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4년제 대학들의 2012년 1학기 등록금 인하율이 5%대라는 최소한의 생색내기에 그칠 전망이다. 반값등록금은 아니더라도 두자릿수의 인하율을 기대했던 학생, 학부모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역 4년제 대학들의 2012년 1학기 등록금 인하율이 최소한의 생색내기에 그칠 전망이다.
지금까지 올해 등록금을 발표한 3개 대학의 전년대비 등록금 인하율은 모두 5% 초반대다. 이들 대학들은 이번 등록금 인하와 함께 장학금의 규모를 늘려 사실상 10% 대의 인하효과를 보게 될 것 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지만 ‘반값 등록금’ 공약실천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두자릿수 인하를 기대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목마름을 해소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타 대학들의 눈치를 보며 아직 결정을 못한 다른 대학들도 이들 대학교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이 이처럼 등록금 인하율을 5%에 맞추고 있는 것은 정부가 지난해 9월, 등록금 인하의 최소 가이드라인을 5%로 정했고,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사렛대·한기대·선문대, 5%대 인하 발표
나사렛대학교(총장 임승안)는 지역대학 중에서 가장 먼저 등록금 인하를 결정했다. 학교측은 명목적인 등록금 인하율은 5.1%이지만 각종 교내외 장학금 확충을 통해 실질적인 등록금 인하 효과는 10% 이상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나사렛대 이준석 기획처장은 “정부의 대학 등록금 인하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해 고통을 분담하고자 등록금 인하 결정을 하게 됐다”며 “학생, 학부모, 학교, 전문가 등 학교 구성원들의 합의가 원만하게 이루어 진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총장 전운기)도 지난 12일(금)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2012학년도 등록금을 5.3%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한기대 등록금 심의위원회는 교직원 3명, 학생대표 3명, 외부 전문가 1명(회계사)으로 구성돼 있으며, 소위원회 등을 포함해 모두 3차례의 회의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12학년도 한기대 등록금은 한 학기당 신입생 기준 공학계열은 261만2000원, 인문계열은 181만9000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공학계열 신입생은 16만원, 인문계열 신입생은 11만6000원이 인하된다. 또한 공학계열 재학생은 13만원 정도, 인문계열 재학생은 9만원 정도 각각 인하된다.
조남준 기획처장은 “각종 경비 최소화, 예산 절감 등 초긴축 재정과 구성원들의 자구노력을 통해 재정 부족분을 충당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선문대학교(총장 김봉태)도 2012학년도 등록금을 2011년 대비 5.3% 인하하기로 했다.
선문대도 등록금 인하율은 5.3%지만 교내외 장학금 확충을 통해 실질등록금 인하효과는 10%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발맞춰 단국대, 상명대, 남서울대, 백석대, 호서대 등도 최근 등록금 인하의 폭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학들도 최소한 지난해 9월 정부가 밝힌 5% 인하의 가이드라인만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부분 대학들은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정한 5% 정도의 인하를 추진하고 있을 것”이라며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재정적으로 어렵다. 올 한해동안 긴축재정을 통해 이를 충당해야 해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실질 등록금은 ‘전국 최고’ 수준인데…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지역 대학들의 이런 등록금 결정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천안과 아산을 중심으로 한 충남지역의 등록금은 사실상 전국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등록금 인하의 폭도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 언론사가 국·공립대를 제외한 72개 사립대의 지역별 등록금을 분석한 결과, 충남은 부산, 경남, 광주, 전남 지역보다 평균 100만원 이상이 비쌌다. 더구나 충남은 실질등록금 평균 1위로 702만6200원을 기록해 유일하게 700만원대를 기록했다. 부산과 광주는 각각 581만8400원과 564만800원을 기록해 대조를 보였다.
지역대학들이 등록금에 비해 장학금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석대, 단국대 천안캠퍼스, 호서대는 지난해 810만∼870만원의 등록금을 받았지만 1인당 장학금은 107만∼135만원 수준에 불과해 실질등록금 전국 탑10에 들었다.
이들 대학의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은 15% 안팎으로 평균 장학금 비율 19%에도 못 미쳤다. 이들 대학은 학생 교육에 들어가는 1인당 교육비도 적었다. 1인당 교육비는 학교가 1년 동안 지출한 총교육비를 전체 재학생 수로 나눈 것. 백석대는 학생 1인당 교육비가 531만원으로 1만명이상 전국 4년제 93개 대학 중 가장 낮았다.
천안·아산지역 대부분 학교들은 늦어도 2월초 까지 등록금을 결정하고 고지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대학등록금 고지서가 입학식을 맞기도 전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가슴을 무겁게 또 아프게 짓누르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