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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논하자는데 “교육청은 어디 간 거야?”

“학교폭력은 일그러진 어른들의 자화상”

등록일 2012년01월3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최근 대전, 대구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자살 이후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관심과 해결을 위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각 교육주체들은 여러 가지 방향에서 각자의 해결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원인이나 현실인식,  대처방안은 제각각이다.
더구나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학교폭력 문제를 두고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책들을 논의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은 상황.

그나마 지난 26일(목) 시민자치연구소가 개최한 ‘학교폭력,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는 교육전문가, 전문상담사, 학교폭력 피해학생 학부모, 학부모단체, 교사대표 등이 참가한 천안 지역에서 거의 최초로 마련된 제대로 된 학교폭력 관련 토론회 였다.

하지만 정작 여론을 청취한 뒤 대책을 마련하고 집행할 교육행정공무원들은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도 교육청은 구두로 참석을 약속하고 원고까지 제출했지만, 나중에는 토론회 책자에서 교육감 축사 및 해당원고까지 삭제를 요구하는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보였다.



시민자치연구소 주최 학교폭력 토론회

주최측에 따르면 사실 이날 토론회에는 서해원 충남교육청 장학관이 참가해 ‘학교폭력 발본색원 원년의 해’ 실현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도 교육청은 오는 2월2일 교과부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종합 지침이 결정될 예정이라며 발표문과 교육감 축사의 삭제, 토론회 불참을 알려왔다고 한다. 이는 이미 토론회의 인쇄물이 다 인쇄된 후에서야 벌어진 일이다.

이미 도교육청이 수차례의 보도자료 발표 등을 통해 나온 상황에서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런 행보는 책임회피, 의지부족이라는 비판을 그대로 뒤집어 써야했다.
토론회는 객석 질문까지 포함해 밤10시20분경에서나 끝났다. 참가자들은 주제를 좀 더 세분화하고 교육청이 외면할 수 없는 결과물을 내놓을 토론회를 다시 기획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학교폭력 피해학부모의 애끓는 고백

 

장순경 씨. “아이들은 아프다고, 죽겠다고 소리치는데 어른들은 지금 다 무엇을 하시는 겁니까? 업무협약하고 논문쓰고 원인분석 한다고 자료들, 논문들 뒤지고 계십니까? 아이에게 직접 다가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고 살펴봐 주는 어른들은 왜 없는 겁니까.”

이날 토론회에서는 학교폭력 피해자녀를 둔 장순경 씨가 애끓는 고백을 토해 참석자들 및 토론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장씨는 평소 아들과 목욕도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자주하는 살가운 아빠였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아들의 친구 어머니로부터 ‘아들이 학교에서 맞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학교폭력은 이미 3월 학기초부터 시작됐고 학교는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3개월인 지난 시점에서 교사나 학교를 통해서가 아니라 친구의 어머니를 통해 이 사실을 전해들은 장씨는 처음에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 
이후 장씨는 은폐·축소로만 일관하려는 학교에 기본적인 신뢰를 잃었다. 하지만 어디에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더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다고 말했다. 

장씨는 “교육청은 올해를 학교폭력 발본색원 원년의 해로 정하고 학교폭력의 6가지 원인을 제시했다. 내용을 보니 학교의 책임은 하나도 없이 모두 가정교육의 문제 사회변화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험을 통해 보았듯 의지도 없고 전혀 신뢰를 주지 못하는 학교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가해아이들을 처벌하고 격리하면 다 되는 듯 매도하지 말라. 대한민국에는 불량아이들이란 없다. 불량학교, 불량어른 불량교사, 불량부모만 있을 뿐이다. 학교폭력은 어른들이 만들어내 일그러진 자화상”이라고 토로했다.

학교폭력, 과도한 학력경쟁정책 전환해야

저녁7시부터 시작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주 우석대 서성민 교수가 제1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서 교수는 “현재 정부의 대처방안은 학교폭력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단속과 처벌위주의 일시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학교폭력은 개인, 가정, 학교 , 지역사회, 정부의 각 방면에서 예방 및 근절대책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반적으로 청소년 일탈은 가정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으나 경험적 연구에 의하면 양자간 상관성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부모의 적절한 감독과 대화의 결여는 더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 부모에 대한 교육훈련 프로그램과 복지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또한 학교환경에서는 ▷성적위주 학교교육정책의 전환과 교사의 자질향상 ▷학교생활지도와 상담기능 활성화 ▷소학교, 소학급으로의 환경개선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유관기관들의 연계를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시각차이를 줄이고 기관중심이 아닌 수혜자 중심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계망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자로는 김연아동발달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 연 소장이 나섰다.

김 소장은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관련한 상담치료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이 시급함을 역설했다.
그녀는 학교폭력의 예방을 위해서는 인성교육차원의 교육프로그램 확대와 함께 현재 시행중인 건강검진에 정서행동문제 검사를 의무화 하는 등 학생정신건강서비스 지원체계의 확대, 상담실 운영의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교폭력의 치료를 위해 ▷전문상담교사 채용의무화 ▷전문 상담인력구축 ▷인턴상담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통한 전문성 확보 ▷전문상담인력 교육 및 훈련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교권은 학생인권을 수호하는 데에서 세워진다

발제에 이어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아산 성심정신과 윤정섭 원장은 학교폭력의 해결책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심리학자, 교사, 경찰, 변호사 등 전문가 집단으로 이뤄진 기관을 만들고 각 전문가들을 통합·운영 하면서 서로의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지속적인 학교폭력의 예방과 해결방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곽지숙 전 평택시청소년문화센터 활동기획팀장은 “학교폭력은 경쟁이 만들어낸 이 시대의 생산물”이라며 “학교가 변해야 학교폭력이 사라진다. 또 이 사회를 지배하는 학력위주의 가치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씨는 현재 경기도에서 시행중인 ‘또래중조인’제도를 소개하며 도입검토를 주문했다. 또래중재인은 경기도교육청이 교내폭력문제를 해결을 위해 시범시행하는 제도로 현재 중학교 5곳, 고등학교 5곳 등 10곳에서 시범운영중인 제도다. 내용은 각 반에 한명씩 또래중조인을 선정, 30시간의 갈등해결 훈련을 시킨 뒤 왕따나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상대로 상담을 진행하는 것으로 나름의 의미있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난주 평등교육천안학부모회 공동대표는 인성교육 포기와 입시교육 치중으로 학교안에 생긴 사각지대에서 학교폭력이 생겼다며 특히 교사들의 성폭행과 교직사회내의 자기비호 현상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 “교권은 완력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인권을 수호하는 데에서 세워진다. 신학기를 앞둔 지금, 현직교사들이 어린 학생들 모두를 내 자식으로 여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구자명 쌍용고 교사는 유일한 현직 교사로 교사로써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구 교사는 현직에서 담임과 상담교사를 겸임하며 느낀 경험을 토대로 ▷과도한 입시경쟁교육의 탈피 ▷인성교육에 대한 과감한 교육예산투자 ▷자존감 있는 학생 육성 ▷학생지도를 위축하게 만드는 교원평가 폐지 등 실제 교사권위를 높여주는 정책 도입 등을 제시했다. 구 교사는 “학력경쟁만이 가열되다보니 대부분의 교육현장이 학급이기주의, 학교이기주의에 빠져있다.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야 학교폭력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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