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숙 작 ‘책 읽는 고양이’.
“One cold wintry night......어느 추운 겨울밤, 그들의 즐거운 놀이는 시작되고, 늘 그랬지만 놀이의 시작은 그들의 서재다. 눈치 챘겠지만 당신도 이미 놀이에 동참하고 있다. 열을 세면 찾으러 간다. 하나, 둘, 셋, 넷.....Come out come out whatever you are....”
천안에서 최초, 일러스트전이 북카페 ‘산새’에서 시민들과 만난다.
12월19일부터 다음달 1월2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일러스트 작가 한해숙의 ‘책 읽는 고양이’ 연작이다.
한 달여 동안 계속될 전시회에는 ‘책 읽는 고양이’를 주제로 한 50호 대형 캔버스 작품 2개와 원형 캔버스 2개, 액자그림 20개 등 30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한 해숙 작가가 고양이에 대한 관심을 보인 것은 올 초부터다. 단상들의 기록처럼 그리기 시작한 것이 고양이 작업의 시작이었다. 그럼 왜 고양이인가? 그녀는 드러난 결과물로 가지 못하고 휴지통에 버려진, 그러나 완전히 버리지 못한 단상들을 휴지통을 뒤져 꺼내는 고양이 모습에서 그 단상들을 고양이라는 캐릭터로 기록하는 일이었다.
언제부턴가는 그저 단상의 기록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고양이를 위한 그림을 그렸다. 이젠 휴지통이나 뒤져 단상이라는 생선의 가시나 발라 먹던 고양이가 아니라 고양이 자체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의 일부가 ‘책 읽는 고양이’가 됐다.
“책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고양이에게 책을 들려주게 되었고, 준비하고 있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르면 고양이의 모습을 통해 이야기하는 일이 즐거워졌다. 고양이들은 책을 읽고, 문장들을 속삭이고, 서재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책 읽는 고양이’는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 어느 책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어느 하루의 한 순간의 기록이기도 하다.”
한해숙 작가는 서울에서 주로 전시를 가졌다. 지방에서 하는 전시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방에서 일러스트 전시를 하는 일이 사실 처음엔 두려운 일이었다는 그녀는 전시의 목적을 소통에 두었다.
“이 전시를 준비하는 나의 마음은 ‘소통’을 기대하며 나를 여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다. 익숙하지 않아 외면당하거나 왜곡될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소소한 나의 이야기에 말랑말랑한 공감대가 보는 이들에게 형성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즐겨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책 읽는 고양이’展은 놀이처럼, 당신에게 건네는 속삭임처럼 그냥 그렇게 편안하고 부담 없이 즐겨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별한 감성을 지닌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일러스트 작가 한해숙.
한해숙 일러스트 작품에서 많은 사람들은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색채, 무거우면서 직설적 표현기법은 그녀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녀의 이러한 주특기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가벼우면서 좀 더 밝아졌다는 느낌이랄까?
“사람들이 독기가 많이 빠졌다고 한다. 실제 긍정적으로 변한감이 없지 않다. 누구와 함께 이야기 하기 보다 혼자말 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슬픔, 어둠에 대해 굳이 바닥을 치지 않아도, 표현방식을 달리해도 내면은 변하지 않으니까.”
한해숙 작가가 새해 준비하는 작업이 어른을 위한 동화 ‘붉은 그림책’이다.
그녀가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그린다고 했을 때 ‘어른들이 동화책을 왜 봐?’라는 의문이 들정도로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 시장이 전무하다.
한해숙 작가는 그녀와 비슷한 나이 대의 사람들이 고민을 하고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교훈적인 메시지로 누군가를 가르치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른들이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좀 더 다른 내용의 그림책을 그리고 싶었다. 그 동안 표현해보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에 대한 욕구충족과 다른 한편으로는 험난하고 피곤한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바쁜 일상에 찌들어 잠시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감성을?되찾을 수 있는, 또한 지친 마음을 조금이나마 보담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한해숙 작가는 현재 준비 중인 ‘레드’를 주제로 한 그림책을 완성해 2012년 국제 도서전에 출품할 계획이다.
목표는 10명의 작가가 그린 ‘레드’ 그림책을 전집으로 묶어서 출판을 할 수 있게 되는 일이다.
“매년 ‘국제도서전’에서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란 이름으로 창작그림책을 소개할 계획이 가장 가깝고 구체적인 계획이고 더 나아간 목표라면 우리들의 작은 활동이 꾸준히 이어져서 우리나라에도 어른을 위한 그림책 시장이 조금이나마 발전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어른을 위한 그림책 분야가 대중화되는 것이다.”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