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교차로·충남시사신문은 다가오는 임진년 2012년에도 지역사회 기부나눔 문화의 모범이 된다는 각오로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고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데 주저하지 않을 예정이다.
어느덧 2011 신묘년이 저물고 2012년 임진년이 다가오고 있다.
천안교차로·충남시사신문이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이웃사랑 캠페인을 추진해 온 것도 벌써 만 7년째다.
12월 현재, 희망1004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 천안·아산 시민들은 참여자수 기준으로 1000명에 가깝고, 성금은 월 평균 160여 만원이 넘는다. 지금껏 본보를 통해 소개된 사례는 90건이 넘었고, 누적 성금은 지난 11월에 보도됐된 박지희 씨를 기준으로 1억3000만원을 돌파했다.
올해 역시 본보는 천안·아산에 살고 있는 희귀·난치병 환자, 모자가정, 극빈가정 등 어려운 환경에서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을 발굴·보도했고 작지만 소중한 울림을 이끌어냈다.
지원을 받은 가정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다만 심장, 신장 질환에 합병증까지 앓으며 119단골손님으로 소개됐던 양미순(42·신부동)씨가 휴대폰이 끊겨 연락이 되지 않은 점은 지면을 빌어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본보는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이들의 근황을 전하고 그동안 성금모금에 참여해준 후원자들과 본 지면을 아껴준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천안교차로·충남시사신문은 다가오는 임진년 2012년에도 지역사회 기부나눔 문화의 모범이 된다는 각오로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고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데 주저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진희 기자>
뇌종양 투병, 엄동설한에 내몰리던 명수는?
발병한지 10개월이 된 명수를 만났던 것은 엄동설한 1월 이었다.
뇌의 줄기세포 주변을 종양이 감싸고 있어 건강상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던 19살 명수. 마지막으로 찾아간 병원에서 뇌수술을 받느라 머리까지 열었었지만 손대기조차 쉽지 않은 상태였다. 해당부위의 조직검사와 고여있는 물을 빼내는 조치가 전부였기에 담임선생님 및 백혈병소아암협회 관계자 등 주변에서 명수를 도우려던 사람들은 안타까움에 빠져있었다.
게다가 아버지가 행방불명상황이어서 제대로 된 지원은 하나도 받지 못했고, 어머니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있는 등 당시 누구보다도 위기상태였던 것이 명수네 집이었다.
하지만 정말 기적이라도 있었던 걸까? 별다른 치료가 있지도 생활여건이 나아진 것도 아니었는데 본보 인터뷰 이후 명수의 상태는 급속도로 좋아져 갔다.
현재는 항암치료도, 방사선 치료도 중단한 상태이며 약물치료 만으로 종양이 많이 작아진 상태라고 한다.
백혈병소아암협회 김문경 간사는 “그때는 머리숱도 별로 없고 생기도, 총기도 없었는데 너무나 달라졌어요. 요즘도 왔다갔다 하면서 종종 들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간답니다”라고 전한다.
올해 공고 3학년이던 명수는 수능은 보지 않았지만 얼마 전에는 현장실습까지 나갈 정도로 호전됐다. 부모님도 이혼이 마무리돼 수급권자 신청이 가능해져 곧 지원도 이뤄질 전망이다.
아픈 명수와 어려운 가족들이 살기에는 여전히 버거운 반 지하방이지만, 작년 이맘때와는 심적으로나마 완전히 달라진 상황. 2012년 새해, 명수네 가족들은 작지만 소중한 희망을 품고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간암, 외로움과 홀로 싸우던 초로의 한길씨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49세의 나이로 간암, 외로움과 홀로 싸우던 한길(가명)씨.
2010년3월 간암을 발견했지만 혈소판, 백혈구가 부족해 큰 수술은 생각도 못했던 그의 옆에는 가족도 이웃도 없었다. 간이 불편하다 보니 피곤과 무기력이 일상이었던 그가 가장 어려워 했던 것은 삼시세끼 밥을 챙겨 먹는 것이었다. 쓸쓸하고 무기력해 보이기만 했던 생활이었지만 그 역시 본보 보도 이후 무척 호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간암도 예전에는 매달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요즘은 병원에서도 3개월 있다가 검사를 받자고 할 정도로 간 수치가 좋아졌다고 한다.
‘민족굿패 얼’을 통해 배우고 즐기며 이제는 가장 주요한 일상이 된 사물놀이는 삶의 활력이 되어주고 있다.
