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동 무허가 건축물에 사는 12가구가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사진은 12가구가 살고 있는 건축물.
12가구가 수도요금을 내고도 10일 가까이 단수로 큰 불편을 겪은 일이 발생했다. 특히 이들 12가구는 10년여 동안 행정기관의 안이한 대처로 불법건축물 이라는 사실도 모른 체 전세계약을 맺었으며 현재 주인과 연락이 되지 않아 전세계약 기간이 만료되고도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요원한 상태다.
10년째 불법건축물 과태료 부과
이들 12가구가 살고 있는 지역은 지가가 가장 높다는 신부동이다. 세종웨딩홀 사거리에서 톨게이트 방향 오른편 호선당 뒤편에 12가구가 조그만 단층건물에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다.
12가구는 지난 13일 갑작스런 단수로 씻지 못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단수는 21일, 단수 9일 만에 해제됐지만 주민들은 이러한 불편을 겪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12가구는 지금까지 수도요금을 관리비 명목으로 집주인 남모씨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집주인 남모씨가 수도세 납부를 하지 않아 수개월이 체납, 체납액만 510만원에 달했고 이에 수도사업소는 단수를 결정하게 된 것.
주민대표가 지난 21일 수도사업소를 찾아 사정을 설명하고, 세입자가 수도요금을 납부하겠다는 각서를 쓰고야 단수가 해제됐다.
세입자들이 겪는 고통은 이번 단수 뿐 만이 아니다. 지난 겨울동안 보일러가 고장 난 가구가 다수 있었지만 집주인은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한다. 추위를 참지 못한 세입자들은 자비를 들여 보일러를 고쳐야 했다.
또한 한 세입자는 전세금을 다 돌려 받지 못하고 포기한 채 이사를 해야 했다고.
12가구가 살고 있는 건축물은 무허가 건축물이다. 천안시는 지난 2001년 11월20일 불법건축물임을 확인하고 행정절차를 통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과태료가 부과됐지만 집주인은 과태료를 미납, 5회에 걸친 과태료 부과에 대한 체납액은 9426만원에 달한다.
불법건축물로 10년이 지났지만 전세계약은 계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새로운 가구가 전세계약을 하게 되면 일부 이사를 하기도 했다. 현재 대부분 가구가 전세계약을 만료 하고도 전세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는 실정이다. 12가구의 전세금은 적게는 8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으로 모두 합치면 약 1억5000만원에 이른다.
관련법 타령만 하는 천안시
10년 동안 1억원 가량의 과태료를 부과한 천안시는 집주인 소유의 차량에 가압류를 했을 뿐, 과태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다. 좀 더 일찍 적절한 행정조치가 있었다면 세입자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남구청 관계자는 “2006년 관련법 개정으로 행정기관이 불법건축물에 대한 강제철거를 할 수 없게 됐고 건축주의 자진철거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과태료를 받아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집주인 명의로 된 것이 차량뿐이라 차량에 대한 가압류를 했고, 공매를 하려 해도 금액이 너무 낮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수가 있고 3일이 있은 후 집주인은 잠적한 상태로 주인집은 굳게 닫혀 있는 상태다. 본지가 집주인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12가구 주민대표는 지난 5일 천안동남경찰서에 집주인을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집주인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출석하지 않아 사건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
한 세입자는 “전세계약 당시 등기부등본 등 구비서류가 모두 갖춰져 있어 무허가 건축인 줄 몰랐다”며 “집주인과 연락이 되지 않아 싼 가격에 전셋집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계약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토로했다.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