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이 제겐 제일 설레는 날입니다.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어린이집으로 출근해 아이들에게 한문을 가르치는 날이거든요. 꼬마 녀석들이 의외로 너무 잘하고 열심이에요. 꼭 우리 막내손녀 또래들이어서 너무 귀엽답니다.”
구본승 어르신은 평소 도서관에서 책을 보거나 노인복지관에서 인터넷 강좌, 일본어강좌, 합창반, 당구, 탁구, 바둑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기에도 바쁘시다. 하지만 이런 여가활동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즐거움에 비하면 그저 사소한 소일거리일 뿐이다.
1965년 아산 거산초에서 교직을 시작한 어르신은 용정초, 신계초, 도장초, 봉명초 등에서 근무하다 99년 남산초등학교 교감으로 퇴직했다. 이후 5년간 기간제 교사로 일하다 2004년에 완전히 교편을 놓으셨다.
퇴직 직후부터는 천안시노인복지관 일자리 사업을 통해 건설현장에서 3년간 현장관리일을 했다. 이후 ‘이제는 그만 고생하라’는 가족의 만류 속에 어르신은 독립기념관에서 문화해설사 교육을 받았고 여기서 동화구연과 한자교육 과정을 익히게 됐다고 한다.
지금 한문교사로 출퇴근 하고 있는 신부동 리틀앤젤어린이 집에는 2008년부터 인연을 맺게됐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잘 따라올까? 서먹하진 않을까? 고민도 많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적응하다보니 아이들도 잘 따라주고 내 스스로도 흐뭇하고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4살반, 5살반이 있는데 4살반 녀석들과 1년을 함께하면 다음해부터는 더 의욕도 높아지고 재미도 생긴답니다. 아이들은 조금만 방심해도 금방 장난하고 딴 짓하기 일쑤에요. 이럴 땐 동화구연을 배웠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웃음)”
보수는 거의 실비수준에 불과하지만 나름의 보람을 느끼며 만족감도 높았던 어르신.
하지만 어르신의 이런 즐거운 일상은 얼마 전 큰 위기를 맞을 뻔했다. 지난 여름 위장에서 용종이 발견돼 제거수술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입원치료를 하고 난 뒤 몸을 조금 회복시키고 추석이 지나서야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고.
“다시 아이들을 만났던 날, 반가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제 감정이 북받치러라고요. 다시는 아이들을 못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구본승 어르신.
아이들과의 소통과 가르침 속에서 삶의 이유를 찾으시는 천상 선생님이시다.
<이진희 기자>