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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국도 모산삼거리 인근, 같은 자리에서 교통사고 반복되도 모두 ‘시큰둥’

아산경찰서,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시공사, 하청업체 ‘운전자 과실·과속이다?’

등록일 2012년02월2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자차사고반복되지만‘운전자과실?’

아산~천안간 도로확장 공사 구간 중 모산삼거리로 내려가는 도로입구에서 자차 교통사고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아산경찰과 시공사, 하청업체 등은 ‘운전자 과실이다’, ‘운전자의 과속 때문이다’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해당지점에서의 교통사고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찾은 배방지구대와 아산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에서는 한결같이 ‘그곳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일이다’,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면 아마도 운전자의 과속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한 경찰관계자는 “해당 지점은 교통사고 다발구역으로 보기 어렵다”며 “보통의 자차사고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보험회사를 통해 혼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에 따른 통계를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시공사와 하청업체에서도 이와 같은 입장을 나타냈으며, 한 공사관계자는 “자차사고로 인해 PE드럼과 PE방호벽 등이 파손되고 있지만, 사고운전자가 임의로 사고를 처리한 후 자리를 떠나버리기 때문에 방호벽 파손부분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해 피해를 입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경찰과 공사관계자의 말처럼 해당지점의 자차사고 발생원인은 운전자의 과실·과속에만 있는 것일까?

그러나 사고운전자들은 사고의 원인을 ‘운전자 과실·과속’이 아닌 ‘안전조치 미흡’에 두었다.

지난 13일 그들과 함께 찾은 현장에는 사고운전자들이 제보한 바와 같이 내려가는 도로를 표시하는 표지(점등기능이 없는 화살표)판이 도로입구에 딱 하나 설치돼 있어 입구를 찾기 어려웠으며, 4차선 도로를 주행하다가 갑자기 발견한 좁은 도로로 진입하려면 사전에 충분한 감속을 요하는 표지판이 하나쯤 더 필요했다.

또한 안쪽 커브에 견고하게 설치된 PE방호벽에 반해 원심력에 의해 차량이 이탈하는 바깥쪽 커브에는 PE드럼과 PE방호벽이 허술하게 설치돼 있었고, 띄엄띄엄 설치된 PE방호벽에는 물이 30%도 채 들어가지 않았으며, PE방호벽 한 개는 30%가 파손돼 있었다.

특히 좁은 도로의 시작점에는 PE드럼 한 개만 설치돼 있었으며, 드럼 안에는 두세개의 모래주머니가 들어있었지만 손으로 움직여도 움직일 만큼 가벼워 차량추돌의 충격을 버티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또한 현장에는 사고차량들에서 떨어져 나왔을 법한 백미러와 범퍼, 유리창 등의 파편들이 쉽게 눈에 띄어 ‘그곳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일이다’라는 경찰관계자의 말을 무색하게 했다.

한편,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담당직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로 지난 15일 현장방문을 통해 실태를 파악하는 한편 시공사에 PE방호벽 보강과 ‘공사중 서행, 화살표(점등 가능)’ 등의 표지판을 설치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그 또한 ‘운전자의 과속’을 자차사고의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13일 사고운전자들과 함께 찾은 현장에는 내려가는 도로를 표시하는 표지판이 도로입구에 딱 하나 설치돼있어 입구를 찾기 어려웠으며, 띄엄띄엄 설치된 PE드럼과 PE방호벽은 손으로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허술하게 설치돼 있었다.

지난 15일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담당직원은 현장방문을 통해 실태를 파악하는 한편 시공사에 PE방호벽 보강과 ‘공사중 서행, 화살표’ 등의 표지판을 설치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설치된 PE방호벽은 물을 가득 채우지 않아 손으로도 쉽게 흔들렸다.

PE드럼 안에는 두세개의 모래주머니가 들어 있었지만 손으로 움직여도 움직일 만큼 가벼워 차량추돌의 충격을 버티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현장에는 사고차량들에서 떨어져 나왔을법한 백미러와 범퍼, 유리창 등의 파편들이 쉽게 눈에 띄었으며, PE방호벽 한 개는 파손된 채 방치되고 있었다.

모든 교통사고가 운전자 과실이라면···
중앙분리대, 가드레일, PE드럼·PE방호벽 등이 왜 필요한가

‘과속’ 했다면 내리막길로 ‘곤두박질’
     
“PE드럼과 PE방호벽은 도로공사현장에서 안전용품으로 쓰이는데, 행여 발생할 교통사고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이다. 그러나 아산~천안간 도로확장공사현장의 시공사 하청업체는 PE드럼·방호벽을 허술하게 설치해 방호벽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급기야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6일 오후 9시30분경 해당지점에서 차량전복사고를 당한 A씨의 말이다.