“사물을 하다보니 스트레스도 없어지고 피로감도 많이 없어졌어요. 예전에는 조금만 하면 지치곤 했었는데 요즘은 걱정없다니까요. 같이 연습하는 선배, 동료들이 늘 잘 챙겨주세요. 올해도 흥타령 축제에도 참가했고 굿패 공연이 있을 때마다 참여하고 있답니다.”
얼마 전 식도정맥술을 받느라 15일 즘 빠진 것을 제외하고 장구채를 놓지 않고 있는 한길씨.
“아, 지원해주신 성금 너무 감사하고 요긴하게 잘 썼습니다. 그 소중함을 생각하며 아껴쓰다보니 아직도 쪼~금 남아있어요.(웃음) 아직 일을 하지는 못하지만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보답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라고 다짐하듯 말한다.
동우가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해 한창 활기차 있어야 할 아들이 ‘림프암’에 걸렸다는 것은 전은영 씨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지난 3월15일 수술을 받은 동우는 입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보건소의 지원으로 치료비 부담은 덜 수 있었고 동우는 이제 완치를 위해 한발한발 나아가는 중이다.
수술이후 경과가 많이 좋아진 것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동우는 항암치료가 끝난 뒤 한달 남짓 지나 6월경부터는 학교에 다시 나갈 만큼 좋아졌다고 한다. 매월 한번씩은 병원에 가야하지만 처음에 겪었던 걱정근심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당시 아들의 투병을 돕느라 스스로의 아픈 몸은 추스릴 겨를도 없던 은영씨. 간에서 혹을 2개나 발견했었지만 은영씨는 아직 검사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하는 걱정조차 온전히 동우에 관한 것이다.
“남편도 저도 일을 못할 상황이다보니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해요. 이런 날씨에도 난방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실에 연탄난로가 하나 있는데 그거라도 좀 땔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동우한테 미안하기만 해요.”
잦아드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듣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제2의 장미란 되겠다던 성환중 소녀역사 지혜
불안정하고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운동을 통해 더 나은 미래, 자신의 꿈을 향해 착실히 한발한발 내딛는 지혜. 역도꿈나무 지혜의 꿈은 여전히 무럭무럭 커가고 있다.
전국소년체전을 비롯해 올해 열린 각종대회에서 국내 최정상급 실력과 성과로 시·도 교육청의 기대를 한껏 받는 중이다.
최근에는 지혜의 향후 진학을 두고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아버지는 딸의 미래진로를 놓고 벌이는 토론에서 본인이 조금 소외되는 느낌에 서운함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전국 학생신기록을 돌파하고 100㎏이 넘는 바벨을 번쩍번쩍 들어 올리는 지혜는 이미 눈앞의 어려움들을 스스로 해결할 의지와 각오를 갖춰가고 있는 중이다.
본보는 미래의 장미란을 꿈꾸고 있는 지혜의 앞날을, 독자들과 함께 관심있게 지켜 볼 생각이다.
사고사로 남편잃고 두 아들 키우던 연숙씨
“3년 전 아기 아빠가 세상을 떠나고 모든 것이 바뀌었죠. 아이들도 건강치 않은데다 저도 아프다보니 빚만 늘어가고 있어요. 제가 끝까지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절박한 연숙씨의 심정이 잘 드러나 있었다.
사고로 남편을 잃는 아픈 기억을 떨치고자 당진을 떠나 천안으로 거처를 옮긴 연숙씨. 아무 연고도 없는 그녀에게 천안은 따뜻한 제2의 고향이 전혀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파출부,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삶의 의지를 불태웠지만 몸이 버텨주지 못하는 상황은 안타까움을 더욱 깊게 할 뿐이었다.
그녀의 수입은 기초생활수급비와 매일 새벽 120집에 우유배달을 해 버는 약간의 돈이 전부다. 본보의 지원금으로 밀렸던 공과금은 다 갚았지만 생활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니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하다.
“둘째 애가 중이염이 심해 이번주 단대에서 수술을 할 예정이에요. 의사선생님이 왼쪽귀가 청력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해서 너무 걱정이랍니다.”
아이들과 스스로의 건강을 추스르기 바쁜 싱글맘 연숙씨에게 올 겨울은 더 길게만 느껴진다.
아들의 혈액 투석할 비용이 없어 애태우던 김숙자 씨
“죽을 날만 기다리는 심정을 누가 알겠어요.”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아들에게 혈액 투석을 해주지 못해 애태우던 김숙자 씨.
그녀는 중환자실에 누워있던 아들을 병원비가 없어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상태로 퇴원을 시켜야 했다.
