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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산지 1년 됐는데 또 이별해야 하나요” 조미예(44·원성동) 씨

수급자 탈락, 올해 초등학교 입학한 딸과 생이별 걱정

등록일 2012년03월0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조미예 씨 모녀.

“엄마랑 다시 3년 정도만 다시 떨어져 살면 안 되겠니?”
“안 돼! 이제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거야. 더는 따로 살기 싫어. 같이 살아. 응 엄마?”

햇살이 따사롭던 지난 주의 어느 날. 남산초등학교 앞에서 조미예 씨 모녀를 만났다.
구도심의 전형적인 낡은 집. 조그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제대로 된 세간 하나 없이 TV만 덩그라니 놓여져 있는 방에서 어머니 조씨와 얘기를 시작했다.

조씨는 현재 신장장애 2급, 시각장애 5급의 장애인이다. 원래 고향은 충북 제천. 2000년경 중매로 남편을 만났지만 아무런 정이 없던 남편과의 딸 하나만 두었을 뿐 2002년 바로 이혼을 하고 말았다. 이후 남편과는 아무런 연락조차 없는 상황.

원래 건강이 좋지 않던 그녀는 3년 전 당뇨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현재 한쪽 눈은 실명상태고 다른 한 쪽 눈만 희미하게 사물을 볼 수 있다. 2007년 경 시각장애 5급을 받은 그녀는 2011년부터는 신장에 커다란 문제가 생겨 지금껏 병원을 다니고 있다. 지금도 일주일에 3일은 4시간씩 투석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인지 안색이 어둡고 어느 곳에서도 혈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부모, 남편 누구하나 제대로 의지해 본 일이 형편상 딸과 떨어져 생활해 오던 미예씨는 1년여 전부터 정부의 기초생활 수급비를 받게 되면서 딸과 함께 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얼마 전 예기치 않은 위기를 다시 맞게 됐다. 조씨는 최근 이 걱정에 잠을 제대로 자기가 힘들 정도다.

‘부양의무자, 지원 기준치를 넘었다’

조미예씨 모녀는 2인 가정으로 원래 월 70~80만원의 수급비로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복지부로부터 수급탈락의 연락을 받았다. 이유인즉 현재 부양의무자인 부모님의 재산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천에 있는 부모님은 사실상 조씨와 인연을 끊은 지 오래다.
4남매 중 둘째인 조씨외에 언니도 부모님과 교류가 전혀 없는 상태라고 한다. 남동생을 통해 연락을 해보니 “무슨 일이든 알아서 해라.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도와줄 수 없다”고 잘라 말한 상태라고 한다.

현재 복지부는 기초수급지원 대상자를 기준으로 법적인 부양의무자인 부모와 자녀의 재산상태를 체크하고 기준에 적합할 경우 지원되도록 되어 있다. 이는 호적을 파내고 일가창립을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3개월마다 하는 이 조사에서 무슨 연유인지 부모의 재산이 기준을 넘게 돼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현재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25만원짜리 방이다. 당장 이달부터 수급이 끊기면 그녀의 손에 들어오는 돈은 장애수당까지 다 해야 2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얼마 전 딸의 취학통지서를 받아 쥔 그녀는 이제 막막한 상황에 맞딱드리고 말았다.

‘흐릿한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만’

“다행히 친구가 딸애 가방을 사주고 학용품도 아는 동생이 사주어 큰 걱정은 덜었어요.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막막해요.”

다행히 수급자가 탈락하더라도 차상위로 지정되고 병원비는 지원대상이 되어 부담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방세를 내는 데도 부족한 돈에 생활비는 마련할 길이 없다. 바로 영구임대 아파트 신청을 했지만 언제나 차례가 올지 기약하기조차 힘든 것이 현실. 구조적으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모녀의 삶은 바람앞의 촛불처럼 불안하기만 하다.

조씨는 미혼모 시설, 딸은 고아원에서 각작 헤어져 살다가 같이 살게 된지 이제 1년이 갓 넘은 상황이다. 이제 다시 딸과 헤어져 살아야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조차 몸서리 처진다.

거의 시력을 잃어버린 그녀의 흐릿한 두 눈에서는 안타까움의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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