당시 A씨는 아산~천안간 도로확장공사구간 중 배방역에서 천안방향으로 차량을 운행했으며, 배방역에서 5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모산삼거리 방향으로 빠져나가던 중 도로의 결빙으로 차선을 이탈해 PE드럼과 PE방호벽을 추돌했다. 그러나 추돌직후 PE드럼·방호벽은 너무나 맥없이 무너져 내렸고, 이에 A씨의 차량은 비탈진 내리막으로 전복됐다.

특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복된 A씨의 차량 뒷 유리창으로는 옹벽구조물의 뼈대가 되는 철근이 뚫고 들어오는 등 전복사고의 충격으로 A씨의 차량은 폐차에 이르렀다.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B씨는 1월30일 오후 8시20분경 같은 장소에서 이와 비슷한 사고를 당했으나 다행히 차량전복의 화는 면했다.
B씨는 “아무리 공사중인 도로라지만, 편도 4차선 도로에서 모산삼거리 방향으로 빠져 내려가는 도로의 폭이 너무 좁으며, 커브 또한 심하다. 특히 야간에는 진입로의 위치조차 파악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점등도 되지 않는 화살표로 진입로를 찾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C씨는 “2월3일 오후 2시경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를 당했다”라며 “PE드럼과 PE방호벽이 설치 됐었지만 보기에도 엉성해 보였고, 손으로 흔들어도 움직일 만큼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한 PE드럼·PE방호벽이 어떻게 안전을 보장한단 말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1월6일 사고를 당했다던 A씨는 “PE드럼과 PE방호벽이 설치된 곳은 아래로 비탈진 곳이다. 다시 한번 밝히지만 차량이 전복된 이유는 방호벽이 제 역활을 못했을뿐더러 도로 옆으로 비탈이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모두가 운전자의 과실과 과속이라고 하는데, 정말 과속을 했더라면 비탈진 내리막으로 곧장 곤두박질쳤을 것이고, 그렇게 됐다면 생명을 보장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곳이 비탈진 곳이 아니었다면 차량이 전복되는 일은 없었다”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어 그는 “모든 교통사고가 운전자 과실이라면 중앙분리대와 가드레일, PE드럼·PE방호벽 등이 왜 필요한가. 그것들은 운전자의 과실에서도 교통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던가”라며 “운전자의 과실과 과속을 운운하는 아산경찰과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시공사, 하청업체 등은 자신들의 관리감독 책임을 운전자에게 떠넘기려는 수작을 부리는 것이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지난 1월6일 차량전복사고로 자신의 차를 폐차하고 병원에서 일주일간 입원치료를 했다는 A씨는 “PE드럼·방호벽을 허술하게 설치해 방호벽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급기야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1월30일, 똑 같은 지점에서 방호벽을 추돌한 B씨는 “야간에는 진입로의 위치조차 파악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점등도 되지 않는 화살표로 진입로를 찾을 수 있단 말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사고운전자 C씨는 “PE드럼과 PE방호벽이 설치 됐었지만 보기에도 엉성해 보였고, 손으로 흔들어도 움직일 만큼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한 PE드럼·PE방호벽이 어떻게 안전을 보장한단 말인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사고처리, ‘운전자가 알아서 해라!’

지난 1월6일 차량전복사고로 자신의 차를 폐차하고 병원에서 일주일간 입원치료를 했다는 A씨는 불성실한 시공사 하청업체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에 따르면 ‘안전조치 미흡’을 이유로 도로공사 하청업체에 폐차차량과 병원비, 근무수당 등을 요구했지만 ‘자차보험으로 처리한 부분이어서 이중보험처리가 불가하다. 본인이 알아서 하라’는 답변을 들었다는 설명이다.

A씨는 “하청업체 직원이 처음에는 보험처리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며칠이 지난 후 전화통화에서 ‘이중보험처리’를 이유로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라며 “담당직원은 전화통화에서 언성을 높이며, ‘자차 보험처리 다 끝난 상태에서 무엇을 더 바라는 것이냐. 법대로 하라’고 전화통화 도중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어 “하물며 사고당시 현장을 찾은 경찰은 ‘보험으로 자차처리 하라’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으며,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사고지점에 대한 어떠한 조사도 없이 ‘해당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하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라며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이와 같은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제보를 하게 됐지만,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담당직원의 한 마디에 안전조치가 되는 사항을 보고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또한 사고발생 이후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하청업체의 태도와 담당직원의 불성실한 태도 등이 괘씸해서 해당업체에 구상권 등을 청구해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하청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서로간의 오해가 있는 부분이다. 사고운전자의 자차보험회사에서 도로현장의 보험회사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면 운전자와 시공업체의 과실비율을 파악해서 처리될 수 있는 부분이다”라며 “도로현장의 안전조치도 중요하지만 운전자들의 안전운전이 사고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밝혔다.

손상욱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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