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에서 석면이 검출됐음에도 해당학교와 학생, 학부모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이 요구된다.
지난달 28일, ‘감람석 파쇄토 운동장 내 석면조사결과 설명회’가 열린 음봉중학교 한편에는 감람석이 버젓이 방치돼 있었으며, 학생들은 그 위를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또한 대부분 학생들은 이날 설명회가 예정됐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일부 교사들도 이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날 설명회에서는 1학년 학생 10여 명과 학교 관계자 4명, 학부모 1명 등이 참석해 석면조사결과에 낮은 관심도를 나타냈으며, 일부 학생들은 설명회가 진행되는 동안 책상에 엎드려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한편, 학부모들에게 전달되는 가정통신문(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도 감람석 운동장은 소홀하게 다뤄졌다.
학교는 시민환경보건센터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이 ‘감람석 운동장 석면 검출’을 제기한 다음날인 9월9일 ‘감람석운동장 뉴스보도에 대한 안내문’을 공지했으며, 10월15일 충청남도 도교육청의 학교석면 안전관리요령 홍보만을 게시했을 뿐 석면에 대한 위험성과 석면조사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교육·홍보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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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봉중학교는 ‘감람석 운동장 석면 검출’로 운동장을 재포설 해야할 처지에 놓였지만, 학교 한편에 감람석을 그대로 방치했다. 또한 학생들은 석면이 검출된 감람석 위를 뛰어다니며 장난을 쳤지만, 학교와 학생·학부모 등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감람석 석면검출’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
“그까짓 석면, 안 죽어요.”
“우리학교 감람석 운동장에 문제가 있어서 마사토로 다시 깐다고 들었지만,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친구들은 운동장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아요. 평소 실내 체육관에서 체육수업을 했기 때문에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편을 느껴본 적은 없어요. 남학생들은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지만 지금은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어서 학교 옆에서 놀아요. 그런데 남학생들이 놀고 있는 곳에도 감람석이 깔려있지만 학교에서는 누구도 말리지 않아요.”
지난달 28일, ‘감람석 파쇄토 운동장 내 석면조사결과 설명회’가 열린 음봉중학교에서 만난 한 학생의 말이다.
점심시간에 만난 대부분 학생들도 이와 같은 반응을 보였으며, 감람석 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다니던 한 학생은 “그까짓 석면, 안 죽어요”라고 말했다.
음봉중학교 임완묵 교장은 “석면조사결과 설명회 대상이 전교생이라고 정해진 것은 없다. 곧 고입시험이 있기 때문에 3학년 학생들은 설명회 대상에서 제외했고, 운동장을 가장 오래 사용할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며 “감람석 납품업체가 수거하지 않은 감람석은 밀봉해서 보관중이며, 수일 내로 처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컨테이너 옆에 감람석이 방치된 사실은 전혀 몰랐다. 바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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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조사결과 발표에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는 음봉중학교 학생들 |
음봉중학교 학부모, “별 문제 없다면 그냥 쓰지”
설화중학교 학부모, “아파트 값 떨어지면 안돼”
석면의 위험성, 충분히 교육·홍보 되지 않아
음봉중학교 ‘감람석 파쇄토 운동장 내 석면조사결과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는 학교운영위원회 간부 한명 뿐이었다.
이 학부모는 설명회를 다 듣고 나서 “별 문제 없다면 그냥 쓰지(감람석 운동장), 시민의 혈세로 운동장을 새로 포설하는 것은 세금 낭비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석면 위험에 대한 교육을 따로 하지는 않았다”며 “감람석 운동장에서 석면이 검출됐다고 하지만 석면에 대한 불안한 마음보다 학생들이 운동장을 마음 편히 이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더 크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지난달 25일 ‘설화중학교 감람석 파쇄토 운동장 내 석면조사결과 설명회’에서 만난 한 학부모(인근 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석면조사결과 대기 중 석면 함유량이 극소수라고는 하지만 아산교육지원청은 설화중학교 전교생과 운동장을 이용했던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1시간 후 “아까 했던 말은 취소다. 학생과 마을주민이 건강검진을 받는다면 아파트 가격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대기 중 석면 위험도가 낮다면, 시민의 혈세로 이뤄진 감람석 운동장인 만큼 그냥 써도 무관하다”며 말을 번복했다.
설화중학교의 또다른 한 학부모는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석면에 대한 위험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감람석 운동장 재포설 이전에 석면의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홍보가 없어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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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람석을 수거해간 음봉중학교 운동장. |
음봉중학교, 교실 먼지에서도 석면 검출
음봉중학교 감람석 파쇄토 운동장 내 석면조사결과 설명회에 따르면 교실 안에서도 석면이 검출됐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김현욱 교수는 설명회에서 동영상을 통해 석면의 위험성을 전달했으며, 감람석 운동장 시료채취와 분석과정, 결과 등을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표토와 중토, 심토 내 석면 함유 여부와 석면 노출 여부 조사, 석면 비산으로 인한 인체 위해성 평가를 목적으로 진행됐으며, 토양의 시료채취는 9월22일 표토 채취와 10월6일 잡석, 심토, 대기 등으로 이뤄졌다.
