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청 축구단이 감독경질과 선수 대거 방출, 예산부족 등으로 인해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천안시청 축구팀 경기모습.
천안시청 축구단이 창단 이후 4년 만에 최대 위기에 빠졌다.
천안시청 구단은 지난 6일 하재훈 감독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했고 하재훈 감독은 지난 14일 천안축구단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팀을 떠났다.
구단의 하 감독 경질사유는 성적부진.
천안시 관계자는 2010년 20개 팀에서 종합 5위, 전국체전 금메달의 영광을 가져왔지만 올해 14개 팀에서 9위에 머물렀다는 설명이다.
축구팀 위기는 하 감독 경질과 더불어 천안축구팀 선수의 대거 방출에서 출발한다. 천안시청 축구단은 올해 시즌이 끝나고 바로 8명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했다. 또한 최근 12명에게 계약해지통보를 하면서 사실상 천안시청 축구팀에는 남은 선수가 거의 없다.
구단은 하 감독의 경질과 함께 새로운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모집공고를 낸 상태며 새 감독체계 아래, 축구팀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쌓아온 축구팀의 역량과 경험을 무로 돌리로 새판을 짜겠다는 천안시 결정이 천안시청축구팀 상황을 더욱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천안시청 구단과 하재훈 감독의 갈등
하재훈 감독의 경질이 성적부진의 이유도 있지만 그동안 천안시청 구단과의 갈등도 한 몫 했다.
하재훈 감독은 지난 2009년부터 천안시청 축구팀을 맡았다. 프로팀 감독도 역임했고, 대한축구협회 기술부장도 역임했던 하 감독은 K리그 팀과의 잦은 교류를 시도했으며 특히 축구팀의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하재훈 감독은 예산삭감으로 어려움에 빠진 축구팀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방안으로 ‘유소년클럽 활성화’, ‘에이전트와의 용병계약’, ‘지역 축구계를 위한 재능기부’, ‘제주유나이티드 MOU’, ‘마케팅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유소년클럽 활성화’는 축구꿈나무를 배출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천안시청 축구단 이미지를 높이고, 축구전문인력의 고용창출과 더불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에이전트 용병계약’은 에이젼트가 용병을 천안시청 축구단에 제공, 축구단은 용병에게 숙식과 게임만을 제공 하게 된다. 용병이 K리그에 진입할 시 이적료를 에이젼트와 분할하자는 내용이었다.
‘제주유나이티드 MOU'는 제주 출신 하재훈 감독이 인맥을 통해 성사시키려는 사업이었다.
제주유나이티드가 유망주 육성 협약 체결을 통해 일부 선수 임대식 지원 및 육성자금으로 약 3억원을 지원하겠는 내용이다. 제주유나이티드가 선수와 급여를 지원하고 천안은 숙식과 용품만 지원 한다는 이 사업은 하 감독이 떠나면서 결렬됐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하재훈 감독이 축구팀 활성화 방안을 제안했지만 받아진 내용은 전무했다.
‘에이전트 용병계약’의 경우 지난 7월 천안시청 축구단은 전력 보강을 위해 브라질 용병 2명을 영입하기로 했지만 결렬됐다. D에이전트 소속 외국인 용병의 천안시청 입단 조건은 출입국비용과 임금, 구단에서 국내법을 준수하도록 지도한다는 내용 등 표면상 3가지였다.
출입국비용과 임금은 에이전트에서 부담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사실상 천안시청은 신원보증만으로 브라질 용병 2명을 영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그러나 천안시 축구단은 ‘축구단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용병을 쓰면 시민들의 비난을 사게 되고, 지역선수를 키워야 한다는 여론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용병이 시민정서에 맞지 않는다’ 이유를 들어 협상이 결렬됐다.
‘유소년클럽 활성화’도 하재훈 감독과 천안시청 구단과의 이야기가 서로 다르다. 하재훈 감독이 ‘유소년클럽 활성화’를 주장했다고 한 반면 천안시 축구단은 하재훈 감독이 ‘유소년클럽 활성화’를 반대했다는 것이다.
축구단과 하재훈 감독의 이견이 누적되면서 결국 하재훈 감독의 경질로 이어졌다는 것이 주변 시각이다.
전문성 부재 천안시청 구단
네셔널리그 팀 중 가장 많은 300 여명의 서포터즈를 가진 팀이 천안시청 축구팀이다. 천안시청 축구팀 서포터즈 ‘제피로스’ 석정술 회장은 이번 사태가 천안시청 구단의 안일한 대처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석 회장은 “단순한 성적부진이라면 충분히 공감하겠지만 매년 예산을 줄이고 우수한 선수영입을 하지 못해, 제주에서 임대해온 선수들로 채워져서 운영하고 있다” 며 “용병 선수를 영입하려 해도 지역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거부한 천안시청 구단이 성적부진의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석 회장은 “천안축구센터 유치조건으로 탄생한 천안시청 축구단이 센터 완공 후 매년 예산을 줄여가고 있다”며 “내년 10억원의 예산은 선수 인건비 조차 감당이 어렵고, 활성화 노력 없이 해체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지역 축구팬들을 무시하는 행정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천안시청 축구단 직원이 사무국장 1명, 직원 2명 등 총 3명으로 구단운영이 가능할지 의문이며, 축구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이 사무국을 맡고 있는 것 또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석정술 회장은 “현재 이적 시장이 끝나고 동계훈련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감독 경질, 선수들의 대거방출은 축구팀 운영을 더욱 더 힘들게 하는 것”이라며 천안시청 구단의 대책강구를 요구했다.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하재훈 감독은 “3년 동안 감독을 믿고 따라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행복한 감독이었다는 생각이다. 시민체육대회 우승 등 팀 전력이 상승 될 때마다 성취감을 느꼈고 서포터즈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다. 후회는 없지만 나를 믿고 따라 준 선수에게 미안하고 천안 구단이 좀 더 축구팀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