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씨.
희망2011-김은희(쌍용1동·후종인대골화증 등)
“편하게 누워 자본지가 언젠지, 온전히 치료받을 수 있었으면…”
“의료보장은 받고 있지만 보험에 해당되지 않다보니 남편과 제 약값만 한달에 150만원 정도가 들어요. 언니가 도와주고는 있지만 집안 형편이 말이 아니랍니다. 증세나마 좀 나아지면 좋겠는데 호전되는 기미도 없으니…”
병원에서 만난 김은희 씨는 답답했던 마음을 어렵사리 토해낸다.
평소 건강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는 은희씨는 지난 2004년부터 등과 허리가 몹시 아파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2005년부터는 허리를 구부리기 힘들 정도로 아파, 세수도 제대로 못하고 쓰러지기를 여러 번. 여기에 다리에 마비증세까지 나타났다.
그녀가 병원에서 받은 진단명은 ‘후종인대골화증’.
척추체의 뒤쪽과 척추관의 앞쪽에서 지지하는 것이 후종인대인데 이 후종인대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뼈처럼 단단하게 굳어지는 골화를 일으켜 척추관을 지나는 신경을 압박함으로써 신경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을 후종인대 골화증이라고 한다.
초기에는 경부(목 부위) 통증과 위화감, 압박감의 증세로 시작한다. 그러다 진행이 되면 후종인대가 딱딱해지고 점차 커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팔이나 손의 저림, 통증, 감각 저하, 근력 저하가 시작되고 점차 다리의 근력 저하 및 감각 이상, 보행장애, 배뇨나 배변장애가 나타나며, 외상으로 인해 더 악화되거나 더 심한 경우에는 팔다리의 마비도 올 수 있다.
수술로 인한 피부상처가 더 문제
이 병을 앓게 된 은희씨는 2005년 수술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과가 더 나빠져 등이 움푹 패인 상처가 생겼고 이후 2~3번의 수술을 더 했지만 상처는 커져만 갔다. 특히 염증으로 인해 피, 고름 등이 생기면서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수술상처가 더 큰 문제가 되자 척추센터에서 성형외과로 주 치료과가 바뀐 그녀는 다리나 엉덩이의 살을 떼어 붙이는 피부이식 수술을 여러 번 받았다.
2007~2008년에는 300일 가까이를 입원한 적도 있다.
하지만 붙인 살은 자꾸만 괴사되고 통증은 커져만 가는 중이다. 피를 계속 쏟게 되면서 빈혈까지 오게 된 그녀는 피 주사도 자주 맞아야 했고 이로 인한 어지러움까지 가중돼 심신은 극도로 피폐해진 상태다.
“피가 계속 나오다 보니 똑바로 누워서 잘 수 도 없어요. 보통 앉아서 조는 듯 자는 것이 대부분이에요. 상처가 나빠질 까봐 신경쓰다보니 자는 일이 고역중에 하나가 돼버렸어요.”
매일 간호사실 옆에서 또는 수술방에서 등을 소독할 때도 그 고통은 참아내기 힘들다.
발병후 벌써 7년여. 독한 진통제와 긴 투병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떠나지 않는 생활고는 그녀를 더 무겁게 짓누른다.
병원에서는 나가라는데…
자녀도 없이 단촐한 가계지만 남편도 건강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생활은 상당히 어려운 형편이다.
“일용직으로 노동을 하던 남편은 뇌경색으로 2번이나 쓰러졌죠. 철탑건설현장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고는 산업재해로 인정돼 매월 100여 만원의 지원을 받고 있어요. 이 지원을 받으면 경제생활을 하는 구성원이 없어도 기초생활수급 등은 받을 수 없어요. 남편과 저 단 둘이 살지만 응급실도 자주 오고, 보험으로 안 되는 약값 때문에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랍니다.”
병원에서는 최근 잠깐 퇴원해 집에서 통원치료를 하자고 권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씨는 병원측에서 치료에 의욕을 잃은 건 아닌지 하는 걱정속에 “통원이 더욱 부담되고 절박해진다”며 재고를 요청하고 있다.
“등에 피부조직이 괴사되는 상황에서 위생도 문제고, 불편한 몸으로 통원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 상황고려는 있으시겠지만 병원에서 최소한이나마 몸을 추스르고 나갈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건강이 호전돼 잠이나마 편하게 한 번 자보는 게 소원이라는 김은희 씨. 겨울이 깊어지면서 그녀의 고민은 더욱 늘어나고만 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