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준(74·천안 성정2동)
“올초에 주민센터에서 전화가 왔더라고. 2005년에 신청한 영구임대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게 됐다고. 아 기쁘기야 했지만 잠깐 뿐이었지. 입주보증금을 내야하는데 몸이 아파 일을 그만둔지 한참인데 어떡해야 할지 막막하니까…”
김동준 할아버지는 지난 12월5일부터 현재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2월초부터 다리에 힘이 없어 걸어다니기가 힘들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조금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숨이 차고 어지러운 게 일상이다.
스스로는 협심증인 걸로 안다고 했지만 확인결과 현재 할아버지의 몸은 물론 마음까지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신부전증을 동반한 고혈압성심장병인 만성허혈성심장병, 식도역류, 척추협착증에 조울증까지 앓고 있는 상황. 그렇다 보니 기쁘고 슬플 때 감정기복도 꽤 큰 편이라고 한다.
주민등록 없이 살아온 70여년
기자가 김동준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5년이다.
할아버지는 당시 성정2동 현대아파트 옆 공원에 빚을 내 산 컨테이너를 들여놓고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각종 기구한 사연으로 주민등록조차 되어있지 않던 할아버지는 일을 해도 제대로 돈을 못 받는 것이 다반사였고 몸이 아파도 병원에 마음대로 갈 수가 없었다. 주민등록증이 없다보니 각종 제도적 지원은 하나도 받지 못해 바람 앞의 촛불같은 일상을 이어갔다. 게다가 당시 공영주차장 마련 계획이 발표되며 살고 있던 컨테이너마저 강제로 치워져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본보 보도이후 각종 매체에 사연이 소개되며 주민등록증을 갖게 됐고 시의 암묵적 배려로 컨테이너 생활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최소한의 지원을 받게 된 후에도 할아버지는 고물을 주워다 팔기도하고 칼갈이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주민등록증이 생긴 이후 생활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지만 생활의 어려움조차 벗어내기는 어려운게 현실이었다. 나이를 더해 가면서 몸 이곳저곳도 고장나기 시작했다. 치아도 문제였고 다리나 허리 통증은 일상적이었다.
그렇게 이어온 힘겨운 삶속에서 이제 들어갈 수 있게된 영구임대 아파트는 그에게 마지막 안식처같이 생각되고 있는 형편이다.
3개월 내로 보증금 잔금 완납해야 입주가능
현재 입주할 영구임대아파트는 39.3㎡ 규모로 입주 보증금은 283만5000원 정도다.
계약금은 지난 20일, 주민센터와 시청 사회복지통합서비스 전문요원인 정정진 씨의 도움으로 어렵게 마련해 납부한 상황.
이제 한달 내로 나머지 잔금 226만8000원을 내야 한다. 한달내로 이를 납부하지 못하면 보증금에 대한 이자가 붙기 시작하고 3개월 내에 잔금을 치르지 않으면 7년을 기다린 영구임대 아파트는 완전히 물건너 가게 되는 상황.
현재 주민등록은 74살로 되어있지만 실제나이는 81세인 김동준 할아버지에게 ‘다음 기회’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현재 컨테이너도 팔려고 내놨고 낡은 오토바이도 처분할 계획이지만 잔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평생을 떠돌아 다니며 살다가 여름에 푹푹 찌고 겨울엔 꽁꽁 어는 컨테이너에서 산지 7년이오. 이제 얼마남지 않은 삶 집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은데 어떻게 가능할지 몰라. 도와주는 분들 애쓰는 것 보면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이날 따라 더 무기력해 보이던 김동준 할아버지의 어깨는 평소보다 더욱 좁아져 있는 느낌이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