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기 싫어요!”
아산지역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부터 시행한 전면 주5일 수업제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소득격차를 확인할 뿐이라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특히 토요일인 지난 10일 등교시간, 텅 비어있는 인도를 혼자 걸어가던 모 초등학교 학생은 “다른 애들은 토요일에 학교 안가도 된다고 하는데···”라며 “아빠, 엄마가 직장을 다녀서 학교에 가야해요. 토요일에는 학원차도 안다녀서 학교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학교가기 정말 싫어요.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놀고 싶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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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비어있는 인도를 혼자 걸어가던 모 초등학교 학생은 “토요일에는 학원차도 안다녀서 학교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학교가기 정말 싫어요”라고 말했다. |
남들 다 쉬는데 출근하라고 한다면?
“전면 주5일 수업제로 많은 학생·학부모가 삶의 질 향상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소외계층은 더욱 소외됨을 느낀다.”
전면 주5일 수업제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는 한 학부모의 말이다. 모 업체에서 공장근로자로 근무한다는 이 학부모는 전면 주5일 수업제를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비유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학부모에 따르면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고 여유가 있는 가정은 전면 주5일 수업제를 활용해 삶의 질을 향상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에서는 형편이 여의치 않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자녀를 학교로 내몬다는 설명이다.
또한 전면 주5일 수업제 시행으로 경제적 여유를 가진 사람들은 시간적 여유도 갖게 되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시간에서도 소득별 격차를 느끼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 학부모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 사이에서도 아파트 평수 등 거주 형편에 따라 친구를 가려서 사귄다고 하는데, 이제는 토요일에 등교하지 않는 학생과 등교해야만 하는 학생으로 친구가 나눠지게 생겼다”며 “토요일에 출근하고 싶어 하는 직장인이 과연 몇이나 되겠나. 또한 같은 직장동료들은 토요일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지만 가정형편상 본인과 몇몇 동료만 출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얼마나 화가 나는 일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수의 행복에 소수의 불행
영인면에서 만난 또 다른 학부모는 ‘다수의 행복에 소수가 불행하다’며 전면 주5일 수업제를 반대했다.
그는 도시와 농촌의 교육환경을 비교하며 “시내권 학생들이야 등·하교 문제가 어렵지 않겠지만 대중교통의 편리성이 없는 농촌에서는 토요일 등·하교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 사람들과 중·소도시의 시내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주5일 수업제를 반기는지 몰라도 시골에서는 토요일에도 정규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학교가 필요하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자녀가 토요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싫어한다는 한 학부모는 “토요일 등교를 거부하는 중학교 아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맞벌이로 토요일도 근무하는 처지라 아들을 돌봐줄 수 있는 형편이 못되는데, 아들은 그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고집을 피우고 있다”며 “아무도 없는 집에서 아들 혼자서 무엇을 하겠나. 자기주도적 학습? 다양한 체험활동? 다 뜬구름 잡는 소리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만 할 것이 눈에 선한데 어떻게 마음편히 본업에 임할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한편 이 학부모의 아들 김 모군은 “토요일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이 창피해요. 왠지 남들보다 못사는(재정적으로) 것 같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놀림을 받을까 두렵기 때문이에요”라며 “벌써 친구들 사이에서는 토요일 등교하는 친구들과 그렇지 않은 친구들로 패가 갈리는 것 같아요. 이왕이면 토요일에 학교를 가지 않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