표토 시료는 함께 참석한 학부모대표와 학교관계자, 시민단체 등이 임의로 선정한 4곳에서 미국의 환경보호청(EPA) 방법에 따라 채취했으며, 깊이 10㎝의 중토와 30㎝의 심토 시료도 채취했다.
시료 분석방법은 편광현미경 분석과 전자현미경 분석으로 이뤄졌으며, 표토 분석결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0.75~1.25% ▷한국환경공단: 0.75~1% 등의 백석면이 검출 됐다. 반면, 중토와 심토에서는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
또한 석면 비산으로 인한 인체 위해성 평가를 위해 실시된 조사로는 대기 측정과 집진필터를 착용한 대상자가 실제로 축구를 하면서 발생한 먼지(ABS) 측정, 운동장 쪽 교실창문 먼지(WIPE) 측정 등이 이뤄졌다.
검사 결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대기 측정: 0.00009 f/cc ▷ABS 측정: 0.0024~0.0025 f/cc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WIPE 측정: 1층 교무실 창문 옆 책상 위, 2층 3학년1반 칠판 위, 3층 2학년2반 TV 위, 4층 2학년3반 사회실 등에서 백석면이 확인됐다.
이번 설명회를 진행한 김현욱 교수는 “대기분석 결과 석면에 대한 발암위해성은 환경부에서 기준으로 하는 1만명당 1명보다 100배 낮은 100만명당 1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석면은 소리 없는 살인자이기 때문에 누가 100만명 중 1명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이에 감람석 운동장은 재시공 돼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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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김현욱 교수는 지난 28일 음봉중학교 도서실에서 ‘감람석 파쇄토 운동장 내 석면조사결과 설명회’를 개최했다. |
‘불멸의 물건’ 1급 발암물질 석면은 ‘소리 없는 살인자’
석면, 폐에 들어가면 평생 몸속에 머물며 ‘암’ 유발
그리스어로 ‘불멸의 물건’이라 불리는 석면은 ‘소리 없는 살인자’다.
석면 분진은 크기가 미세해 호흡기를 통해 바로 폐로 침투하며, 많이 흡입했을 경우 10~4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과 악성중피종, 석면폐, 흉막반 등의 질병을 유발한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많은 나라에서는 석면을 다루던 노동자들이 소리 없이 죽어갔고, 우리나라도 석면으로 인한 악성중피종 사망자수가 20여 년 안에 1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연구결과가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2020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 100만명당 57명이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하고, 2035년에는 사망자가 1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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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어로 ‘불멸의 물건’이라 불리는 석면은 석면폐와 폐암, 악성중피종 등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인 ‘소리 없는 살인자’이다. |
공포의 시한폭탄 ‘석면’
석면은 머리카락 굵기의 50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가늘고 긴 섬유다.
석면은 100만년 전의 화산활동으로 발생된 화성암의 일종으로 사무석과 감섬석 등의 천연 광물에서 추출된다.
석면은 단열과 피복, 내부식성 등이 뛰어나 건축자재, 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 슬레이트 등 3000여 종류 이상의 제품에 주요 재료로 쓰이며,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마법의 물질’, ‘하늘이 내린 선물’로 불리울 정도로 그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석면이 석면폐와 폐암, 악성중피종 등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침묵의 살인자’, ‘죽음의 먼지’ 등으로 불리게 됐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석면이 함유된 제품인 슬레이트를 2004년 11월 이후 생산중단 했으며, 석면압축 외벽재는 2006년부터, 내장벽재는 2002년 4월 이후, 천장재는 2005년 4월 이후부터 그 생산을 중단했다.
또한 2003년 7월1일부터는 석면이 함유된 설비 또는 건축물을 해체·제거 하고자 할 때 사전에 관할지방노동관서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그 처리도 철거장소의 밀폐조치, 습식작업, 음압유지 등을 하도록 했다.
특히 철거근로자는 전면형 이상의 방진마스크와 보호의를 착용해 석면으로부터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석면의 위험성 충분히 교육돼야
석면이 ‘마법의 물질’, ‘하늘이 내린 선물’로 불리울 정도로 그 인기가 높았던 것은 ‘무지’에서 비롯됐다.
과거에는 석면의 유해성을 모른 채 많은 건축재로 사용돼 왔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무분별하게 사용해왔다. 그 일례로 과거 1960~70년대 농어촌 지붕개량 사업에 주로 쓰인 슬레이트를 불판삼아 고기 등을 구어 먹거나, 천장재로 많이 쓰인 텍스 등을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철거하면서 그 먼지를 뒤집어쓰는 등 석면의 위험성을 모른채 무방비로 노출돼 왔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석면이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석면 등 5개 석면을 1% 이상 함유한 혼합물질을 취급금지물질로 관리해 제조·수입·판매·보관·저장·운반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백석면을 1% 이상 함유한 혼합물질을 취급제한물질로 관리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김현욱 교수는 “전국의 감람석 파쇄토 운동장 내 석면을 조사한 결과 발암위해도가 환경부에서 기준으로 하는 1만명 당 1명보다 훨씬 낮은 100만명 당 1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누구라도 100만명 중 1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석면의 위험성을 충분히 교육·관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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