그녀는 “7년여 간의 병원비로 가정의 돈이 바닥이 났습니다. 신부전증의 아들에게 혈액 투석을 해야 하는데 중환자실에서 하루 동안 있게 되면 그 비용이 40만원을 훌쩍 넘어가 병원비를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이제는 병원비가 없어서 혈액 투석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아들의 몸속에 요독이 쌓여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녀는 “추운 날씨 만큼이나 마음도 춥다. 병석에 누워있는 아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 지난 취재이후 마을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는 하지만 아들의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걱정이며, 아들이 혈액투석만이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인다.
어려서부터 몸이 좋지 않았던 아들 신기호(42)씨는 10여 년 전부터 건강상태가 급속하게 악화됐으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손자만 낳고 집을 나간 며느리로 인해 김씨에게도 마음의 병이 생긴 상황이다.
돈이 없어 남편 떠나보낸 OOO타우 씨
2007년 결혼업체를 통해 한국으로 오게 된 OOO타우(26)씨.
술에 취한 남편이 농약병을 소주병으로 착각하고 농약을 마셨지만 수술할 돈이 없어서 남편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했다.
세 살박이 아들을 끌어안고 흐느껴 울던 그녀는 “평소 술을 좋아하던 남편은 집도 잘 찾지 못하는 정신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라며 “농약을 마신 남편은 곧바로 119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 됐지만, ‘자살’이라는 이유로 의료보험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남편은 피를 토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함께 살고 있던 시어머니와 앞집의 아주버니는 ‘돈이 한 푼도 없다’며, 남편을 집으로 데리고 왔고 일주일 후 세상을 떠나버렸다”라고 말했다.
신문에 그녀의 사연이 소개된 이후 몇몇 복지가로부터 후원을 받았다는 그녀는 “남편을 잃고 너무나 외로웠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신경써줘서 고마운 마음이다”라며 “요즘은 한글로 쓰고 말할 수 있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시어머니와 아들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다”라고 전했다.
70여 만원으로 4인가족 살아가던 박지희 씨
8년전 쯤 남편이 낸 커다란 교통사고. 그로 인해 가계에 부담된 구상금 1억5000만때문에 박지희 씨 가족은 파산신청을 낸 상태다.
남편은 엄청난 심적 좌절을 술로 위안 삼는 중. 옆에서 지켜보는 지희씨는 남편의 심정을 이해하기는 하지만 닥쳐있는 생활고를 생각하면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두달 전에는 취업을 위해 장기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따놓았다. 하지만 뇌병변 3급 장애를 가진 몸이다 보니 취업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몸이 안 좋아 병원에 다닌 지 두달 정도 됐다. 걸음걸이가 비뚤어서인지 오른편 팔과 어깨를 들 수도 돌릴 수도 없어 치료를 받는 중이다.
파산신청이후 확정판결은 내년 8월이나 가능할 상황인데 연말까지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의 보증금도 100만원을 올려줘야 한다. 부모의 부족함이 아이들까지 힘들게 하는 것이 느껴질 때면 정말 견디기 힘들다던 지희 씨.
몸을 추스리는 대로 다시 삶의 의지를 다잡을 예정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밝은 그녀의 모습을 구인업체들이 어서 알아봐주길 기원한다.
누워서 자지 못하는 병과 7년여간 투병중인 김은희 씨
“앉은 상태에서 졸듯이 자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니 더 걱정입니다. 맘 편하게 잠 한번 자보는 게 소원이에요.”
은희씨는 ‘후종인대골화증’을 앓고 있다. 흔치않은 이 병을 2005년부터 앓고 있는 그녀에게 이제는 이 병보다 피부질환이 더 큰 문제가 됐다. 2005년 수술과정에서 움푹패인 상처가 생겼고 이로 인한 염증으로 피, 고름등이 생기면서 그 고통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상처에 붙이는 살은 자꾸만 괴사되고 통증만 커가는 중. 보험처리도 되지 않는 진통제로 드는 비용만 월 150만원에 달한다.
“앞으로도 치료가 필요한데 최근 병원에서 퇴원을 권해서 실랑이를 좀 했어요. 병원지원금도 바닥이 보이는 상황에서 보험처리가 안 되는 부분이 너무 크다보니 자비부담이 정말 힘들어요. 빠르면 28일부터 2주에 걸쳐 수술할 예정입니다. 좀 나아지길 기도해야죠.”
누워서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고약한 병과 투병중인 64년생 용띠 은희 씨에게 2012년은 조금이나마 희망의 한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