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띠오은선
“2012년 용띠 해에 하고 싶은 거요? 음…, 가족들과 제주도과 제주도 여행을 가서 잠수함을 타는 게 목표에요. 너무 좋았거든요.(웃음)”
취재원을 잘못 섭외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첫 인상에서 장애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가 없던 88년생 은선씨는 정신지체 2급 장애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지난 2009년부터 천안시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복지를 전공하려고 했던 그녀는 전공 공부도 어렵고 적응도 어려워 대학은 이내 그만두고 그해 말 보호작업장에서 일하기 시작해 벌써 만 2년의 경력을 쌓고 있다.
현재 그녀의 직장은 사회적 기업 ‘꽃밭’이다.
‘꽃밭’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 지역의 대표적 장애인 기업이자 사회적 기업. 기존에 ‘원테이블 원플라워’ 사업, 꽃배달 사업 등으로 착실히 성과를 거둬오던 ‘꽃밭’은 현재 천안시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독립돼 자체적으로 운영중인 상태다.
화환, 꽃바구니 사업까지 뛰어든 ‘꽃밭’에서 일하는 5명의 장애인근로자들은 모두 최저임금인 85만9000원을 보장받고 있다. 이들이 꽃을 만지는 일은 단순한 작업을 뛰어넘어 감성적인 면에서도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파생시키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 잠깐 다녔던 회사는 컴퓨터를 조립하는 회사였는데 너무 지루해서 종일 시계만 쳐다보곤 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꽃을 키우고 꽃바구니, 화환 만드는 일을 도우면서 친절하신 선생님, 친한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고 있답니다.”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되고 최저임금을 받게 되면서 일도 생활도 더욱 의욕이 넘치게 된 은선씨. 매주 화요일에는 볼링을 치고, 작업장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가끔 영화도 보러간다.
“처음에는 월급도 10만원 남짓 정도였죠. 첫 월급을 탓을 때도 엄마 내복도 안 사다드리고 바로 적금에 가입했어요. 하고 싶고, 먹고 싶고, 가고 싶은 곳도 많지만 우선은 저축이 목표에요. 다른 건 다음에 생각할래요.”
어린 나이에도 착실히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88년 용띠 은선씨의 얼굴에는 희망에 찬 웃음끼가 가시질 않는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