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천안축구센터 다목적실에서는 학업중단 청소년들에 대한 대책마련과 체계적인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학교, 지자체, 지역사회의 관심과 체계적 연계 필요하다 한 목소리
2010년 천안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그만둔 학생 427명.
2010년 중학교를 다니다 그만둔 학생 307명.
천안지역에서만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의 수가 매년 400~500명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3년간의 누계는 1700명 가까이나 되는 현실.
지난 15일, 천안축구센터 다목적실에서는 이들 청소년에 대한 대책마련과 체계적인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 해보자는 취지의 토론회가 열렸다.
(사)미래를여는아이들, 천안시청소년지원센터, 천안시사회복지협의회가 공동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올 상반기부터 11월까지 진행된 천안지역 학교중단청소년 실태조사에 대한 결과 및 제언을 시작으로, 각 영역별 지정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주최측은 ‘현재 전국적으로 학교를 중단한 청소년은 유학과 이민을 제외하고 약 6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청소년 중 0.9%나 차지하고 있는 수치다. 이렇게 많은 학교중단 청소년들에게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고,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여러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적적 고립, 상호작용 부재가 문제
나사렛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윤철수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2명이 주제발표에 나섰다.
먼저 발제에 나선 이지숙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교중단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영역별 대안까지 제시했다.
이 교수는 “학업중단청소년들이 학업중단 후 갈 곳이 없어 주로 집에 있거나 방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지속적인 고립과 타인과의 상호작용 부재는 사회문제화 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지원시설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이들이 학업중단을 결정할 때도 전문가나 교사의 개입없이 학업중단을 결심하고 이를 바로 실행에 옮기며 학업 중단 이후에도 전문가의 개입이 부재했다. 또한 그들이 원하는 각종정보 접근에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 개입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학교, 천안시, 지역사회별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천안시와 천안교육지원청간의 협조체계 구축, 학업중단 청소년을 위한 전문공간이나 상설이용시설 구축,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 및 보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방적 개입과 지원적 개입
두 번째로 발제에 나선 천안시청소년지원센터 이미원 팀장 역시 실태와 지원방안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 팀장은 이를 위해 천안시에 사는 22명 학교중단 청소년들의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이미원 팀장은 학교중단 청소년들을 위한 대책을 예방적 개입과 지원적 개입의 두가지로 분류했다.
예방적 개입은 ▷가정형태 변화에 따른 부모역할 교육 ▷부모 자녀 관계 증진활동을 통한 정서적 유대 지원 ▷학교중단 청소년의 이해 및 지원에 대한 연구 및 교육 ▷또래 관계 형성을 촉진하는 사회기술과 관계형성 프로그램의 확장 ▷학교중단 청소년 상담개입을 통한 숙려제 적극 활용 등을 제시했다.
지원적 개입은 ▷복학, 검정고시, 학습멘토링, 전문자격취득 지원등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실질적 구체적 개입 ▷아르바이트나 일자리지원 ▷진로탐색 활동 개입 등이다.
지역사회 관련기관들의 연계 필수!
토론자로 나선 월봉고 최인섭 교감은 예방적 개입정책으로 교육당국에서 운영하는 Wee프로젝트 정책과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CYS-net를 부각시켰다.
최 교감은 “이들 두 프로그램은 모두 지역사회 필수 연계기관의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위기학생의 학업중단을 예방하기 이해서는 각 기관간 상생의 시너지 발휘가 무엇보다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전종한 시의원은 학업중단 청소년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전 의원은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사회구조가 학업중단의 많은 원인이 된다”며 “우선 관내 학업중단 청소년에 관한 정확한 현황자료가 주기적으로 공표돼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내용적 조사·연구도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해 이를 기본 정책 데이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청소년은 학생이 동시에 천안시의 시민’이라며 지자체의 관심이 절실함을 강조했다.
전 의원은 “천안시는 매년 학교교육환경 개선사업에 수십억을 지출한다. 또 원어민 보조교사 50여 명의 인건비로 매년 20억원을 넘게 쓴다. 이런 시설비 지원, 단순 보조금 정책은 이제 지양하고 청소년 복지, 건강한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측면이 강조돼야 한다”며 “청소년 문제해결은 가장 저렴한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지역사회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앞으로 이 부분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이선영 천안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은 청소년 인프라의 부재를 문제 삼았다.
이 사무처장은 “몇 기관에서 욕구 조사 등 학교중단 청소년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 지역사회 안에서 학교중단 청소년을 위한 지원체계는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학교중단 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 ▷학업중단 청소년 예산 편성, 확대 ▷지역사회 청소년 통합지원체계 효율적 운영 ▷학생중심에서 청소년 중심으로의 사고 전환 등을 역설했다.
교사의 의지, 여건 마련도 중요
실태조사에 기반한 발제, 이를 토대로 한 다양한 분야 종사자들의 토론이 끝난 다음에는 청중들의 질문 및 제안이 잇따랐다.
공동생활가정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여성은 “한국사회는 졸업장을 중시하는 사회이기에 학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업중단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학교에서 직접적인 학업중단의 권유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하는 사례도 무척 많았다. 교사의 개입과 의지에 보다 많은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안C고에서 진로진학을 맡고 있다는 한 교사는 “충남에 기간제 교사만 4900명인데 이들은 사실 책임감이 요구되는 업무를 맡고 있지 못하다. 결국 이런 일은 정교사들의 몫인데 업무부담이 상당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만한 상황이 결코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학업중단 청소년들을 유형별로 분석해 특징에 맞는 기관들이 개별적으로 또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잇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청중발언에 나선 천안대안학교 교감은 “우리 대안학교에만 1년에 400명이 왔다간다. 학업중단 청소년들의 메카와도 같은 곳인데 사실 이번 토론회와 관련해 주최측의 자문조차 없었다. 단편적이지만 기관들끼리의 연계도 이처럼 안 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모두의 관심과 의지가 필요한 문제
이날 토론회에서는 학업중단 청소년 문제는 보통 개인의 문제로 생각되기 쉽지만, 학교·지역·국가가 관심과 의지를 갖고 해결해야 한다는 데 대부분의 의견이 종합됐다.
1조원을 넘는 천안시의 전체예산에서 청소년 관련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나마 2012년부터 체육청소년과에서 담당하던 청소년 업무를 여성가족과에서 맡도록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업무의 집중도 및 연결성은 조금 나아질 전망.
주최측의 바람대로 이번 토론회가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고,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