는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지식과 재능을 혼자만 움켜쥐고 있다면 어떻게 사회가 발전할 수 있겠는가” 반문하며, “우리들은 국어나 수학, 언어(영어, 일어, 중국어 등) 외에도 음악, 미술, 스포츠, 문학 등에도 관심과 재능이 있고, 기회가 된다면 공부 외의 것에도 지식·재능기부를 펼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충남외국어고등학교 ‘Hi-Mi 교육기부 봉사활동’ 동아리 학생 125명은 매월 1·3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10여 곳의 학교에서 지식·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다.

지식·재능기부로 전해지는 자녀사랑

“직업란에 항상 ‘전업주부’라고 쓰던 평범한 주부에요. 특별한 재주도 없고 요리에 관한 전문자격증도 없지만 평소 요리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재능기부를 선택하게 됐어요.”

지난 4월12일 탕정중학교 요리부 동아리에서 ‘유기농 피자’를 만들어 교내 구석구석을 피자 굽는 냄새로 채워낸 김선주 반장의 재능기부활동에 대한 동기다.
지난해 3학년 학부모들의 주축으로 시작된 창의적체험활동 요리부 동아리는 학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2012학년도에 재편성됐고, 앞으로 7명의 학부모와 30명의 학생이 참여해 한 달에 한 번씩 다양한 요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지난 12일 탕정중학교 요리부 동아리에서 ‘유기농 피자’를 만들어 교내 구석구석을 피자 굽는 냄새로 채워버린 김선주 반장은 ‘지식·재능기부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함께 나누는 무척 유쾌한 일’이라고 말한다.

교사와 학생 모두 극찬을 아끼지 않던 ‘유기농 피자’를 학생·학부모들과 함께 만든 김 반장에 따르면 지식·재능기부는 생각만큼 어렵고 복잡한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평소에 흥미를 갖고 즐기던 취미를 학생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전부’라고 설명한 그녀는 지식·재능기부를 한 마디로 ‘Fun(재미있는)’이라고 표현했다.

흔히 집에서 배달해 먹는 음식인 피자를 밀가루 반죽부터 시작해 발효과정을 거쳐 신선한 야채와 치즈를 토핑하고 오븐에 굽기까지의 과정을 자녀와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재미있는 일. 또한 40여 분의 반죽발효시간을 지루해 하지 않는 학생들과 요리에 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무척 신나는 일이라고 말한 그녀는 “기부는 금전적이나 물질적인 것에만 국한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학생들과 함께 나누는 재능기부활동은 무척 유쾌한 일”이라며 “다음 요리시간에는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안동찜닭을 만들어 볼 생각인데 세심하게 요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한층 더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고 재능기부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날 요리부 수업에 참여했던 3학년 남희라 양은 “요리부 동아리는 선생님이 아닌 친구들의 엄마가 요리를 가르쳐 주시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 친구 엄마 1분과 학생 6명씩 1조로 나눠서 진행되니까 궁금한 것도 바로바로 여쭤볼 수 있고, 무엇보다 엄마를 대하듯 편안한 마음으로 요리를 배울 수 있어 몹시 좋고 피자도 정말 맛있었어요. 다른 동아리 친구들이 무척이나 부러워해요”라며 해맑게 웃음지어 보였다.

이날 요리부 수업에 참여했던 3학년 남희라 양은 “요리부 동아리는 선생님이 아닌 친구들의 엄마가 요리를 가르쳐 주시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라며 해맑게 웃음지어 보였다.


신리초등학교에서의 지식·재능 기부를 마치고···

Hi-Mi 교육기부 봉사활동 참여 후기

처음 학교에 도착했을 때, 어느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시골의 단층학교와 학년별로 15명도 안 되는 학생들이 너무나 새로웠다. 들뜬 마음으로 5학년 교실에 들어섰지만 아이들이 조용히 있지 않고 돌아다니며, 가재도 보여주면서 약간은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다소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나는 멘토가 아니던가! ㅎㅎ
어수선한 분위기를 뒤로하고 내 멘티들을 찾아서 자리에 앉히고 학습자료를 나눠주며 인사를 나누었지만 또 한번의 벽에 부딛혔다.
한 학생이 나에게 “선생님은 어느 나라 사람이예요?”라고 물었고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나? 당연히 한국 사람이지. 왜?”하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 학생은 “다른 친구의 선생님도 한국 사람인데 저만 필리핀 사람이네요”라고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을 해서 ‘아~ 다문화 가정 학생이구나’라 생각을 하며, “한국에 살면 다 한국 사람이지 뭐”라고 웃어주었다.
그러자 다른 멘티 녀석이 옆에서 “너는 필리핀 문화와 한국문화 다 배울 수 있잖아. 부럽다!”라고 내말을 거들어 줘서 내게 질문을 했던 학생의 얼굴이 환해졌다.
내내 까불고 말이 많아서 얄밉던 녀석이었는데 그렇게 내 말을 거들어주다니 꽉!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대견스러웠고 순수함이 느껴졌다.
(중략)
나는 그 아이들에게 그저 멘토이기 보다는 상담가의 역할도 해줄 수 있는 누나가 되고 싶었는데, 마침 다문화가정의 그 학생이 “선생님이 친누나였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을 듣고 무언가 찡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지만 그 학생이 일주일에 2~3번, 30분~1시간 정도 공장에서 구멍 뚫는 아르바이트로 만원을 받아 저금을 한다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또한 왠지 모르게 내 자신이 창피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교육기부 첫날에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내 마음을 다잡고 멘티들의 마음을 추슬러 진정한 누나가 되어 볼란다. 나는 충남외국어고등학교 Hi-Mi 교육기부 봉사활동의 진정한 멘토니까 ^_____^

                                                                                              글쓴이: 충남외국어고등학교 1학년 공여원

손상욱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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